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달인과 회심의 반격
롬니와 오바마의 토론이 화제다. 미국민들도 소위 '한 방 먹었다'는 반응이다. 토론과 연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오바마 대통령이 오히려 말하는 내내 막히는 반면, 롬니는 마치 대본을 읽는 듯이 자연스럽게 오바마에 대해서 반론을 하나씩 제기하는 모습이었다. TV토론이 끝난 후 CNN 방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롬니 후보가 이긴 토론이었다는 반응이 67%였다고 한다.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유난히 큰 미국사회의 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이번 롬니의 반격은 정말 값진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사적인 기부금 행사에서 롬니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라 사실상 선거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예측이 대세를 이뤘던 것을 상기해보면, 롬니는 이번 토론을 통해 자신의 주지사이자 행정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물론 필자는 롬니-오바마 그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어쨋든 미국 선거가 다시 경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보며 일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필자는 사실 이번 토론회를 전부 보지는 못했다. 총 1시간 30분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일단 영어로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청취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몇 가지 주제를 갖고 양 후보가 서로 벌이는 설전에 더욱 집중했었다. 특히 일자리 문제, 경제 침체, 재정적자, 그리고 정부의 역할과 같은 각각의 세부 주제(segment)별로 두 후보의 입장차에 관심을 갖고 토론을 지켜보았다.
What's the DIFFERENCE?
토론에서 나타난 양 후보의 입장차와는 별도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사회자인 Jim Lehrer의 끊임없는 주문이었다. 사회자는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리고 토론 중에도, 심지어 마지막 토론을 마무리하면서도 계속해서
"Difference"를 강조했다. 두 후보가 특정 주제에 있어서 어떻게 다른지, 차별성을
호소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후보 토론회라는거 자체가 양 후보의 입장차를 유권자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나는 누구의 생각에 더 가깝지?"라고 자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기회이다.
?따라서 두 후보가 토론회에 나와서 뻔한 이야기, 교과서에서나 나올법한 모범답안만을 듣는다면, 그 토론은 무익하다. 그래서 사회자는 계속해서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의 사회자를 맡은 Jim Lehere>
그러면서 사회자는 추가적으로 '구체성'과 '선택'을 강조했다.
각자 후보의 정책의 큰 기조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이며 어떤 세부적인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주문했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자의 강력한 주문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후보들이 각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 대선후보 토론회도 저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롬니가 우세할 수 있었던 이유
필자가 보기에도 롬니가 훨씬 우세한 토론이었다. 일단 롬니는 첫째, 둘째... 식의 열거형을 통해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자신의 방향과 원칙을 전달했다.
또한 수치와 사실을 근거로 아주 정확하게 오바마 정책의 문제점과 결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며, 오바마의 반격을 아예 틀어막았다.
오바마는 연일 And와 같은 불필요한 접속사만을 늘어놓으며 계속해서 모호하고 애매한 언어만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설, 스피치 전문가들 조차도 "왜 도대체 오바마가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오바마가 롬니에 비해서 말을 '덜' 잘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둘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달변가이고, 특히 오바마는 지난 4년 동안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국정을 이끌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도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토론회의 규칙, 즉 구체성과 차이점을 강력히 요구하는 사회자의 토론회 분위기를 오바마가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반면 롬니는 구체성을 곁들여가며 매우 온화안 언어로 상대방의 정책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가했다.
건방지다고 보기에는 친절했지만, 단지 친절했다고 보기에는 정말 날카로웠던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사 내용을 보자.
Romney didn’t just demonstrate authoritative command of a myriad of domestic issues. He was nervy about it, taking the president on frontally, not just relentlessly attacking, but answering every charge leveled against him ? with a three-point rebuttal.
"롬니는 단지 수만가지의 국내정책 이슈들에 대해서 권위적인 언어를 구사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을 상대로 매우 냉정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쉴세없이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three-point rebuttal로 답하였다."
(출처:http://www.washingtonpost.com/opinions/charles-krauthammer-romney-by-two-touchdowns/2012/10/04/44ee5b92-0e65-11e2-bb5e-492c0d30bff6_story.html?hpid=z2)
즉 단순히 롬니가 "당신의 말은 틀렸습니다. 제가 맞습니다" 수준의 토론을 구사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말은 이런 점에서 틀리고, 따라서 저의 이런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와 같은 화법을
구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롬니는 수치와 팩트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자신의 정책이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닌 현실 가능한 공약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정책과 논리란 어디로 갔는가?
롬니 지지자도 아닌 이상, 더 이상 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잠시나마 토론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저러한 정책과 이념, 논리 대결이 과연 대한민국에서는 어디로 실종되어 버렸는가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 주제가 '경제'였다.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적인 중심 이슈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과연
각 후보와 캠프 진영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선호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각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각 후보마다 사실상 경제민주화라는 정책에 있어서
아무런 차별성이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보수 우파 후보로 분류되는 박근혜 후보와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은 더욱 더 심한 좌편향적 정책을 내놓는 반면, 진보적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후보는 혁신경제-성장동력 등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과 이념의 실종에 더불어,
이제는 서로 바꿔치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예전부터 끊임없이 언급해왔던 주장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필자는 이러한 우려가 이제 오늘날 조금씩 현실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점차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각 후보는 정책적 차별성을 강조하여 유권자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보통 주제로 따지자면 안보(국방)와 경제(복지) 정도로 나눠질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안보와 경제 문제에 있어 박근혜 후보가 과연 다른 대선후보에 비해서 어떤 정책적 우월성을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정책과 이념, 논리의 실종은 결국엔 대선 후보간의 경쟁이 구체적인 공약 경쟁이 아닌 이미지 싸움이 될 소지가 크고, 비교적 신선하고 새로운 정치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 더욱 유리한 고지를 넘겨주는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출처:http://blog.naver.com/jujinyoon?Redirect=Log&logNo=20168215997
[출처] 대한민국의 '정책과 논리 실종' (오바마 롬니 토론을 보면서..)|작성자 윤주진
-------------------------------------------------------------------------------------------------------------
거는 국민들이 면접관이 되어 후보들을 검증하는 직장면접과 같은 과정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선후보들을 보면 정치를 정책과 논리가 없는 단지 선거를 이기는 방법으로 생각하는것 같더군요
그런면에서 보면 현재 한국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라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단적인 예로 올해 치뤄진 총선에서는 제대로된 정치교육을 받지 않은 운동선수, 방송인, 의사, CEO, 작가, 백수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한표달라고 하더군요
100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도 수년에 걸친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와 어려운 시험 인턴과 레지던스 경험을 쌓아야
의사가 될수 있는데 5천만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에 정치에 관한 제대로된 이해나 자격과 교육을 검증할수
없이 선전용 인기투표하듯 선거에 나왔다는것은 상당히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면접관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단지 누가 싫고 어떻고 같은 막연한 맥락에서
인기투표하듯 선거를 하지 말고 위에 글에서 볼수 있듯이 정치가와 동등한 '팩트'와 그에 기반한 '합리적인 논리'로
사고하며 정치인들을 검증할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퀄리티는 그 나라 국민의 퀄리티를 반영하는것이니까요
또한 그것을 지키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는 매우 힘들것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대선을 앞둔상황에 제가 가장 안타까운것은 국민들이나 정치인들 모두 저번 총선에서
아무런 반성과 깨닳음이 전혀 보인다는 것입니다
저번 총선처럼 과거에 문제되었던 김용민 막말파문이나 불필요한 소모적인 이념적 논란의 번짐으로 인해
정작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책에 관한 합리적인 토론과 검증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꼼수같은 팟캐스트의 인기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참여는 양적으로 팽창하여 개인적으로도 좋은점은 있다고 보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한 참 더 나가야 할것입니다
지금 대선후보들 모두 답변이라고는 본인들만의 차별성있는 해결책은 전무하고 넬 모레 선거를 앞두고
한다는 말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뻔한 모범적 답안에 머물고 있다는 한심한 현실과
그것에 대해서 나서서 정확히 문제제기를 하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선을 2개월, 코앞에 앞둔 상황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황당하기 까지한 상황입니다
국민들 정치인들 과연 누가 더 문제일까요? 이것이 우리가 피흘리고 얻어낸 민주주의 일까요?
솔직히 이젠 좀 뭔가 짜증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