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통사고 사고처리반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오늘은 내 경험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차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경차는 대우 티코를 시작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되었지. 초기에는 엄청난 판매 부진에 시달렸지만 97년 우리나라가 IMF라는 경제위기를 맞고 이어 98년에 차체를 키운 마티즈가 판매되면서 바야흐로 경차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경차 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0년으로 당시 경차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8.9%를 찍었지. 하지만 그 판매량은 점점 줄어 지금은 서울시 기준으로 5%가 안된다. 과연 왜 그럴까?
보통 경차 사고를 한번이라도 자기눈으로 본 사람은 다시는 경차를 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저히 사람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칠 사고가 아닌데도 경차사고는 쉽사리 사망사고나 중상사고로 이어지는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나도 교통사고 사고처리반에서 근무하면서 참 많은 사고 현장을 가보고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했지만 경차는 정말 목숨을 내놓고 달리는 차라는 표현이 딱 와닿더라.
경차의 혜택
그럼 대체 경차를 타는 사람들은 왜 경차를 타는걸까? 그 이유를 먼저 정리해준다.
1. 등록세 취득세 면제
2. 도시철도 채권면제
3. 특별소비세 면제
4. 교육세면제
위가 경차 구입시의 혜택이다. 그럼 이번에는 유지하면서 보는 혜택을 보자.
1. 종합보험료 : 10% 할인
2. 공영주차장 혼잡통행료 고속도로 통행료 : 50%할인 (고속도로 통행료는 30% 15% 0% 순차적으로 폐지될지도 모른다)
3. 지하철환승주차장 : 80%할인
4. 자동차세 및 교육세 : 128,960원
5. 강제차량 10부제 제외
6. 경차 유류세환급/리터당300원-연간 10만원 한도
유지 혜택에서 사실상 지하철 환승주차장은 나같은 경우 차를 25년간 끌면서 단 한번도 이용한적이 없고 강제차량 10부제도 88 서울올림픽이후로 시행된적이 없을 뿐더러 강제차량 10부제 자체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혜택도 아니다. 즉 에쿠스 몰고 차량 10부제 안지켜도 아무도 법적으로 뭐라고 할수없다. 더구나 혼잡통행료 내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0.01%도 안되고(출퇴근 길이 남산터널이거나 남양주 이런데 사는 극소수 사람들) 고속도로 통행료는 순차적으로 폐지시킨다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비용을 중형 승용차인 쏘나타 2000cc와 비교한다면 보험료와 세금면에서 1년에 차이나는 금액은 40만원 내외다. 한달 3만원 정도의 비용차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외 기름값 차이는 뒤에서 다룸)
교통사고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립이 필요
자 경차의 비용적 혜택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경차의 안정성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꼭 좀 그런애들이 '나만 운전 잘하면 사고 안나' 라는 되도 안되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내가 교통사고 사고처리반에서 근무한 결과 사망사고의 95%가 한쪽의 일방적인 과실로 이어지고 피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이유인즉슨 사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람이 죽을 정도의 사고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방어 본능이 있기 때문인데 보통 사망사고의 경우는 완전한 out of control (제어불능상태) 상태에서 일어난다. 즉 사고를 당하는쪽이 절대 방어할수 없는 천재지변같은 상황으로 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희가 운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시속 60킬로의 도로에서 시속 50킬로로 안전주행을 하고 있다. 신호가 파란색이고 앞차도 잘 지나갔고 옆차도 잘 지나갔고 전방과 주변을 잘 둘러봤지만 특별히 달려오는 차도 없다. 그래서 신호등에 따라 안전속도를 지키며 사거리는 통과했지만 갑자키 쿵하며 비명횡사를 했다. 이게 바로 교통사망사고의 특징이다. 전혀 본인의 방어운전 능력과 의지로는 막을수가 없는 out of control 상황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특히 운전을 할때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본능이 작동한다. 그런데 결국 사람이 죽는 사고는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내가 위에서 설명한 이유때문이다. 한명의 또라이가 도로위에서 상식밖의 칼질을 해댄다던가 상식밖의 신호위반 혹은 예상치 못한 차량 결함으로 언제든 도로위에서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고가 나는 것이다.
어차피 이 세상에 운전하는 운전자의 99.9%는 사고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접촉사고만을 경험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대수롭지 않은것' '조금만 조심하면 피할수 있는것' 이라고 생각을 한다. 근데 사실 그런 사고는 아무리 크게 나봤자 휀다 가는 정도의 사고다. 끼어들기 하다가 사망사고 나는 경우를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즉 운전할때의 대형교통사고는 전혀 다른관점에서 봐야한다. 접촉사고 경험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대형교통사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봐야한다.
1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5392명 (2012년 경찰청 통계) 이다. 1년에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의 숫자는 260명에 불과하다. 그렇게 로또는 당첨되달라고 몇천원 몇만원씩 사제끼면서 그보다 몇십배 확률이 높은 사망사고는 '나에겐 일어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모순이다. 너희가 로또 5천원에라도 당첨된적이 있다면 의도치않은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아래는 비교적 최근에 일어는 대형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몇개 모은것을 일베에서 퍼온것이다
http://www.ilbe.com/1467882267
영상을 보고 왔으면 알겠지만 이중에 피해자가 막을수 있는 사고가 있나? 큰사고는 필연적으로 예측할수가 없다. 인간의 방어본능이 막을수 없는 무력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다시 논점을 경차로 가져와 보자
경차는 안전운행을 해서 사고율이 낮다? - 대표적 개소리
전체 등록차중 경차의 비율은 5% 전후다. 그런데 사망사고의 30%에 육박하는 피해자가 경차 탑승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걸까? 꼭 어리숙한 애들이 대형차 치사율이 높다는 신문기사를 퍼오는데 그건 통계의 장난에 불과하다. 경차는 워낙에 무시하고 끼어드는 차가 많아서 접촉사고 비율이 많지만 비싼 대형차는 접촉사고 자체가 잘 안난다. 예를들어 1년에 경차 접촉사고가 9970건 대형사고 30건(사망사고 20건)이라고 하면 대형차는 접촉사고 1500건에 대형사고 30건(사망사고 5건)이 난다. 즉 분명 대형차가 사망사고건이 더 적은대도 사고비율로는 대형차가 더 많이 죽었다는 비율이 나온다. 경차는 10000건에 20명이 죽고 대형차는 1500건에 5명이 죽은걸로 계산하니까... 이런 통계의 장난질에 속지 말아라.
쿠킹호일로 유명한 현대 YF 쏘나타의 후방충돌 사고 모습이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라 서있는데 뒤에서 차가 덮치는걸 예방할수 있나? 위의 쏘나타 사고는 시속 80킬로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받쳤다. 트렁크가 완전히 사라지고 차가 튕겨나갔다. 운전자 전치 4주 뒷좌석 전치 6주의 나름 대형사고에 속하는 사고다. 이와 비슷한 사고가 모닝에게 일어난 현장을 가본적이 있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가족 4명 모두가 사망했다. 쏘나타 운전자는 살고 모닝 일가족이 죽은 이유는 단하나다. 경차를 탔기 때문이다.
경차는 왜 위험할까?
경차는 태생적 결함을 안고 있다. 1000cc 80마력이라는 작고 약한 마력으로 공차중량 800kg(뉴모닝 기준) 를 이끌어 나간다. 거기다 크기 제한까지 있어서 무게 중심이란게 철저하게 무시되서 설계된다. 작은 차체에 억지로 엔진을 넣고 크기를 구기다보니 조금만 무게중심을 쳐도 쓰러지게 되어있다. 특히 가속도의 원리상 모닝이 시속 80km로 달리고 있을때 일반적인 승용차에 뒤를 살짝 받친다면 바로 전복이 된다. 세단에서는 절대 일어날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경차가 과연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지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http://www.diodeo.com/id=yoonred&movie=001824800&pt_code=01
그냥 눈으로 봐도 알겠지만 가해차량의 속도는 시속 20킬로 전후이다. 달려오는 마티즈의 속도도 결코 빠르지 않다. 하지만 말그대로 탁치니 억하고 넘어갔다. 이게 바로 경차의 현실이다. 일단 세단이었으면 그냥 안개등이랑 범퍼 몇개 깨지고 말았을 사고다. 참고로 이사고로 경차 탑승자는 왼쪽 팔이 부러지고 이마를 15바늘이나 꿰멨다. 마티즈 차량 견적은 앞범퍼 앞휀다 앞문짝 뒷문짝 뒷범퍼 뒛휀다를 갈았다. 가해차량은 범퍼만 도색한 것으로 안다. 누군가에게는 범퍼만 도색하면 될 사고가 경차에게는 수백만원의 수리비와 전치 8주의 상처를 주는것이다.
이번엔 경차와 쏘나타가 서로 옆면으로 부딪힌 사고 영상을 한번 보자.
http://channel.pandora.tv/channel/video.ptv?c1=01&ch_userid=mmgoon&prgid=44498325&ref=na
비슷한 속도에서 경차와 쏘나타가 서로 옆면을 부딪혔다. 속도도 절대 과속상황은 아니다. 일단 이 사고는 과실여부를 떠나서 서로 동일하게 박았을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자는 차원으로 올린거다. 쏘나타는 잠시 휘청하고 멈추지만 경차는 바로 전복이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쏘나타와 경차의 견적차이는 비교할수도 없고 전복된 마티즈 운전자는 평생 목디스크라는 중상을 갖고 살아가야 된다는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다. 저 경차 운전자가 경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저 보험처리로 끝낼수 있는 단순한 접촉사고에 불과한 사고다. 하지만 저 사람이 평생 목디스크를 갖게 된 이유는 경차를 탔기 때문이다.
경차는 연비가 좋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
만약 당신이 전혀 막히지 않는 도로에서 시속 70킬로의 속도로 정속주행을 할수있는 도로환경에서만 차를 탄다면 경차는 분명 경제적 이점을 가져다 줄것이다. 자 객관적 펙트를 위해 경차와 중형차인 쏘나타의 스펙을 비교해보자.
모닝 - 1000cc 최대출력 82마력 공차중량 800kg
쏘나타 - 2000cc 최대출력 172마력 공차중량 1400kg
모닝 엔진 두개를 달아도 쏘나타 한대 엔진에 안된다. (어차피 같은 회사의 엔진이므로 뻥마력은 무시하고 넘어가자) 근데 엔진 마력으로 따지면 모닝은 1마력이 9.75kg을 끌어야 되고 쏘나타는 1마력이 8.13kg을 끈다. 한마디로 모닝은 같은 조건에서 기본적으로 엔진이 항상 힘이 달린다고 보면 된다. 엔진이 힘이 달리면 벌어지는 현상은 다들 알다시피 불완전 연소 혹은 과도한 rpm이다. 쏘나타는 시속 80킬로를 달리려면 엔진이 최고단에서 2000rpm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모닝이 시속 80킬로를 달리려면 최고단에서 2600rpm 이상을 써야된다. 한마디로 같은 시속 80킬로로 달릴때 모닝은 엄청나게 기름을 빨아먹는다고 보면된다. 물론 시내에서 운전을 한다면 모닝의 연비가 쏘나타보다 좋다. 혹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70으로 운행을 한다해도 모닝의 연비가 좋다. 하지만 기름값 몇푼 아끼겠다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70으로 달렸다가는 뒷차에 받쳐서 사망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결론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으로 달린다면 쏘나타의 연비가 모닝보다 잘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쏘나타의 고속도로 연비는 14km/l 를 상회하고 모닝의 경우는 시속 110킬로로 땡기면 12km/l 도 나올까 말까라는 모닝 동호회의 푸념섞인 글을 심심찮게 볼수있다.
즉 대한민국의 평범한 촐퇴근 환경과 보통의 국도 & 고속도로 환경을 고려하면 실제 모닝과 쏘나타의 유류비 차이는 크지 않다. 물론 과도하게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차이가 나겠지만 말이다.
결론 - 직업상 꼭 차가 필요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아니라면 경차는 타지 말아라
경차는 목숨을 담보로 차를 할인받아 탄다는 얘기가 있다. 위에서 다뤄보았지만 이 말은 거의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직업상 차가 꼭 필요한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면 어쩔수 없이 경차를 타야할것이다. 사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퀵서비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를 타지말라고 얘기할수는 없잖은가? 즉 오토바이와 경차는 정말 불가피한 사회 최저계층이 아니고서는 절대 피해야할 선택이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로또가 당첨되기를 바라면서 왜 경차타다 죽을거란 생각은 안하나? 왜 사람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면서 더 위험한 경차에 대한 경각심은 갖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의 목숨값이 고작 등록세 취득세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정도 밖에 안되는가? 월 10만원이 넘어가는 암보험은 가입하면서 왜 차는 경차를 타는가? 경차를 타가 불구가 되면 1년 병원비만 몇억날리고 알거지가 된다. 돈이야 다시벌면 된다지만 불구가 된 몸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푼돈 몇푼 때문에 당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지마라. 교통사고 사고처리반에서 근 20년을 근무하고 얻은 나의 현명한 결론을 가벼이 듣지 말기를... 나중에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평생 움직이지 않을 하반신을 어루만지며 후회의 눈물을 흘려봤자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은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생각한다면 경차는 절대 구입하지 마라. 진심이다.
3줄 요약
1. 다른차면 접촉사고로 끝날 사고가 경차면 대형사고가 될 확률이 높음
2. 유지비 차이도 생각보다 크지 않음
3. 푼돈 아낀다고 인생을 걸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