대부분의 우리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대충 후려쳐서 큰 틀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집값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 자꾸 디테일에 집중한다.
정말 금리 인하와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에 집값이 높은 것인가?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것은 최근의 집값 폭등을 설명해 줄 뿐이지 전체적인 집값 상승과는 큰 관련이 없다.
금리를 인상해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우 적절하다 하더라도 당장의 거품이 빠지고 안정세에 접어들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집값 상승은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 뉴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라 휩쓸려서는 안된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은 작은 사건들이 아닌 개별 사건들이 속해 있는 큰 맥락에 더 집중해야 한다.
상투적이지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하고 지금이 아니라 과거부터 미래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집값이 높은 첫번째 이유, 도시화다.
농경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에 진입하면서 사람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여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곳을 우리는 도시라고 부른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을 기반으로 먹고 살았지만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기면서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 했던 물질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잉여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산업이 새로 나타나고 서비스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도시에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었고 농업이 쇠퇴하면서 사람들은 갈수록 도시로 몰려들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도시화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통계마다 수치가 다르지만 최소 80%이다. 열에 여덟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넓은 땅을 놔두고 굳이 오밀조밀 모여서 좁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서로 치고박고 싸우면서도 굳이 모여서 살겠다는게 좀 웃기기도 하다.
대한민국 전체 국토 10만km² 중 서울은 고작 605km²인데 인구는 서울에만 약 천만명이 산다.
결국, 고작 0.6%의 땅에 20%의 인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봐라. 집값이 안 높고 배기겠나?
아무리 국토가 넓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넓은 국토에 퍼져서 사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몰려 살기 때문에 도시의 집값은 항상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지금도 시골에 있는 주택은 지금도 가격이 매우 낮다. 하지만 아무도 안 간다.
결국 도시에서의 집에 대한 수급은 구조적으로 불균형하다.
집값이 높은 두번째 이유,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노동력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머지 수익이라는 것이 노동자 1명당 사장 1명이 아니라 노동자 100명당 사장 1명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소수에게 수익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자본이 축적되면서 사장은 그 돈으로 임금을 올리기 보다 보통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을 구입하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게 되면 다수의 임금노동자와 소수의 자산가로 구성된 사회구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자산가들은 어떻게든 임금을 낮춰서 비용을 최소화 하려고 하고 남는 돈으로 자산을 계속 늘려나가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심리에 기반한 행동들이 누적되어 임금상승률과 자산상승률의 격차를 발생시킨다.
사회의 잉여생산이 임금으로 분배되는 양보다 자산으로 축적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증명해 냈는데 역사적으로 자산수익율은 연평균 5%이지만 평균 GDP성장률은 1~2%이라는 것이다.
2배이상의 격차가 존재하고 결국 자본주의에는 구조적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로소득(지대)를 얻을 수 있는 자산에는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는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산이 바로 집이다.
이 말은 곧, 집이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한 집값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임금, 물가상승률보다도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기본적으로 도시화로 인해 도시의 집값은 높을 수 밖에 없는데(거주목적) 거기에 더해 자산가들이 불로소득을 위해 집을 구입하게 되어(투자목적) 현재 서울의 아파트에는 억소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금리를 아무리 인상하고 정부정책으로 집에 대한 투자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해체하지 않는 이상 집값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안 잡힌다는 소리다.
이렇게 보면 아담 스미스 할아버지가 와도 서울 집값은 못 잡을 것처럼 보이는데 과연 방안이 있기는 한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집값은 상승할 것인지 시간이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