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가 적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첫 2경기를 모두 내줬다. 15년 만에 다시 잡은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이 빠르게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렸다.
양키스가 대단히 불리한 처지에 놓인 건 틀림없다. 포스트시즌 7전 4승제 시리즈에서 2번을 먼저 지고도 역전한 경우가 많지 않다. 시리즈 2패로 출발한 92개 팀 중 15개 팀만이 결과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월드시리즈로만 한정하면 51개 팀 중 10개 팀뿐이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양키스가 기대하는 대역전 우승의 사례가 이제까지 없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장 양키스 역사만 따져도 2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중 먼저 2경기를 내주고 뒤집은 게 4차례다.
1996년은 양키스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시즌이다. 오랜 부진을 깨고 그해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양키스는 이후 1998~2000시즌 월드시리즈 3연패로 새 왕조를 구축했다.
기념비적인 시즌이지만 월드시리즈는 험난했다. 애틀랜타를 만나 먼저 2경기를 내줬다. 홈에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올 시즌보다도 오히려 사정이 더 안 좋았다. 양키스는 3차전 선발 데이비드 콘이 6이닝 1실점으로 버티면서 간신히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4차전은 극적이었다. 5회까지 먼저 6점을 내줬다. 6회 3득점하며 간신히 간격을 좁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패색이 짙었지만, 8회 2사 후 짐 레이리츠가 대타로 나와 3점 홈런을 때렸다. 극적으로 연장 승부를 만든 양키스는 연장 10회 역시 대타로 나간 웨이드 보그스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는 등 2점을 올리며 6점 차 지던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확실하게 분위기를 잡은 양키스는 5, 6차전마저 연달아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1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96년 양키스는 홈에서 월드시리즈 첫 2경기를 모두 패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역대 3번째 팀이었다. 동시에 첫 2경기 패전을 뒤집고 우승한, 지금까지 마지막 사례이기도 했다.
1978년 양키스와 1958년, 1956년 양키스도 월드시리즈 첫 2경기 패배 후 역전 우승을 했다. 1978년 양키스는 다저스에게 먼저 2경기를 내줬지만 이후 내리 4연승으로 우승했다. 1958년과 1956년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했다. 1958년은 밀워키 브레이브스, 1956년은 브루클린 다저스가 상대였다. 직전 시즌인 1955년 양키스는 다저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2선승 후 역전을 당했는데, 바로 1년 만에 똑같은 형태로 설욕에 성공했다. 양키스 돈 라슨의, MLB 역사상 단 1차례뿐인 포스트시즌 퍼펙트게임이 나온 게 1956년 월드시리즈이기도 했다.
시리즈 2패로 시작해 역전 우승에 성공한 10차례 사례 중 절반 가까운 4차례의 주인공이 양키스였다. 그리고 그 절반인 2차례 우승 상대가 다름 아닌 다저스였다. 양키스가 꿈꾸는 기적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