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키움 팬이니 키움 시점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1.
시즌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승후보라는 단어와 맞지않는 성적에 누군가가 댓글로 저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습니다. 괜찮을까요? 하고. 전 괜찮을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했고요.
전 보통 시즌 우승을 더 높게 치지만(그래서 두산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특성상 제가 이 팀에 기대하는 시즌 순위는 적당한 2,3위 정도였습니다. 잘 안풀리면 4,5위에서 시작할수도 있겠다-라고도 생각했고요. 물론 시즌우승을 해야 시리즈우승가능성이 높아진다지만 리그를 압살할 정도의 막강전력도 아니고 주전이 부상당한 이후에 들어올 백업이 과연 어떻게 운용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도 있었고, 과연 타점을 먹어주던 샌즈의 뒤를 이을 용병타자의 실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감독직으로는 첫해인 손혁 신임감독이 부임했다는 변수도 있었습니다.
2.
실제로 시즌이 시작한 뒤, 부상으로 인한 선수 이탈로 타격이 좀 있었습니다.
샌즈가 나간 이후 들어온 모터는 내야수였고, 따라서 이정후와 임병욱을 제외한 외야 한자리의 유력한 후보는 허정협, 김규민, 박정음 정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야수비의 핵심인 임병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수비와 타격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여 장영석과 박준태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감행한 것이겠지만(그리고 박준태가 생각보다 잘한다지만) 외야의 확실한 카드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또한 모터가 어느정도 해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말 못해주면서 3루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물론 있는 엔트리로 어떻게든 돌릴수야 있다지만, 어떻게든 돌리는 것과 잘하는 선수로 채우는건 다른 문제이고 특히 3루 고정을 볼 선수가 없다는 고민은 계속 이어질 문제일수도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해결을 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전병우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선택하게 됩니다.
키움의 타선이 잘나갈때는 상/하위타선의 막힘이 없이 터지거나 어느쪽이 부진하면 다른쪽에서 메꿔주는 선수가 나타나는 경우로 막았는데 이번 시즌에는 주전이 슬럼프나 부상이 오게 되면 대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3.
투수진은 그나마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브리검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최원태, 한현희가 생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괜찮은 불펜진을 구성하고 버티긴 했지만, 불펜이 흔들리는 경우에는 답이없는 상황도 종종 보여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타선이 침체된 상황이 종종 이어지면서 불펜에 심리적, 육체적 부담이 생각보다 커졌고, 그 최악의 경우가 7월에 나왔습니다.
타선의 침체에는 여러가지 면이 있겠지만 특히 박병호의 긴 부진과 타점을 먹어주던 샌즈의 공백을 메꿔줄 선수가 마땅치 않으면서 위의 상황들이 종합되어서 타선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끊어먹는 상황이 빈번했습니다.
또한 결과론이지만 감독이 날려먹었다고 보일만한 경기도 종종 나오면서 팬들이 뒷목잡는 일도 빈번했고요.
사실 흘러가는 상황만 보면 중위권에 머물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선수단의 힘으로 버텼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7월 부진한 경기가 이어지고 불펜에 과부하가 심하게 걸리는 와중에도 잘 던졌던, 2군에서도 잘 던지고 있는 윤영삼 선수가 전혀 콜업되지 않는 상황이 보이면서 팬심도 들끓게 됩니다.
감독에 대한 불만, 타선에 대한 불만, 투수진 성적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성적도 기대치만큼 나오지 못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안좋아지죠.
4.
재밌는건 이미 내야 주전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된 상태에서 내야수인 러셀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풀리게 됩니다.
부상으로 빠졌던 브리검이 복귀하고, 국내 선발들이 기복은 있다지만 안좋은 모습 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불펜이 운용될 여유가 생겼고, 2루-유격을 볼 수 있던 내야수인 김혜성이 외야에서도 준수한 수비실력을 보여주며 외야의 안정감과 더불어 선수단을 운용할 여유를 줌과 동시에 타선을 꾸리는데도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게 됩니다.
타순에도 러셀이 믿음에 부응하며 3번을 맡아줌으로써 타격이 좋은 선수를 뒤에 이어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안좋은 타격감으로 4번에서 흐름을 끊어먹던 박병호를 하위타순으로 돌릴 여유가 생기며 어느정도의 기대점수를 뽑음과 동시에 하위타선이 살아남으로써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선수단의 상황이 김하성과 이정후의 자리를 만들어준 것처럼 올 시즌 안좋았던 상황이 김혜성에 대한 사용법을 조금 더 확장시킨 경우로 돌아왔습니다.
5.
사실 팬들이고 감독이고 간에 가장 머리 아팠던 것은 박병호의 부진이었을겁니다. 정말 아예 못하면 빼버리겠는데 그정도는 아니니 2군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상징성과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쉽게 하위타순으로 배치하는 것도 마땅치않았죠.
현대 야구에서 4번의 위치가 과거보다 덜하다하지만 아직 한국야구에서 4번타자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수비도 괜찮은 편이고, 자기관리나 선수단의 본보기로는 좋은 선수지만 멘탈적인 부분과 손목에 안고있는 고질적인 부상은 올 시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투구에 대한 판단이 지나치게 빠르고,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스윙이 느리거나 빠른 공을 의식하며 노려치다 변화구에 너무 빠르게 배트가 나오거나 배트 멈추는데에 애를 먹거나 하며 삼진만 쌓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움 팬들은 박병호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랄겁니다.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알고 성공을 함께한 타자니까요.
사실 박병호와 가장 유사한 선수가 임병욱 선수인데, 좋은 수비실력과 이쁜 폼을 갖고 있음에도 타석에서 압박감이 있는 것인지 투구를 너무 빠르게 판단하는 바람에 떨공 삼진을 그 이쁜 폼으로 잘 당하는 선수였습니다.(물론 걸리면 장타였지만)
물론 임병욱 선수는 아직 어리고, 야수들은 특히 경험치가 쌓이며 터지는 선수가 종종 있으니... 제발 그만 부상당하고 돌아와서 자기 자리 좀 챙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