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 입시를 20년째 업으로 삼은 사교육계 사람입니다.
이번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드립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사실 킬러문항과 큰 접점이 없습니다.
작년 저희 학생들 중에서 정시로 건국대학교에 합격했던 학생을
예로 들어 말씀 드리자면,
그렇게 쉬웠다던 국어에서 9점 마이너스,
수학 20점 마이너스,
영어 2등급,
탐구 2등급이었습니다.
일반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지점은 킬러문항은 틀리고 나머지만 다 맞자
주의지, 킬러문항까지 다 풀자 주의는 아닙니다.
심지어 수능이 다가오면 서점에 깔리는 문제집 중에 판매량이 가장 높은
수학 문제집은 킬러문항을 제외한 일반문항으로만 제작된 모의고사 문제집입니다.
그렇다면 킬러문항을 운운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사실 킬러문항이 없어져서 가장 큰 피해를 보게될 학생들은
전국 백분위 평균 95이상의 의,치,한,약,수를 노렸던 자연계 학생들이 될 겁니다.
원래 킬러를 포기하던 백분위 88~95 사이의 학생들과 변별력이 사라지게 되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켰을까요?
이번 6월 모의고사 백분위 기준 88정도의 학생들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킬러만 없다면 나도 의대?
예 맞습니다. 킬러문항을 없애는 것과 의대 집중 현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너도 나도’의 결과를 가져와 의대 선호 현상은
가속화됐으면 됐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2) 대학별 고사 부활
23년 4월 고려대학교는 폐지했던 논술고사를 수시전형으로 25학년도부터 부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연세대학교 등의 학교는 논술을 폐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에 자세하게 남길 수는 없지만 사실 각 학교마다 본인들의 학교에 지원할 학생들을
타겟팅하기 위한 많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고교마다 차이가 있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최대한 명확히 가리기 위합니다. 옥석찾기를 하는 거죠.
고려대의 논술고사 부활과 면접 전형 확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고등학교의 내신, 생활기록부 기록을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수시 전형의 폐단이 나타나면서 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을 계속 축소했고,
결국 대학은 아이들의 수준을 판단할 만한 기준점을 새로 찾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수능이 쉬워진다? 과거처럼 정시전형에 논술고사나 면접고사가
추가될 확률이 높아지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입시 제도가 다시 과거로 가네요.
3) 총평
이번 입시제도에 대한 정리는 그 절차와 시기는 물론이거니와 내용면에서도
입시열을 잠재우기는커녕 활활 타오르게 만들 확률이 높습니다.
사교육자인 입장에서 사교육을 잡는다? 어불성설입니다.
자만일 수도 있겠으나 사교육자들은 정부 정책이 발표되기 수년 전부터 계획을
잡아둡니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지요.
그렇다면 사교육을 재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교육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최적의 여가수준이나 생활수준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
이번 교육 대책은 헤드라인을 솔깃하게 만들어 눈먼 표나 받아보자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눈이 멀어버린 표들은 아쉽게도 사교육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층이나, 최근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많은 사람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마치 평등한 입시 정책이 만들어질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아쉽게도 입시 경쟁은 우리 사회가 사회에 갓 발들인 새내기들에게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취하기 전까지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사회에게는 고도 경쟁을 부추기면서 대학 입시 열기를 잠재우겠다? 불가능합니다.
결국 우리는 이제 다른 방식의 사교육 시장을 만나게 될 겁니다.
이미 사교육계는 준비가 끝났고, 누가 더 빨리 해당 학습을 진행하느냐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 겁니다.
모두가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으로도 입시 과열은 막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입시 과열을 막을 수 없어, 격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우린 공정한 경쟁 체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논란만 가중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