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만우절 날 시시하게 친구들한테 농담 따먹기 했었죠..
"대룡아 담탱이가 너 오래."
"만우절이자나 ㅅㅂㄻ"
이런 방식으로 시시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무료함을 느끼고
전혀 새로운 타겟을 정했습니다.
바로 선생님!
유독 감성이 풍부하고
시를 읽으며 눈물을 짓거나
말도 나긋나긋하게 하시는 국어선생님이 그 대상이었죠...
플랜은 이러했습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수업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갈 무렵에
한 친구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서 실성한 듯이 쓰러지며 괴로워 하는 구라를 준비했습니다.
이윽고 2교시 국어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문학도 들어오십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에
우리는 모두 침묵했습니다.
"교과서 몇 페이지 펴세요"
"Blah blah blah"
.
.
.
.
"꿰엑~~~!!!"
창민이가 미친놈처럼 실성한 듯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집니다.
쓰러진 창민이는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발광을 했고
주변 녀석들은 "왜그래? 임마 정신차려.."
놈의 오바스럽고 부족한 연기력이란...;;
놀라서 다가온 국어쌤과 눈이 마주치자
상황을 파악하고 차츰 평온함을 되찾습니다.
창민이를 불러내어 곤장을 때립니다.
이 일에 연루되어 있는 아이들을 대라고 했지만 녀석은 꿋꿋하게 혼자 책임을 지고 곤장을 쳐맞았습니다.
결국 그 날 수업은 파토났고
'연기의 실재와 이론'에 대한 강좌를 듣게되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