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당한 유재순씨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후안무치 할 수 있는건 제대로 된 처벌을 안했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육체적, 금융적 손해 만 없으면,
윤리도덕이나 염치따위 엔 아주 무감각 한, 영성저능아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3526.html
■ 법원 “‘표절’로 보인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전 의원이 자신의 취재내용과 초고를 표절했다는 유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유씨가 초고 등을 내놓지 못했으나, 앞뒤 정황과 관련 진술을 보면 표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증언이나 증거 등을 통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책이 출간된 1993년 11월 이전까지 매우 친밀한 관계였다. 전 의원은 91년 1월 <한국방송>(KBS)의 도쿄특파원으로 일본에 부임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유씨를 알게된 뒤 나이가 비슷한 유씨의 집에 자주 놀러가 식사를 함께하고 개인적인 일도 의논하는 등 친구가 됐다.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93년 8월 귀국한 뒤 같은 해 9월말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일본에 들렀을 때도 이틀 내내 유씨의 집에서 지냈다.
1987년부터 일본에서 르포작가나 주간지의 특파원으로 활동해온 유씨는 89년께부터 <일본인,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가제로 일본에 관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취재와 자료수집, 초고 작성을 해오고 있었다. 유씨는 이런 내용을 자신의 집을 드나들던 재일유학생, 한국 언론의 특파원 등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들었다. 전여옥 의원도 특파원 시절 유씨 집에서 유씨의 취재내용 초고를 보고 토론을 했으며, 그 일부를 복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 의원은 유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지 두 달 뒤인 93년 11월 <일본은 없다>를 출간했다. 출간하자마자 일본 유학생과 한국특파원들 사이에선 이 책이 유씨의 취재내용을 표절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급기야 책을 낸 출판사의 부사장이 다음해 일본을 방문해 유씨를 만나기도 했다. 유씨는 책에 수록된 글 중 30개 정도가 자신의 취재내용이나 초고를 그대로 뻬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 요구하는 게 뭐냐’고 출판사 쪽이 묻자, 유씨는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만 들으면 족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사과도 없이, <일본은 없다>는 120만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전 의원도 그 유명세에 힘입어 17대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 “틀린 내용도 그대로”
법원은 유씨의 초고에서 잘못된 내용까지 전 의원의 책에 그대로 기재된 점 등을 이유로, “전 의원이 유씨로부터 전해들은 취재내용, 소재 및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하여 이 사건 책 속의 글들 중 일부분을 작성하였다고 보는 게 옳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유씨의 자료 수집 등을 도와주었던 김아무개씨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전 의원의 책 가운데 20여곳이 자신이 봤던 유씨의 초고나 취재 내용과 동일하며 심지어 어떤 것은 문구까지 똑같다고 진술했다. 특히 <일본은 없다>의 126쪽 ‘객관적인, 너무나 객관적인’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흥분한 유학생들은 일본에서 이러한 책이 나오지 못하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는 대목은 바로 자신이 유씨에게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 한국계 일본가수인 미조라 히바리에 대한 유씨의 애초 취재기록에는 그의 외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썼지만 나중에 다시 취재해보니 외할아버지가 아닌 아버지가 한국인으로 밝혀졌는데, 정작 전 의원의 책에는 애초의 잘못된 내용대로 미조라 히바리의 외할아버지가 한국인으로 기재돼있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유씨의 친지인 오아무개씨도 1심 증언에서, 자신이 유씨에게 이야기한 개인적 소감이 전 의원의 책에 그대로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예컨대, 오씨가 대학원 수업에서 어떤 일본인 교수가 <스타카노 가제>(우리말로 치맛바람)라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책을 교재로 삼아 한국인 학생들에게 억지토론을 시킨다는 사실을 유씨와 김씨에게 이야기하고 전 의원에게는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도 그 내용이 <일본은 없다>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이다. 오씨는 이 책에 등장하는 황혼이혼을 당한 어느 일본 변호사의 이야기 등도 유씨가 취재한 내용이 많이 반영돼있었다고 진술했다.
■ 법원, “전 의원이 ‘표절’했다는 주장은 명예훼손 안 돼”
법원은 이런 점을 이유로 유씨 인터뷰 기사나 관련 칼럼이 전 의원의 ‘표절’을 주장한 것은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들 기사에서 주장한 ‘표절’이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이나 지적재산권의 침해 등 엄격하게 법률적 의미로 사용된 게 아니라, ‘전 의원이 책을 저술하면서 유씨의 취재내용, 소재 및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는 의미로 사용된 만큼, 그런 사실을 적시한 것이 명예훼손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특히 국회의원 등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명예훼손의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는, 그 대상이 공적인 존재인지, 또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한 의혹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너무 지나친 공격이 아닌 한 언론의 책임을 쉽게 추궁해서는 안 되며, 과장된 표현도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한 2004년 당시 오마이뉴스 기사가 전 의원을 ‘거짓말 천재’라고 표현하거나, ‘어마어마한 대형사고를 쳐 놓고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돈을 택했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습니다’, ‘간 크게도 돈과 명예를 움켜쥐고 그 중에 하나도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군요’ 등이라고 쓴 것도, “비판적 의견을 수사적으로 과장한 것일 뿐,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이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시했다.
법원은 또 오마이뉴스의 칼럼이 ‘기자들은 그 취재과정에서 전여옥과 접촉하게 되는데, 전여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수완가인 전여옥의 솜씨가 그 만큼 대단했다는 거죠.…기자들은 전여옥씨의 말을 듣고 유재순씨에게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재순씨의 해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제대로 보도가 안 되었다는 말입니다’라고 쓴 것도, 전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되레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처지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전 의원은 이제 유씨로부터 되레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항소심 승소 뒤인 지난 2010년 1월26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 뒤의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 “제가 지금 피해 받은 게요, 엄청나거든요. 1차는 도작이고요. 2차는 소송을 당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고, 3차로서는 경제적 피해고요, 4차적으로는 정신적 피해입니다. 이제는 대법원 상고한 것에 대한 피해를 또 입게 되었는데요. 거기에 대한 대가를 그대로, 피해 액수를 예상해서 청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수억원 이상 되겠군요’라는 진행자의 말에 “그거 가지고는 제 정신적인 피해가 안 되겠죠”라며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임을 내비쳤다.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주 유감스럽다”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씨 등이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등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다”라며 “변호사와도 법률적으로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설가 이외수씨는 이날 판결 소식 뒤 트위터에 “글도둑은 밥도둑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합니다”라며 전 의원을 비난했다. 이씨는 “그런데도 자신이 지도층이라는 착각에 빠져 국회를 넘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