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사단을 아세요?(웃게에 부대마크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똥광의영광 작성일 12.10.30 16: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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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온 곳이 62사단인데 충남 조치원에 있었더랬죠.(지금은 해체된 부대에요)

 

후방인데도 전방개념이라 기동대 대신 수색대로 불리고, 예비군 사단이라 대대 병력이 총 40명 밖에 안되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는 부대였어요.

 

중대가 10명남짓? 7~8명 정도 될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일병이 분대장을 달때도 있었어요.

 

(대대장님이 소령이나 중령급이었는데 대대병력 40명 밖에 안되는데에서 얼마나 심심하셨겠어요.)

 

이유는 바로 예비군 사단이기 때문인데 전시에는 예비군들하고(아, 참고로 저는 예비군 6년차)같이 전쟁하러 나가서 현역 병력이 그렇게 적은거라고 알고 있어요.

 

근데, 다른걸 다 제쳐두고 유격(유격조교였기 때문에 집채 훈련만 2주 가까이 넘게 -전반기 후반기 따로- 받았죠.)보다 행군보다 화생방보다 혹한기보다 동원훈련보다 더 빡센 훈련이 예비군 훈련이었는데요-_-;

 

아, 그땐 정말 예비군들 생각하면 이가 갈렸죠. 이가-_-;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예비군 사단에 40명 현역이 450명 남짓 되는 예비군 받아서 2박3일동안 같이 다니면 진짜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빡치거든요.

 

제가 예비군 4년차때 원주로 동원훈련 갔었는데, 예비군들이 아주 양반들이더라구요.

 

"훈련 나오시랍니다." 그러면

 

"아이 뭘가? 그냥 있으면 안돼?"

 

"훈련 안나오시면 안됩니다. 나오십쇼(요즘엔 명령을 하더라구요^^)"

 

"에잇 귀찮은데."

 

한번은 튕기지만 두번 세번째에는 그냥 현역들 말을 고분고분 들어줬어요.

 

근데 제가 현역으로 있을때는

 

"지금 대대장님 입소식있습니다. 군장 싸셔서 빨리 나와 주십시요 ㅜㅜ"

 

"아 뭐여. 몰러. 그냥 여기 있을래(충남권이어서 사투리가. 제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식 인 것 같았는데.)"

 

"정말 저 죽습니다 ㅠㅜ 살려주십시요 ㅜㅜ'

 

"아! 모른다구 했자나~ 왜그랴? 계속. 나 나가게 하려면 니가 싸든지~"

_ 찝 알(18). ㅡㅡ

 

만약 예비군 한명이 저짓거리하면 다른 예비군들은 어떻게 하는줄 아세요?

"아, 형씨 그냥 대충 하고 나갑시다. 불쌍하자나요."

요럴 것 같죠? 아니에요.

 

"야, 군장 니가 싸주면 나갈게"

내무실의 반 이상이 저래 버립니다.

 

그럼 나머지 반도 거의 하는 둥 마는 둥 하는거죠.

 

ㅜㅜ

 

그때 진짜 속에서는 천불이 났지만(왜냐면 한 내무실당 고참 한명 졸병 한명 이렇게 배치가 되서, 예비군들이 훈련에 늦게 나가면 갈굼을 당하거든요.)

 

그래서 급한 마음에 군장도 다 싸주고(한 내무실에 15명~ 18명 정도 였던 것 같은데.) 군장 매주고, 총 억지로 쥐어줘서 내보내고..

 

근데 이 정도면 됐지요.

 

꼴에 수색대라고 예비군동원훈련은 그지같이 힘듭니다.

8월 중순 그것도 뙤약볕이 내리쬐는 31도의 여름날씨에서, 땀내 푹푹 내며 4키로 미터 행군하라면 하실건가요?

 

아, 물론 현역 말구요. 예비군인 님께서요.

 

쓰러지는건 예비군 중에서도 M60을 받은 기관총 사수가 있어서 M60들고 4KM 행군을 해야 됐는데,

 

왜 만화에서 보면 총 떨어지면 '니가 주워 들고가.' 그러잖아요.

 

근데 그게 구라가 아니구요.

 

뚱뚱한 예비군이 M60을 들고가다가 총끈이 풀려서 바닥에 떨어졌는데, 이 사람이 주을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저 선배님 총 주워주셔야 되는데 말입니다.ㅠㅠ"

 

"야, 말시키지마"(더우니까 신경질부터 나가요.)

 

그럼 저는 M60들고 부랴부랴 걸어가는거죠.

 

그렇게 4km걸어서 외딴 산에 도착하면 언덕 올라가서 몇몇 훈련 받고 오후에 부대로 돌아오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4km 행군으로..

 

그때 어떤 예비군이 제대로 빡 이 쳤 는지 "대대장 개 새 꺄!"

 

행군하면서 그러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아이구 시원해' 그랬는데(행군도 그렇고 어찌되었든 대대장님이 그런걸 결정하는 거니까.) 결국 그 예비군 대대장실로 불려갔어요. 퇴소처리는 안됐더라구요.

 

군복이 악마를 만드는게 아니라 더위가 악마를 만들었습니다.(그때는 그랬어요.)

 

제 중대장 왈

 

"내 만약 전쟁나면 예비군들 부터 다 쏴죽이고 현역만 끌고간다."

 

어떤 신입 중대장은.

 

"예비군 훈련 그까이꺼 대충 하면 되는거지."

 

받고 나서

 

"아 10 알 놈들."

 

이 지랄 맞은 훈련을 2년 동안 총 3번 했습니다.

 

내일 모래 마지막 예비군 훈련이 남았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웃게 부대 마크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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