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안전 중시 버려라…원전업계는 전쟁터” 발언 논란

무수타파 작성일 22.06.25 21:17:14 수정일 22.06.25 2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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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업계 간담회 참석 정부관료들에게 주문
“원자력계 종사자들조차 동의 못할 것
국민과 국가 안전 책임자가 할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의 원전업체 방문에 동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원전업계를 살리기 위해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선발주 등 과감한 조처를 하라는 취지로 원전 안전을 경시하라는 맥락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당부라는 무게감을 생각할 때, 공사 중이거나 운영허가를 앞 둔 원전은 물론 운영 중인 기존 원전의 안전점검에 영향을 끼쳐 재난의 불씨를 남겨 놓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들이 관계 기관들의 안전전검을 불신해 원전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 함께 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지금 여기 원전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일감과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 못살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금 원전 산업은 고사 직전 상태다.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가 전시’라는 표현은 원전업계가 호소하는 어려운 상황을 강조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원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관들에게 ‘안전’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이를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고 주문한 것은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공직사회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력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믿기지 않는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정말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사고가 나면 국가적 방사능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어떤 경우에도 안전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전을 두고 해서는 안 될 위험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한 위원은 “대통령이 정말로 그런 얘기를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만약 고리 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서 화재가 나면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이 피난구역이 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있는데, 대통령이 원전의 안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발언은 원자력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방사능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23일 성명을 내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 나라의 대통령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은 부적절한 발언을 취소하고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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