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은 최근 유럽파 공격수 중 가장 좋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였다. 특히 지난달 28일(한국 시각) 스타드 렌과 벌인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선 ‘가짜 9번(false 9·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등번호 9번 선수 없이 미드필더들이 공격수 역할 병행)’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프랑스 언론이 선정하는 ‘이 주의 팀’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은 2일 잉글랜드 강호 아스널과 벌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페이즈 2차전에서도 이강인을 ‘가짜 9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아스널의 강력한 압박에 PSG가 공격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면서 이강인에게 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PSG는 전반 20분 카이 하베르츠에게 헤더로 선제골을 허용했고, 35분엔 부카요 사카에게 프리킥 실점을 내줬다. 0-2로 끌려가자 엔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이강인의 위치를 오른쪽 날개로 바꿨다. 그러자 PSG의 공격도 살아났다. 후반 21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후벵 네베스가 오른발로 연결했으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후반 23분 이강인이 날린 무회전 중거리 슛을 다비드 라야 골키퍼가 겨우 쳐냈다. 이강인이 고군분투한 PSG는 결국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하고 아스널에 0대2로 패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키 패스(득점 기회로 연결된 패스) 5회를 기록한 이강인에게 평점 6.7을 부여했다. 네베스(6.9)에 이어 팀 내 2위. UCL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스페인 지로나에 1대0으로 이겼던 PSG는 1승 1패, 승점 3으로 36팀 중 18위에 위치했다.
올 시즌 새로 개편된 UCL은 각 팀이 홈 4경기, 원정 4경기씩 8경기를 벌여 전체 순위를 산정한다. 1~8위가 16강으로 직행하고, 9~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16강행을 다툰다. 이전보다 하위 리그 팀의 참가가 늘어난 만큼 전력 차가 커서 대승이 자주 나오고 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바르셀로나(스페인)도 골 폭죽을 쏘아 올리며 나란히 첫 승을 신고했다. 맨시티는 이날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와 벌인 UCL 페이즈 2차전에서 일카이 귄도안과 필 포든, 엘링 홀란, 제임스 매카티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4대0으로 승리했다. 바르셀로나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멀티 골로 활약하며 영보이스(스위스)를 5대0으로 대파했다. 맨시티는 1승 1무(승점 4)로 4위, 바르셀로나는 1승 1패(승점 3)로 10위에 자리했다.
설영우(26·즈베즈다)와 양현준(22·셀틱)은 UCL 무대에서 쓴맛을 봤다. 설영우가 속한 세르비아 즈베즈다는 인테르(이탈리아)에 0대4로 무릎을 꿇었다. 설영우는 오른쪽 수비수로 교체 없이 뛰었지만, 대패를 막지 못했다. 양현준이 후반 교체 출전한 셀틱(스코틀랜드)은 도르트문트(독일)에 1대7로 졌다. 도르트문트는 2승을 거두는 동안 10골을 넣고 1골만 잃으며 선두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