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잘 추슬러야죠.”
프로농구 원주 DB 김주성 감독(45)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DB가 그 예상과 달리 지독한 부진에 빠진 탓이다.
DB는 지난 27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부산 KCC와 홈경기에서 70-77으로 졌다. 서울 삼성과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4연패. 순위도 9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개막 5연승으로 선두에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DB의 부진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DB는 개막 전 전초전 격이었던 컵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면서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전력을 고스란히 지켰기에 가능했다.
DB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선 알바노와 재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대어로 떠올랐던 강상재와 김종규를 모두 붙잡았다. DB가 전력 외로 분류했던 MVP 출신 가드 두경민을 창원 LG로 보내는 대신 이관희를 영입한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력이 상승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1옵션 외국인 선수로 디드릭 로슨 대신 치나누 오누아쿠를 영입했다는 정도다. 다재다능한 로슨이 떠난 것은 아쉽지만, 오누아쿠가 골밑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만큼 손해는 아니었다. 실제로 오누아쿠는 컵대회 맹활약으로 MVP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경계대상 1순위였던 DB는 정작 정규리그에선 힘을 못 쓰는 원인은 오누아쿠와 나머지 선수들의 불협화음에서 찾는다. 오누아쿠의 기량 자체는 준수하다. 오누아쿠는 5경기에서 평균 26분 57초를 뛰면서 14.4점(14위)과 11.2리바운드(6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오누아쿠가 코트에서 뛸 때 나머지 선수들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DB는 오누아쿠에게 공이 투입되면 좀처럼 밖으로 돌지 않고 있다. 알바노가 정관장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이번 시즌 부진한 것은 하드콜로 집중 견제를 받는 영향도 있겠지만 오누아쿠와 호흡이 살아나지 않는 것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오누아쿠의 잦은 실책(경기당 평균 4.8개·1위)도 문제다. 그가 무성의하게 던지는 패스 하나에 흐름이 꺾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KCC전도 그가 7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패배를 자처하고 말았다.
자연스레 DB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뽑는 것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DB가 오누아쿠에게 계약기간 연봉을 모두 보장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교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DB는 오누아쿠를 보듬어 안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경기인 11월 2일 수원 KT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활로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누아쿠와 강상재, 김종규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트리플 포스트도 고려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경기에서 확실히 경기력은 좋아지고 있다. 남은 시간 분위기를 잘 수습해 다시 한 번 반등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