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투표만 잘하는 소시민임.
토요일, 사촌 결혼 때문에 상경한 김에 집회에 참여해부림.
처음 시청역에 3시쯤 왔을 땐 사람이 그닥 많진 않았음. 나처럼 아싸성향 사람들 함께 주변서 눈치보고 있다가 4시 넘어가니까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와 채우길래 냉큼 들어와 앉음... 나중에 늦게 온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주변 인도에 서 있어야 했음.. 거리에선 노동 신문이나 커피, 핫팩 등을 나눠주고 계셨는데 깔개는 안줬던거 같음. 현금 천원짜리 몇 장 챙겼으면 좋았을 것을. 바닥에 깔개없이 신문지만 깔고 앉았는데 엉덩이가 좀 불편했음. 그래도 시위하면서 볼거리도 소소하게 있고 사람들 대부분 웃으면서 참여하는 분위기라 나도 쉽게 녹아들 수 있었음.
도중에 오줌이 겁나 마려워 집회측이 마련한 화장실을 갔는데 줄이 겁나 김.. 남자화장실 1곳 여자화장실 3곳… 그냥 그래서 인근 상가까지 걸어가서 볼 일 보고 왔음요. 시위인원이 시청역 입구를 막을 정도로 늘어나자 앞에서 사회보시는 분이 경찰분들더러 사람들 더 들어올 수 있게 차량통제하고 펜스 옮기라고 겁나 압박을 주는데 뻐팅기다 결국 마지못해 요구들 다 들어줌..(불쌍한 공무원니뮤) 보면서 니들도 고생한다 싶기도 하고 나름 통쾌하기도 하고 재밌었음.. 그 자리에 유튜버도 많았고 사진찍어서 sns에 올리는 분도 있고. 수다떠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 각양각색이었지만 어쨌든 한 자리에 모여 한뜻으로 같은 구호를 외치었고 이윽고 7시가 되자 조용히 해산.. 뭐 촛불집회가 다 그렇지만 평화시위다 보니 압박이나 부담이 없어서 좋았음.
추위에 모여 이렇게 소리지른다고 그분께서 직에서 내려오거나 성군으로 변할 거라 생각진 않음. 다만 현시대 사람들 모두가 당시에 침묵하지만은 않았노라고 나중에 후손들에게 말하고 싶었음..
참여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보이는 유인물 중 뜬금없이 북한 행태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가 몇 있었음.(대충 북한보다 남한이 군사도발을 하고 있으며 남북평화를 해치고 있다는 내용) 솔직한 생각으로, 진정한 진보라면 3대세습 독재자가 지배하는 북한을 누구보다 더 힐난하고 또 멀리해야한다고 봄.. 그리고 아마 국민들 95%가 비슷한 생각일 것임. 친북에 가까운 색채를 보일수록 대중은 오히려 멀리할 거고 이는 오히려 지금 정권에 힘을 실어줄거라고 생각함..
앞으로 또 참여할거라고 묻는다면 당분간은 그냥 쉬고 싶음.. 솔직히 이걸 매주 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는 내복에 패딩도 입고 핫팩도 두 개 챙겼는데 찬바람에 얼어 디지는 줄 알았음.. 날이 좀 풀리면 종종 다시 가서 놀다 올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