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차디찬 겨울이었습니다.
예비역으로 핍박받고 있었을 때죠.
여자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공부도 잘하는 만큼 덩치도 컸죠 (뭔상관이냐)
제 키 165, 그녀석이 정확히 머리 한 개 분량 더 컸다죠.
덩치 이야기 나온 만큼 미모는 궁금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방에서 온 애인지라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이 공부만 하느라 술도 안먹던 애가 어느날 느닷없이 술을 먹었습니다.
당연히 뻗었죠.
저는 집이 일산.
제기랄 어차피 못간다. 걍 과방에서 자야지.
이러고서는 애들 다 보내고 집이 근처인 다른 여후배 하나랑
그 녀석을 대강 어깨동무 하듯 하고 허리를 잡아서 들쳐맸습니다.
(업었다간 사망확인서 도장쾅)
"야, 얘 집이 어디냐."
중량감에 횡경막의 압박을 받는 와중에도 남자의 갑빠로 겨우 견디며 꺼낸 나의 질문에
아직 정신이 남은 다른 여후배가 섬섬옥수를 들어
뒷산을 가리킵디다.
그렇습니다.........성대의 뒷산, 그 자취촌이란
가보신 분도 아시다시피 기기묘묘한 등반각도와 절경을 자랑하죠............
어쨌거나 들쳐매고 갔습니다.
산 3분의 1쯤 갔습니다.
"다 왔냐?"
"아직 멀었어요."
흐흠 으흠 어흠
산 3분의 2쯤 갔습니다.
"후웁후웁후웁. 다 왔냐?"
"조금만 더가면 되요."
오 쉣.
이를 악물었습니다.
엄찍고, 군대에서 20키로 행군할 때도, 유격행군때도
그 때만큼 땀으로 토탈솔루션보습케어한 적 없었습니다.
이건 뭐 산멧돼지 잡아다가 산채로 행진하는 산적도 아니고........
그런 나를 보며 멀쩡한 여후배 한마디 거들어주었습니다.
"오빠 정말 힘드시겠어요....."
썅 힘든거 보이면
팔 한 짝이라도 같이
들쳐매란 말이다......
"헝룯랃궁랃룯갇국둑닥. 다 홨뉴아."
"*빠 여기에요."
산 정상이더군요.
먹었던 술은 이미 다 증발한지 오래.
안그래도 과방도 또 산중턱.
정신력으로 과방까지 와서 미친듯이 잤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막 등정하고 내려온 엄홍길 대장의 잠이 그랬을까요.......
어쨌든
잠 잘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