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일본 독립리그 출신 대체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와 연장 계약을 마쳤다.
두산은 21일 '시라카와와 계약기간 보름, 총액 140만엔(약 1300만원)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만료일은 9월 4일이다. 두산은 지난달 10일 시라카와와 처음 대체 외국인 계약을 체결할 당시 6주 400만엔(약 3600만원)에 계약했다. 두산은 시라카와와 계약을 연장하는 기간만큼 첫 계약과 동일한 수준의 금액을 책정했다. 시라카와는 두산에서 총 8주 동안 540만엔(약 4900만원)을 챙기게 됐다. SSG 랜더스와 6주 총액 180만엔(약 1600만원) 계약까지 더하면 한국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만 무려 14주를 버티면서 720만엔(약 6600만원)을 벌어들였다. 대체 외국인 성공 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 관계자는 ""시라카와는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은 계약기간에도 좋은 투구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산은 브랜든이 지난 3일 불펜 피칭 이후 어깨 통증을 다시 호소했을 때부터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검토했다. 어깨는 투수에게 민감한 부위고, 어깨 통증이 발생하면 일단 1~2주는 공을 잡을 수 없기 때문. 당초 두산은 재활이 아주 잘 이뤄진다면, 브랜든이 재활선수 의무 등록 기간인 6주가 끝나는 지난 9일부터 1군 마운드 복귀 시점을 계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첫 불펜 피칭부터 꼬이면서 차질이 생겼다.
두산은 시라카와와 첫 계약 종료일인 20일 전에 연장 계약을 추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과 프런트 모두 당장은 시라카와가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조던 발라조빅과 곽빈 외에도 확실한 선발투수 한 명이 더 필요했다. 그나마 현재 최원준이 4선발 임무를 잘 해내고 있지만, 5선발은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온 최승용이 2~3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로테이션을 돌릴 만큼 국내 선발투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이 절실했던 이유다.
두산은 처음 연장 계약을 검토할 당시 시라카와가 잔류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시라카와는 KBO리그를 일본프로야구(NPB) 드래프트 도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기에 시즌 끝까지 완주하기는 어려웠다. 두산은 일단 잔여 일정이 어떻게 편성되는지 기다렸고, 두산이 시라카와가 필요한 최소 기간과 시라카와가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을 계산해 2주로 정했다. 시라카와는 고심 끝에 2주 더 두산과 함께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SSG와 계약하면서 KBO리그 최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등록됐다. SSG에서 활약을 인정 받은 시라카와는 계약 종료 뒤 두산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당시 두산은 부상인 브랜든을 대체할 선수가 필요했고, 이미 150만 달러(약 20억원)를 투자했던 라울 알칸타라와 결별한 가운데 브랜든까지 아예 포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대체 외국인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브랜든 본인의 재활과 복귀 의지가 강했기에 구단이 선수를 믿고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시라카와는 KBO리그에서 더 뛸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에 두산이 내민 손을 잡았다. 두산은 SSG에서 받았던 금액의 2배를 챙겨주면서 동기 부여를 제대로 해줬다.
시라카와는 SSG와 두산 시절을 통틀어 올해 KBO리그 11경기에서 4승4패, 53⅓이닝,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다. 두산에서는 6경기에서 2승2패, 30⅓이닝,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했다. 두산 이적 후 체력 저하와 제구 난조로 애를 먹었는데,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계약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는 8이닝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5-0 승리를 이끌면서 가치를 입증했다.
두산은 일단 시라카와를 2주 동안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안도할 수는 없다. 브랜든이 마운드로 복귀해야 두산의 숙제가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 두산은 건강한 브랜든을 포스트시즌 1선발로 생각하고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2장을 일찍이 다 썼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브랜든-발라조빅 외국인 원투펀치를 꾸릴 예정이라 적어도 9월 초까지는 브랜든이 1군 마운드에 돌아올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브랜든의 몸 상태와 관련해 "브랜든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브랜든은 지금 포스트시즌까지 외국인 1선발을 맡아야 할 선수라 몸이 우선 돼야 한다. 지금 벌써 (이탈한 지) 두 달 가까이 된다. 실전 감각이 없고 다시 캐치볼부터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그때까지는 시라카와가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팀이 힘들다"고 말했다.
시라카와는 22일 포항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직전 등판의 호투를 이어 가면서 연장 계약을 자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