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한 내야수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 끝에 결국 유니폼을 입혔다.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오랜 기간 활약한 안치홍(34)이 그 대상이었다.
한화는 타선에서 '칠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했고, 오랜 기간 자신의 성적을 꾸준하게 유지한 안치홍은 꽤 안정적이자 매력적인 카드였다. 나이가 있기는 했지만 성실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고 장기적으로는 1루도 볼 수 있는 만큼 팀의 장기적 구상에 크게 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 결과가 4+2년 총액 72억 원의 계약이었다. 첫 4년간 보장 47억 원과 인센티브 8억 원 등 총 55억 원에 계약하고, 나머지 2년의 17억 원은 상호가 옵션을 가졌다.
반대로 롯데는 안치홍이 팀을 떠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준우와 안치홍이 같이 FA 자격을 얻은 상횡에서 팀의 샐러리캡을 고려하면 두 선수를 모두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의 오퍼 조건을 확인한 롯데가 깔끔하게 미련을 접은 이유였다.
이적 당시까지만 해도 한화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젊은 선수들이 아직은 제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공격 생산력을 더할 수 있는 안치홍의 가세는 분명 호재로 보였다. 계약 금액에 대한 논란은 있어도 플러스 효과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반대로 롯데는 울상이었다. 칠 선수들이 많지 않은 타선에서 그나마 쳐 주고 있었던 안치홍이 빠졌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이 저조한 흐름을 이어 가자 그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반 시즌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실리는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의 논쟁은 있지만 안치홍의 가세는 기대대로 한화 공격력에 플러스 효과를 줬다. 롯데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안치홍의 보상선수 대신 고심 끝에 보상금만 택한 롯데는 그 빈자리를 고승민(24)이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다.
안치홍은 시즌 92경기에 부지런히 나가 타율 0.293, 10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2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살아나며 자신의 평균을 찾아가고 있다.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 따르면 안치홍의 조정 득점 생산력(wRC+)은 110.7로 여전히 리그 펑균을 상회한다. 안치홍은 30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꾸준히 110~120 정도의 wRC+를 기록한 선수였다.
한화가 나이가 더 들어가는 안치홍에게 최근 3년 수준 이상의 공격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3년 수준에서 오차범위를 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보면 한화의 투자 당시 기대치 정도는 채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안치홍이 조금 더 공격에서 공헌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노시환을 뒷받침할 선수로 안치홍과 채은성이라는 베테랑들을 콕 집어 말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공격 그래프만 놓고 보면 조금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롯데는 고승민의 등장에 안도의 한숨이다. 고승민이 안치홍이 하던 것 정도만 해도 롯데는 돈도 아끼고, 세대교체 물결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FA 전쟁의 진짜 승자가 될 만하다. 고승민은 시즌 67경기에서 타율 0.293, 6홈런, 45타점, OPS 0.792를 기록 중이다. 외야와 2루를 오갔지만 올해는 2루로 고정됐고, 어린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공격 잠재력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고승민의 wRC+는 100.5다. 안치홍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은 아니다. 다만 풀타임 경험이 아직 없는 선수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75로 곡선이 떨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고비를 넘긴다면 내년을 향한 굉장히 단단한 발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화도 이기고, 롯데도 아쉽지 않은 FA 이적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