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에 가끔가야 댓글만 하는 30세 남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결혼과 관련해서 가슴아픈 사연들을 많이 보셨고, 또 올리시기도 하셔서
많은 분들에게, 뭐랄까 돌맞을것 같기도 합니다만 약간이라도 희망을 드릴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 봅니다.
저는 올해 초에 결혼했습니다. 와이프는 아직 애는 없구요, 17평 안되는 빌라에 세들어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전, 저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모아둔 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와이프도 여기저기 남좋은일 하는걸 주저하지 않는 성격에, 모아둔 돈이 없었구요
그때도 와이프는 직장인이긴 했습니다만 그리 넉넉히 벌지도 못하는 상태..
와이프 집 사정도 그리 넉넉치 못했습니다.
저희집도 중산층에 겨우 턱걸이? 하는 수준이랄까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만 있어 보이지 속은 좀 비어있습니다.
제가 벌이를 안하고 공부만 해서 더 그럴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와이프하고 둘이 죽지못해 사랑하다가, 장인어르신 될 분을 처음 만나뵙게 되던 날에,
얼마나 마음이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남들 다 갖고있는 명함한장도 없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고, 대학원으로 진학할 상황 뿐이였으니까요.
그런 남자를, 누가 자기 딸에게 넘겨주겠습니까...
그런데 장인어르신께서 저를 한눈에 보시더니, 그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허락해 주시는 겁니다..
무슨 대화도중에, "...지금 내가 하는 말, 앞으로 평생 지켜야 하네" 라고 하시며,
'내 딸을 자네에게 평생 주겠다' 라는 싸인을 주신거지요.
있을수도 없는일을 가슴졸이며 헤처 나간 하루였습니다.
와이프도 너무 좋아하고 저도 누릴수 없는걸 허락받게 된 사실에 감사해서 어쩔줄 몰랐죠.
그 다음은 상견례 자리였습니다.
분명히 양가 가족끼리 돈 얘기, 앞으로 아들이 뭐해먹고 살거냐 등등
더 구체적인 얘기가 오갈게 뻔한데도, 그날 그런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양쪽 두 아버님들께서, 참이슬은 파란게 아니라 빨간게 진리다... 하시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시며 참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되었었죠.
보통 이정도 까지 오면, 서로 얼마씩 해 와야된다.. 얼마씩 받아야 한다 등등...
얘기도 나오게 되는데.. 저희 집 실세를 쥐고계신 우리 어머니... 와이프쪽에 너무 부담주면 안된다고 하시면서,
장인어르신께 딱 500만 말씀드리라고 하시는겁니다. 그것도 받고나서 반만 쓰시고 반은 돌려 보내는 거라고...
저희 어머니께서 먼저 그렇게 와이프 집 사정 헤아려 주시는게 너무너무 감사한데,
감사도 잠시.. 장인어르신께서는 그만한 돈조차 금방 나올 상황이 아니셨습니다.
당일날 까지 급하게 영업 뛰셔서 벌어오신 돈, 딸에게 쥐어주며 시어머니 될 분에게 어서 갖다 드리라고.. 하셨다네요
겉으로는 약한모습 하나도 보이지 않으시는 장인어르신.. 지금도 가끔 뵐 때면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모릅니다.
다음은 집 문제인데,
저희 집은 돈이 있거나 없거나 사람을 기르고 교육하자는 주의가 강해서... 저희 집에서 5000까지 대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식도 200으로 간소하게 패키지로 (하지만 너무나 예쁘게) 진행했구요.
신혼여행도 무사히 잘 다녀오고, 집을 꾸미기 시작하는데...
앞서 얘기했듯이, 와이프가 모아둔 돈은 없어도 남들 도와주는 거에는 아끼지 않고 한다라고 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와이프 앞으로 선물이 엄청나게 들어왔습니다.. 전자렌지에, 냉장고에, 현금에...
참고로 결혼식 날 와이프 친구분들이 와이프에게 직접 건네준 축의금만 거의 500이 넘었다네요.
게다가 어떤 친구는, 결혼식 끝내고 나서 한국에서 하루 보낼 때 첫날밤 잘 보내라고,
20~30만원 상당의 호텔방을 하루 잡아줬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는 대학원생이 되었고, 아르바이트를 뛰며 아내를 돕고 있습니다.
왜 아내를 돕느냐는 표현을 쓰느냐... 아내가 저 대신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어다 주고 있거든요.
이 모든 결혼과정, 그리고 물론 아내와 연애할 때에도... 아내는 저에게 '왜 혼자서만 돈을 다 쓰려고 하느냐' 하며
늘 자기도 돈을 공정하게 나눠서 쓰기를 고집했었습니다. 또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단 한번도... 차 있냐.. 자기 시어머니께서 얼마나 해주신대냐... 등등 돈 앞에서 단 한번도 불평도, 요구도 없었습니다.
돈 문제 때문에 헤어지는 커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희안한 여자입니다... 제가 볼때도요..
아내가 종전에 다니던 직장이 벌이가 적어서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올해로 일을 그만두고 한 3개월간을 저와 집에서만 뒹굴뒹굴 놀며 쉬었는데
그것도 막바지가 되어가는데 일을 구할수가 없으니 참 힘들어 했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돈한푼 모아놓지 않은 저를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볼때에도, 참 동화같은 '사랑' 을 하고 있는 사람같아 보이더랍니다.
지금은 다행히 직장도 새로 잡고 잘 다니고 있어주고.. 저는 공부하면서 알바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너무 두서없이 썼고, 전달이 제대로 될랑가 잘 모르겠다만 여튼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우리가 짱공에서 알게되는 그런 종류의 여자만 있는건 아니라는 것..
찾아보면, 분명히.. 된장녀같은 여자만 있는건 아니라는 것..
정말 깨끗하게 개념 제대로 박힌 여자들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다는 겁니다.
저도 짱공 한 5,6년 했나? 싶은데...
지금 제 와이프를 만나기 전 까지는, 정말 짱공에서 보게되는 그런 이상한 여자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와이프를 만나고 나니, 아직 세상은 살만 하구나.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힘내세요.
솔직히 이런 시덥잖은 글 올렸다가 비추 날아올 것도 예상은 합니다만..
그래도, 정말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은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 여러분께도 그런날이 올겁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장인어르신이 왜 아무것도 없는 저를 오케이 하셨냐.. 와이프에게 물어보니까,
지금의 모습이 아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오케이 하셨답니다..
와이프도 동일한 생각으로 저와 사귀기도 했고 결혼도 했더라고 하구요.
연애하면서 결혼생활 하면서 물론 많이 싸우기도 했고 그렇지만..
양가 부모님께 얼마씩 하니까 얼마씩 해줘야한다니 뭐 그런 돈타령, 돈싸움은 저희는 안하고 삽니다.
와이프는 오히려 저희 부모님께 있는것 없는 것 다 해드리려고 하고,
저는 '너무 과하니 적당히 해도 된다' 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저희 부모님께 잘합니다..
그런 와이프 닮아가는 건지 저도 자연스럽게 장인어르신께 잘해드리게 되구요..
힘내세요..
뭔가 돈 때문에 힘빠지는 연애에, 결혼에 사랑에..
또 여자에 지쳐보이는 우리들이지만,
분명, '진짜 내 사람' 은 어디엔가 당신의 인생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