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이고 스탠포드 학부생이었던 첸씨는,
출신 성분상 당연히 공산주의자였으며 어쩌다보니 경제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첸씨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물 경제학을 전공하는 유일한 경제학자일텐데,
사실 첸씨 본인도 자기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그와 산토스씨 -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의 동료 - 는 미국산 카푸친 원숭이를 훈련시켜 돈의 사용법을 가르쳤습니다.
원숭이의 편의를 위하여 자그마한 은색 동전을 만든 첸씨는, 몇 달간의 반복적 훈련을 거쳐,
원숭이들로 하여금 '이 동전을 이용하여 연구원들로부터 유용한 것들과 교환할 수 있다.
그리고 교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라는 개념을 가르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원숭이의 화폐 경제 >
이러한 개념을 가르치는 데 성공한 첸씨는, 원숭이에게 12개의 동전을 준 다음에 포도/젤리사탕 의 두 가지 물품에 일정한 가격을 매겨서,
원숭이가 과연 '계획적으로 돈을 사용하는지' 관찰하였고, 과연 그러하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이후 첸씨는 더 나아가서 젤리사탕의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보았고,
그때마다 원숭이가 '지금 젤리사탕의 값이 싸니, 같은 값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거두려면 젤리를 사두자' 라던가,
'젤리사탕이 오늘은 비싸군. 그냥 포도나 사먹자' 라는 식으로 매우 '합리적인 반응'을 보인 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첸씨는 또한 원숭이들에게 도박을 비롯한 다양한 화폐 사용법을 가르쳐 보았고,
그때마다 이 단순한 원숭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은 인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인 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 원숭이의 모조 지폐 >
이러한 원숭이들의 행동이 진정 화폐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라는 의문은, 다음의 어이없는 예를 통해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첸씨의 동료가 원숭이들에게 오이를 먹이로 나눠주다가,
완전한 우연으로 인하여 오이를 동그랗고 얇게 썰어서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숭이들은 처음에는 신나게 오이를 먹었으나, 곧 그 오이 조각이 은색 동전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오이를 들고 첸씨에게 달려와서 '이걸로 뭔가 바꿔달라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원숭이들이 보기에 이것도 나름 동전처럼 생겼으니 괜찮지 않을 까 싶었던 것이지요.
< 원숭이의 은행 강도 >
물론 원숭이는 어디까지나 원숭이이기 때문에 한계도 있습니다.
산토스씨에 따르면 원숭이들은 '저축' 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주면 주는 대로 바로바로 포도나 젤리사탕으로 다 바꿔간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때때로 12개의 동전을 다 쓴 원숭이들은, 연구원이 실수로 흘려놓은 동전들을 슬쩍 훔쳐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원숭이는 더욱 대담해서, 실험을 위해 옆에 쌓아놓은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통째로 훔쳐서
실험실을 빠져나간 뒤 동료들이 있는 우리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은행강도 + 탈옥인 셈이지요. 그 원숭이는 우리로 돌아가자마자 돈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혼돈을 즐겼고
연구원들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팔아 동전을 회수했는데요,
이에 자신을 얻은 원숭이들은 이후에 더욱 자주 강도짓을 벌였다고 합니다.
< 원숭이 매춘 >
원숭이는 그리고 마침내 '동전을 음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다른 것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은행강도 원숭이가 우리로 돌아와 사방으로 돈을 뿌려대는 혼돈의 와중에, 몇 개의 동전을 주운 한 원숭이는,
근처의 암컷 원숭이에게 동전을 주며 그 댓가로 성행위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첸 씨는 차마 이것만큼은 연구 주제로 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원숭이 매춘은 엄격히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원숭이들에게 돈의 사용법을 가르치면, 그들은 예측 가능한 보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응하며,
도박을 할 때에는 비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저축은 하지 않지만 기회가 있으면 도둑질은 하고,
'무엇이던 구매할 수 있는' 화폐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여 마침내 매춘이라는 행위에까지 생각이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인간도 그렇다는 사실을 보면, 동물과 우리들의 차이는 우리 생각만큼 크진 않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