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솔리테어 작성일 18.07.16 0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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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년 7월 2일 한참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장마 중에 갓 태어난 이 녀석을 구해와서

 

올해도 딱 그 즈음에 생일을 치뤄줄까 마음 잡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6월 30일날 밤에 검은 피를 토하고 응급실로 들어가서 계속 입원을 하다가 퇴원한 지금도 좀 상태가 안 좋아서 생일을 못 치뤄주고 있음...

 

입원 중에도 어디다 맡기거나 집에 와서 누가 밥만 좀 챙겨주라고 부탁할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부 마침 다른 지역에 가있고 집안에 불상사가 생겨서 어쩔 수가 없던 상황이라

 

며칠간은 입원 중에 외출 써서 밥이랑 물 갈아주고 하다가

 

태풍까지 오는데 생일 즈음에 집에 혼자 두기 너무 걱정되서

 

또 어떡할까 고민을 하던 날 외출을 해서 집에 와보니 

 

혼자 둬서 삐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태풍에 혼자 있는게 무서워서 그랬는지

 

일부러 닭망 오려 붙여서 막아둔 책장 위 화분들을 다 깨부숴서 거실을 흙바다로 만들어놨음

 

그래서 결국 고양이 호텔로 데려감...

 

안 그래도 마침 계속 외출을 하다보니 링거를 뺏다 꼽았다 뺏다 꼽았다 하느라 더 이상 링거를 꼽을 핏줄이 손과 팔뚝에는 안 남아있던 시점인데다

 

그렇다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주고 2, 3일만에 한번씩 집에 돌아오면 상한 물 마시라는 얘기가 되니

 

호텔에 맡기는게 맞는 일이라 생각했었음

 

그리고 며칠간 병원에서 얌전히 지냈는데

 

고양이 호텔에 전화를 해보니 

 

그 좋아하는 츄르를 짜줬는데도 입 한번 안 대고

 

아예 이동장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는거...

 

며칠 동안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조그만 이동장 안에 그냥 틀어박혀 있었다는 얘기

 

너무 미안하고 불쌍해서 바로 다음날 퇴원할 수 있도록 처리해놓고

 

일찌감치 퇴원해서 바로 호텔로 데리러 갔는데

 

진짜 이동장 안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었음...

 

눈 마주치자마자 말문이 막 트여서 냥냥거리면서 힘들고 슬프고 속상하다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면서 보챘음...

 

근데 아직까지 생일을 못 치뤄주고 있음

 

아직 회복도 덜 된 탓도 있고

 

입원한 동안 싱크대랑 식탁에 있던게 다 썩은데다

 

애가 흙바다 만들어놓은거

 

하루에 하나 조금씩 치우다보니 아직도 많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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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간 쓰던 반다나는 

 

하도 긁어서 너덜너덜해짐

 

그래서 나비 넥타이를 하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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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단단하게 묶으면 목이 조일테고 해서

 

살살 묶었더니 자꾸 벗어버리지만

 

그래도 보타이는 쿨하니까 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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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번에 쳤던 사고

 

맨 처음 화장실 교육용으로 구매했던 일반 모래

 

바로 두부 모래를 주면 적응을 못하니까 이거부터 시작하느라 조금만 쓰고 남은 건 싱크대 밑 먼지 구덩이로 못 들어가게 막아놨었는데

 

그렇게 반년이 넘게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모래 봉투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터뜨려서

 

주방을 모래판으로 만들어버림

 

처음에는 곧바로 발견하고 치워버렸는데

 

다음번엔 숨겨뒀던 모래 봉투 다시 찾아내서 거실에다 샅샅이 뿌리고는 거기다가 오줌 싸버림

 

고양이 키운 역사 중에서 가장 충격 받았던 테러의 현장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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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장 이쁠 때는 잘 때.

 

옆 책상 창가에 방석 깔아주니 창 밖 구경 하다가, 내키면 또 자고

 

옆자리를 주니 아무래도 더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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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방금 새벽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오는데

 

예쁘장한 삼색이 하나가 졸졸 따라오길래 어디까지 따라오나 싶어서 천천히 부르면서 집까지 왔는데

 

2층 계단까지 쫓아와서 애교를 피우길래

 

안고 들어옴 ㅇㅇ

 

6개월은 넘은거 같은데 신기하게 정말 애교도 많고 사람 좋아해서

 

안 그래도 심심해 하는데 같이 놀 둘째 들이면 어떨까 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는데

 

역시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스테레오 하악질이 시작됨

 

사실 우리 애는 약간 겁 먹은데다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었는데

 

삼색이 녀석이 집으로 따라 들어오는 와중에도 다른 성묘를 보고도 호전적으로 시비를 걸던 녀석이라 그런지

 

우리 애를 향해 하악질을 대차게 한번 해버림

 

가만히 지켜보던 우리 애도 갑자기 아랫 입술과 턱이 앞으로 쭈우욱 나오면서 성질나버림

 

아무 예고 없이 데려온거긴 하지만...

 

격리하고 있는데도 삼색이 녀석은 처음 들어온 집인데도 자꾸 영토 넓히고 싶어하고 도리어 지가 박힌 돌에 성질내고 있고 계속해서 만져달라고 부르고 애교 피우고

 

원래 애교도 없는 우리 애 앞에서 삼색이 만져줬다가 괜히 더 삐지고 합사 어려워질거 같아서 눈치 보고 있는데

 

애가 너무 기가 죽어서 괜히 삼색이 데려왔나 더 미안하고...

 

삼색이는 우리 애랑 다르게 애교도 많고 사람도 정말 좋아하고 사회화도 잘 되어 있고 사람 살갗에 발톱도 조심해서 세우고 심지어 얼굴도 예쁘게 생겨서, 자기가 먼저 처음 본 사람 집에 쫄래쫄래 따라 들어온 사연에 더불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외모와 성격 모두 바라마지 않을 최고의 고양이지만

 

아무리 우리 애가 사회화도 덜 되어 있고 애교도 없고 맨날 입질과 발톱으로 맨살을 씹창 내놓지만 그래도 얘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하나 뿐인 내 딸이니까...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없으면 합사는 포기하고 삼색이는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해볼 수 있는데까지는 해봐야하지 않을까 함

 

이대로 잠 안자고 밤 샌 뒤에 날 밝으면 병원 데려가서 혹시 집 잃은 애가 아닌가 조사 좀 해보고 새장 같은거라도 하나 사와서 본격적인 합사 준비 해야겠음 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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