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비다 백두산 폭발이다 정말 심란한 계절이다. 2011년 봄이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미치도록 빠져들었던 트럼펫 연습도 요새는 왠지 기운이 빠진다.
방사능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셨나? 흐~
그래! 가슴에 박힌 커다란 돌덩이를 치우자!
독서를 시작했다. 바보들의 사랑 – 저자: 고사리
작가의 이름이 특이하다. 높을 고 / 선비 사 / 마을 리
높은 선비가 사는 마을? 아님 마을에 사는 높은 선비? 그것도 아니라면 높은 마을에 사는 선비…
아무튼 높은 선비가 쓴 글이라 그런지 플롯도 탄탄하고 캐릭터도 독특하고
세팅도 잘 짜여져 있다. 또한 구성진 사투리가 글의 흐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다.
다만 커버가 너무 단순하다. 제목을 따라 잡은 컨셉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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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를 오븐에 구워버리는 세상이라 그런지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세상에 대한 비판과 풍자,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신랄함이
이 사회의 정곡을 콕 콕 찌르는 것 같다.
많은 부분들이 흥미로웠지만 한 장면이 내 머리속에 지우개로도 지워지지 않을정도로
머리속에서 자꾸 맴돈다.
바로 유부인의 마지막 장면이다.
나의 자식들의 자식이면 과연 저주받은 아이일까? 아님 어떻게든 키워야 하는 핏줄일까?
나라면 어땠을까? 유부인처럼 아이를 죽이고야 말았을까? 죽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조금의 양심은 있지 않았을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잠시 다른 세상에서 머리도 식히고 심란함도 잊어버렸던 맛있는 휴식 같은 책이다.
------- 따가운 봄,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