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21·KIA)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빠른 발을 앞세워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팀 우승이 먼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타격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베이스라도 더 달려 신나는 야구로 첫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팀 퍼스트’를 한 번 더 되새긴 가을야구, 그래서 김도영의 마음 속 한쪽에는 수비에 대한 다짐도 자리잡고 있었다. 3루수 김도영은 올시즌 수비 스트레스를 겪었다. 빼어난 타격 성적과 반대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 실책을 기록했다.
김도영이 수비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박기남 KIA 수비코치는 “실책하는 날 오히려 (방망이를) 잘 치니까 실책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정신적으로 김도영을 다독여주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수비에 집중하려 했던 김도영은 5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김도영도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큰 수확을 수비로 꼽았다.
김도영은 “타격에서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못 보였지만 수비에서만은 이제는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타격은 안 돼도 수비는 꼭 잘 해야 된다고 마음먹고 시리즈를 시작했고 수비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김도영은 “내 뒤의 타자들이 다 좋다. 베테랑 선배님들의 역할이 한국시리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내가 무작정 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도루도 자제했다”며 “내년에도 목표는 공격보다 수비”라고 말했다.
올해 폭발적인 활약으로 리그 중심에 올라선 3년차 김도영은 한국시리즈를 통해 또 성장했다. 이범호 감독은 우승 뒤 “김도영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주면서 팀 자체가 변화한 시즌이었다. 김도영이라는 선수 한 명이 내야 한 자리를 차지해주면서 팀의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좋은 팀으로 변했다. 앞으로 도영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분발해서 매년 한 명씩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다. 김도영이 좋은 선수로 거듭나준 것이 올해 참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도영도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봐주고, 그 능력을 끌어올려준 사령탑에게 우승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도영은 “감독님의 도움이 정말 컸다. 작년에 내가 정신적으로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너는 주전’이라고 말해주셨다. 보여준 게 없었는데도 그렇게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그 말 한 마디가 올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며 “우승하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다. (시리즈 들어) 폐 끼치지 않게 더 집중해서 야구했다. 그동안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로 그냥 다 날아갔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