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등번호로 7을 달고 뛰던 데이비드 베컴은 3500만유로(약 620억원)의 이적료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가 이적의 원인이었지만 맨유팬은 구단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선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6년이 흐른 뒤 맨유의 7번이 또 레알 마드리드로 갔다.
전격적이던 베컴의 이적과 달리 지난해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던 이적설이 현실화됐기에 맨유팬의 충격은 덜했지만 쓰린 속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베컴이 떠난 뒤 맨유의 새로운 7번으로 나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다.
맨유와의 계약기간은 2012년까지였지만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분명하게 밝혀 어린 시절부터 원하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마침내 입게 됐다.
맨유는 11일 오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호날두가 이적료 8000만파운드(약 1644억원·9400만유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호날두는 2001년 지네딘 지단이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길 때 기록한 기존 세계 최고 이적료(7600만유로)를 단숨에 경신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로 우뚝 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9일 6800만유로(약 1184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세리에A AC밀란에서 카카를 데려온 뒤 곧바로 호날두 영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호날두의 마음이 이미 맨유를 떠났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기에 맨유가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을 이적료로 제시하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호날두의 마음을 읽고 있던 맨유는 그의 대리인과 얘기를 나눈 끝에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 행을 강력하게 원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결국 기회가 왔을 때 돈이나 챙기는 게 낫다고 판단해 이적을 허락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호날두는 2003년 여름 18세의 나이에 1750만유로(약 23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 입단했다.
1750만유로는 10대 선수의 이적료로는 사상 최고액이었다. 포르투갈령 아프리카 서북해상의 작은 섬 마데이라에 사는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호날두는 움직일 때마다 이적료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97년 호날두가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받던 주급은 45만원이었다. 바닥에서 시작했던 촌놈은 12년 만에 황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