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5살, 농사 1년차

베스트드렁커 작성일 13.02.20 15: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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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즈넷 펌 자료입니다.

※ 말투랑 다르게 많이 와닿는게 농사는 정말 어렵다는거예요 ㅠ ㅜ

    농사 짓는 유저분들 올해 대박 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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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냐 

얼마전에 농사짓는다고 짧게 썰 풀었는데

관심보이는 사람들이 몇 있더라고.

그래서, 장마 태풍도 끝낫고 하니

간간히 연차별로 썰을 싸질러볼까해.



그리고 댓글보니까....

농사"나" 지어볼까 한다는 새.끼.가 하나 있던데

무슨의미로 말한건지 정확히 모르겟다만

할꺼없으면 농사짓는거냐?



씨.발.새.끼야. 농사가 쉬워보여? 날로먹는것처럼보이나뵈지?

그렇게 보일수도 있다만 진짜 농사 지어보고 싶다면

내 글 한번쯤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봣음 싶다.







-1년차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농사를 하게 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마을 이장아저씨..편의상 이장이라 칭한다.

이장이 찾아와 나에게 도움을 주겟다 했지.

아부지가 준비해놓은거 일만 하던 나는 기초는

모르는 상태였기때문에 고마운마음에 감사하다 말했어.




겨울에는 할께없어서 운전면허 따고

발정난 개.새.끼.마냥 놀러다니기 바빳어.



그러던 와중 이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거름은 삭히고 있냐고 묻더라

그게 뭔말인지 몰랏던 나는 되물었고

이내 이장은 설명을 해줫지.



겨울에 할게 없긴 하지만 한해 농사 준비를 해야하므로

거름을 비축해두고 삭혀둬야한다는거야

그 말을 듣곤 바로 축사를 돌아*니며

근처에 가기도 싫어했던 똥덩어리들에

버무려져 겨울을 보냇고



날이 풀리기 시작할때쯤 아부지가 작년에

쓰던 달력에 적힌 날짜에 맞춰

밭을 갈아엎었지.



경운기를 끌고가는데 미하엘 슈마허로 빙의해

뚝방에서 드리프트 하려다가 꼬구라진건 안자랑.



다행이 아부지가 달력에 계획을 세워두는 버릇덕에

각종 밭이며 논일을 하는 시기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 인터넷 검색은 영 도움이 안되더라.



그냥 현역에서 뛰고있는 할배나 아저씨들한테

묻는게 손에 흙한번 묻혀뵈지않은 수십명의 지식인들보다 낫더라.



그렇게 밭을 갈아엎고나서 뭘 심지 하고있는데 니.미 좆.까.고 씨.발.

감자랑 깨 고추를 심어야하는데

준비를 하나도 안해놧어.

겨울에 씨감자 준비해놓고 고추 묘목을!!!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걸 깨닫고는 이장에게

구원요청을 하니 별수없다며 농협가서 사라더라.



묘목과 씨감자만 준비해서 파는사람도 있기에

우리마을 농협엔 그런 시장이 구축되있었고

별수없이 서둘러 원래 투자비용에 배정도를 들여

묘목이며 감자를 구입해선 가져다 심었지.



아부지있을땐 귀찮고 힘들었는데 혼자하려니

더빡세 ㅡㅡ 씨.팔.



아무튼 시간은 많아~ 하며 설렁설렁 하며

탁 트인 산 아래 풍경을 보는데



전설의 레전드 베테랑 할배가 논에 물을 대더라. 그 할배 말고도 여럿이.

뭐지? 싶어 이장에게 전화해서 논에 물은

언제 대야하는거냐고 물으니

아직 안했냐고 받아치더라 ㅋㅋ



아놬ㅋㅋㅋㅋ 좇.됫.음을 감지하고

바로 동네 공용 트렉터를 빌려 논으로 나가야되는데 선약자가 많음 ㅡㅡ

그래서 1주일동안 안절부절 못하고있던 기억이 나네. 물 대기전에 논 한번 갈아엎어야되거든.

여차저차해서 논 갈아엎고 물도 대놓으니

모판 준비할날짜가 다가오더라



한마지기에 모판 30개정도가 들어가는 농이었는데

총 90개의 모판을 혼자서 준비했다..

이장한테 도움을 청하고싶었지만

이장네모 못자리 준비 해야하니까...



미리 발아시켜둿던 볍씨를 흙을 꽉 채운

모판 위에 수작업기계를 돌려 뿌리고

다시 흙을 덮는데

하루종일 하고 다음날 오전까지 해서 힘겹게 끝냇지..

경운기로 실어 논으로 가져가 못자리를 하고

모내기철을 기다리며

밭이며 논에 김을 메며 기다렸지.



아, 김 멘다는게 뭔지 모르려나?

잡초 뽑고 뭐 그런거야.



그러다가- 모내기철이 다가와 이양기 끌어다가 혼자 이틀에 걸쳐 모내기를 끝내고

재초제를 치는데 와나 빡새서 죽는줄알았다.



논은 뻘처럼 푹푹 빠지지

줄 끌어당겨주는 사람은 없지...

승질이 뻗쳐서 몇번이고 집어던졋다가 다시 하고 그랫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가뭄이 지나

어느새 장마철이 되었고, 어김없이

미친듯이 퍼붓더라.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며 여유있게

마루에 앉아 마당에 고인 물을 보는데,

문득 논에 물이차지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우산이고 우비고 하나 걸치지못한체

삽하다 곡괭이하나 들고 논을향해 뛰었지.



아니나 다를까 이미 논인지 저수지인지 구분할수없을정도로 물이 찻고

애새.끼.들 키만치 자란 벼들은 머리카락만 보이더라.

눈앞이 하야지며 빨리 물을 빼야한다는 생각에 물꼬를 텃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구멍으로 빠지니 물이 빠지는것같지도 않더라.



그래서 논 한쪽 뚝방에 미친듯이 곡괭이질을

하기 시작했고, 잡초때문에 엉켜있던 뚝방을

무너트리자 물이 터지듯 흘러나와 때아닌 물놀이를 즐겻다 ㅋㅋ



허우적거리다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머지

논들도 뚝방을 허물었고 이내 수위가 적당하게 줄어 들더라.

논을 끝내놓으니 이젠 밭이 걱정되서 가보니

마찬가지로 물바다...

여지없이 뛰어다니며 여기파고 저기파며 물을 뺏고 비구름때문에 어둑하던 하늘이

훨씬 어두워졋을때쯤 작업을 다 끝냇어.



아..배수로를 진작에 파둘껄..이라고 후회해봐야 늦었지 뭐.

물에빠진 생쥐꼴을 하고 집에 터벅터벅 걸어들어가 대충 씻고 밥도 못먹고 잤어.

다음날엔 여지없이 몸살에 감기가 걸렷지만

하늘은 내가 아픈걸 신경 안쓰듯 여전히 미친듯 비를 퍼붓고있었기에

아픈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논에 나가있었어.



그렇게 장마가 지나고 안정이 되는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않아 그 해 최악의 태풍이 몰아닥쳣고

벼들은 피곤한 몸을 단체로 논바닥에 뉘였지 ㅠ



엎친 벼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모르겟어서 안절부절하며 몇일동안 손도 못대고있었는데,

전설의 농사꾼인 할배가 와서 알려주더라.

엎친 벼끼리 묶어 세워두고 가을에 직접베라고..



그렇게 태풍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해서

그 해 가을 수확철에 남들은 두마지기에서 나올 벼를 난 세마지기에서 수확했어..

엎친 벼 수습이 늦어 낱알이 이미 논바닥으로

**해버린 뒤였거든.



산에 심어둔 밤들도 태풍때문에 다 떨어져

썩어가고있었고, 감자는 물감자...

고추도 대부분 떨어져 수확할게얼마 없었지..



그렇게 수확철이 지나고 나자 겨울이 다가왓고

당시 돈이 필요해서 수확물을 가져다가 팔았어.

근데 그게 실수였지.



1년동안 사람이그렇게 많이 먹는줄 모르고 필요한 액수에 맞춰 쌀이며 감자며 고추등을

다 팔았더니 겨울에 먹을게없더라 ㅡㅡ

그래서 겨우내 벌목장 일용직 뛴건 안자랑..

그렇게 첫해 농사를 개판쳐놓고 말아먹었어.



2년째엔 이 경험을 살려 대비도 많이 했는데, 이건 다음에 쓸게.

다음에 보자!

난 댓글을 항상 확인하고있다!!!

아! 내가 스마트폰 쓰는 농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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