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 클럽 SSC 나폴리는 2022-2023시즌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에 섰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가 활약했던 1989-1990시즌 이후 첫 우승이라 나폴리는 연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다 나폴리로 이적해 ‘빗장 수비’의 본고장인 세리에A에서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된 센터백 김민재(28)의 맹활약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그런 김민재를 가만두지 않았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둥지를 옮기고, 우승 사령탑이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도 나폴리를 떠나면서 팀은 급전직하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는 뤼디 가르시아 감독이 6승3무3패의 성적으로 경질되고, 뒤를 이은 발테르 마차리 감독마저 4승3무5패란 초라한 성적으로 물러나 프란체스코 칼초나 감독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리에A 최종 성적은 10위(13승14무11패). 2022-2023시즌 김민재와 함께 최소 실점(28골)을 했던 팀이 48골이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1년 만에 리그 중위권 팀으로 전락한 나폴리는 이번 시즌 부활을 다짐하며 안토니오 콘테(5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콘테는 유벤투스와 인테르를 이끌며 세리에A 우승 4회, 첼시 사령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을 이끈 명장. 하지만 최근 토트넘을 맡고는 트로피를 하나도 들지 못해 명성에 금이 간 상황이라 명예 회복에 대한 욕심이 컸다.
콘테의 나폴리는 세리에A 1라운드에서 베로나에 0대3으로 패하며 우려를 샀으나 이후 6승1무로 내달리며 승점 19로 선두에 올라 있다. 지난 20일 8라운드에선 엠폴리에 1대0 승리를 거두며 1위를 지켰다. 2위가 인테르(승점 17), 3위는 유벤투스(승점 16). 뛰어난 수비 전술로 유명한 콘테답게 올 시즌 나폴리는 세리에A 8경기에서 5실점에 그치고 있다. 유벤투스(1실점)에 이은 최소 실점 2위다.
콘테는 첼시 사령탑 시절 에덴 아자르(은퇴)를 EPL 최고 공격수로 만들었고, 토트넘을 지휘할 땐 손흥민을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에 등극시키는 등 선수 기량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올 시즌엔 그동안 부침이 심했던 스트라이커 로멜로 루카쿠가 콘테 체제에서 공격포인트 리그 4위(7개·3골 4도움)에 오르며 활약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데려온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가 뒤를 든든히 받친다. 콘테는 “아직 우승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탄탄한 토대를 세워 팀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는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