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 밝은 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예방주사 맞췄습니다.
누가 키웠을 가능성은 확실히 있지만 예전에 못 맞았을 수도 있고, 아예 갑자기 사람한테 의지하기 시작했을 뿐 처음부터 길고양이였을 뿐일 수도 있고.
어차피 맞은거 또 맞아도 탈은 없다고 하니까, 안전빵으로 돈을 희생...
삼색이다보니 99.9% 여자아이일테고, 어쩌면 임신해서 사람을 찾아온 것일 수도 있는데 임신이라해도 지금으로써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임신 초기에 그칠만큼 전혀 확인해볼 방법이 없는 상태.
문제는 돌아오는 길에 터졌습니다
안 그래도 카드가 먹통이라 땡볕에 농협까지 걸어서 왔다갔다했는데 병원에 돌아와서도 또 안되는 바람에 별 수 없이 외상처리하고 차로 돌아왔더니
이번엔 차에 기어가 굳은 채로 안 움직여서 땀 뻘뻘 흘리면서 당황한 상태로 약 10분간 원인과 상황 땜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동장에 갇혀 있는 걸 싫다고 울어대며 항의하던 녀석이 아예 이동장을 푹 찢고 씨, 팔로마! 하면서 뛰쳐나와버리더군요
이동장 탈출해서 마냥 신난 녀석은 차 안에 털을 마구 뿜어대며 돌아다니다 만족한 뒤 안 그래도 당황했는데 어이까지 상실한 저한테 몸을 부벼댔습니다
결국 다시 이동장에 집어넣고 찢어진 부위를 손으로 잡아막아 들어서는 다시 동물병원으로 빽, 새 이동장까지 외상 더했습니다
응급실+입원비 51만원에, 동물병원비 외상 10만원에 차 수리비까지...
주인 고양이가 있는 집이라는 걸 알고 눈치가 보였는지
오늘은 안방과 베란다 사이의 창틀에 올라와서 개기지 않더군요
덕분에 우리 애는 고지를 확보하고 창가 책상에 올라가서 굴러온 놈 정탐을 시작.
도리어 이 녀석이 세탁기 뒤로 들어가서(숨을 데가 필요했을 수도 있고 더워서 그늘로 찾아간 걸수도 있겠지만) 얼굴을 잘 안 보여줬지만 츄르와 간식 공세에 다시 저녁 때부터 세탁기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길고양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몸을 밀착해서 부비적거리는 것이 애교가 흘러넘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할 성격의 고양이.
이제 둘이서 잘만 지내주면 좋을텐데.
이틀째라서 상호 하악질은 멈추었지만,
호전적인 이 녀석이 아직 얼굴을 마주치면 조그맣게 으르르르 경고를 보내더군요.
집주인 고양이지만 어릴 때부터 젖도 못 빨고 분유 때문에 유난히 덩치가 작게 자란 우리 큰딸.
안 그래도 절 따라다니는 껌딱지였지만, 굴러온 돌 덕분에 제가 움직이기만 하면 졸졸 따라다니고 혼자서는 방 밖을 잘 나가질 않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틀째라 그런지 자신감을 좀 회복.
자신감은 회복됐지만, 호전성이 없는 탓에 수줍게도 자기가 먼저 몸을 피하더군요
합사에 성공하더라도 서열이 뒤집히면 안되는데...
노하우대로 안전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은 볼 수 있는 가운데 각자의 위치에 거리를 두고 간식을 주어보았습니다.
대실패.
(닭+게맛살)파우치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냄새만 킁킁대고 그냥 떠나버리더군요.
지금은 다른게 문제가 아니고 한번 깐 간식이니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스푼으로 한입 떠먹여줘야겠습니다
우리 딸 제발 한입만...한숟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