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라면, 이런 것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이것이 바로 '스타일'이기도 하니까.
그는 리바이스501을 입고 오래된 마란츠 오디오에서 톰 웨이츠의 음악을 듣는 남자면 좋겠다. 캐주얼하게 입든 드레스업을 하든 스트랩의 가죽이 살짝 벗겨진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는 남자면 어떨까.
메모할 땐 낡은 에르메스 수첩을 꺼내고, 자주 사용하진 않지만 서랍 깊숙한 곳에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몽블랑 만년필을 소중히 보관해두고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 아버지와 멋진 추억이 많은 남자는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우니까.
싸 구려 소주 맛부터 최고급 프랑스 와인 맛까지 가는 남자는 어느 술집에 가서든 자연스러워보여 좋다. 주말에 청담동에서 브린치를 즐기는 남자보다는 하얀색 라코스테 피케 셔츠를 입고 테니스를 치러 가는 남자가 훨씬 더 사랑스럽고, 평소 그가 입은 수트는 제냐보다는 톰 브라운이면 조금 더 좋겠다.노련해 보이진 않지만 훨씬 신선하게 느껴지니까.
질 샌더와 헬무트 랭의 화이트 셔츠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적어도 캘빈 클라인 로고가 벨트처럼 보이는 팬티를 입진 않겠지.
올리버피플 안경, 랄프로렌타이같은 섬세한 액세서리를 갖고 있지만, 레이밴 선글라스의 터프한 낭만을 알고, 유니클로에서 컬러별로 양말을 사는 남자가 귀엽다.
우 주선처럼 생긴 신형 자동차보다는 폭스바겐골프같은 실용적인 자동차를 선택하는 남자, 버버리 트렌치 코트를 입고도 가제트 형사가 아니라 세르주 갱스부르처럼 보이는 남자 어디 없을까. 마지막으로 그런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 주머니에선 코닥 일회용 카메라나 콘탁스T2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 손으로 그걸 들고 드르륵 드르륵 돌리며 친구들도 찍고, 강아지도 찍고, 내 구두 앞코도 찍어준다면 너무 행복하겠다. 하지만 마크 보스윅도, 한대수도 라이카 M6을 쓴다는 것을 아는 남자라면, 더 말해 무엇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