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 만남에 대한 썰 ㅋㅋ

mm3xx 작성일 13.06.02 23: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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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형이야 임마

때는 내가 울릉도에서 군인으로 신나게 빅 엿을 먹고 있을 시절. 당시 한참 ‘하이데어’라는 어플이 유행했다. ‘하이데어’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채팅할 수 있게 해주는 어플. 겉보기에는 동네 친구도 찾고 채팅도 할 수 있는 재밌는 소셜 네트워크였다. 그러나 항상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하이데어’는 아쉽게도 빛보다 그림자가 훨씬 큰 경우. 꽃뱀과 늑대들의 백화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항상 당하는 것은 요령 없는 호구들이었다. 이른 바 ‘선수’들은 이런 고단백 간식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여자든 남자든 말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남자들이 어떻게든 사진만 보이는 여자들에게 개수작을 풀어보려는 이 때. L군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남자라고 해서 꼭 남자로 하이데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 년간 수차례의 연애 경험과 한 때 채팅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에게 이곳은 놀이터. 당장 어플을 재설치해서 성별과 나이를 당당히 21세 여자로 설정한다.

3분 후, “ㅎㅇ”라는 메시지와 함께 첫 호구가 미끼를 물었다. 알바나 자영업을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늘상 첫 개시 손님에게는 더 후덕해지는 법이다. 21살 여자로 빙의한 L군은 그를 사정없이 요리한다. “카톡 아이디 뭐야?”, “사진 보여줘”라는 질문에 그는 “벌써 다 보여달라 카믄 혼난디 ㅋㅋ”라는 은근히 야릇하게 만드는 중의적인 멘트로 그를 양식장으로 더 끌여들였다. 결국 “지금 우리집 콜?”이라는 호구의 말에 “씨벌넘아 나 내일 예비군 ㅋㅋㅋ”라는 멘트와 함께 깔끔히 첫 손님을 배웅해드린다.

여자로 어플을 시작한지 하루도 안 되어 발정난 늑대들은 그의 메시지창이 VJ특공대의 맛집이라도 된 듯 바글바글 모여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필 사진을 어느 잘빠진 짱개 사진으로 설정했기 때문. 이미 사진만 보고 상상으로 무슨 짓까지 했을지 모를 녀석들이 판을 치는 이 때. 유난히 쪽지를 자주 보내고 접근해 오는 한 놈을 발견한다.

“안녕하세요. 거리는 좀 먼데 느낌 좋으셔서 연락드렸어요. 부담 갖지 마시고 친하게 지내봐요^^”라는 호구의 멘트. 겉보기에는 상당히 배려하고 매너 있는 멘트였다. 하지만 이런 놈들은 십중팔구 집밖에 모르는 지박령이거나 여자를 못 만나서 안달 난 상상 속으로만 선수인 VIP호구들이었다. 예전 채팅의 경험을 통해 L군은 이를 빠삭히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대어가 낚였다고. 그의 낚시줄이 끊어질 듯 팽팽해지고 있었다.

그와 약 2주일 가까이 어플로만 친분을 쌓은 L군. 역시 이번 대어도 처음에는 그럴싸해보이려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물총을 못 쏴 안달 난 꼬마 녀석이었다. 카톡을 알려달라, 사진을 더 보여 달라, 재밌는 영화가 개봉 했다더라 등 점점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L군은 그 때마다 야릇하고도 중의적인 표현, 예를 들어 “아직 우리 시간 많은데 못 기다려줘?^^”같은 멘트로 넘어갔다. 남자들이란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해서 ‘우리’라는 단어와 ‘^^’같은 가식적 미소에도 쉽사리 이해력이 깊어지는 존재들이었다.

2주가 지날 때쯤, 슬슬 L군은 대어가 지겨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도 열 명 가까이 새로운 호구들이 새로고침 되어 그의 메시지 창을 두드렸으며, L군은 그 때마다 자신이 흡사 여왕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같잖은 것들이 대놓고 들이댈 때마다 지독한 짜증이 몰려왔다. 대어도 슬슬 그 짜증의 반열에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대어에게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나 할 말 있는데”

“뭔디??ㅋㅋ”

“나.. 사실 남자야;; 미안 ㅎ;;”

“헐 ㅋㅋ 알았엉 ㅋ 주말에 시간 돼?”

넌 그냥 미끼를 문 고기였다고 아무리 알려줘도 그는 자신만의 연애소설의 결말을 짓고 싶지 않아했다. 얼마나 여자에 굶주렸으면! 어쩌면 여자 맛을 한 번도 못 본 마나를 다루는 사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L군은 점차 알려주는 것도 귀찮아 그의 쪽지를 피했고, 그럴 때마다 호구는 자신의 호구스펙을 자랑하듯 오글거리는 사랑 맹세와 함께 더욱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중! L군의 머리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L군은 호구에게 먼저 자신의 번호를 알려준 뒤 영상 통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호구의 입장에서는 자다가 떡이 생긴 격. 얼씨구나 전화를 걸었다. 곧 L군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영상통화가 걸려왔고 L군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응.. 내가..”

“내가 뭐??^^”

호구는 점차 자신의 시각과 청각을 스마트폰에 집중시켰고 L군은 슬슬 바치춤과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는 아까 건 시동이 다 걸리자마자 하반신을 나체로 만들었고, 우람한 그의 물건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스마트폰을 자신의 물건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외치는 L군의 쩌렁쩌렁한 외침!

“야이 호구 새끼야, 형이야 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호구는 말이 없다가 반쯤 잠긴 목소리로 “야이 씨벌, 개...”등등 간단한 욕만 간신히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용무를 다 본 L군은 그대로 전화를 끊고 어플을 지워버려 대어와의 인연을 끊었다.

L군은 이후 다시는 그 어플을 깔지 않았고, 이후 그 호구의 번호로 죽여버리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종종 왔지만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L군은 지금도 술자리에서 어플 만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이 얘기를 늘어놓곤 한다.

세상에 믿을 남자, 여자는 거의 없다. 얼굴을 눈앞에서 보고도 버젓이 코를 베어가는 세상에 얼굴도 안 보이는 어플이나 인터넷은 오죽하겠는가! 사랑을 얻고 싶다면 용기 있게 현피를 뜨자. 더 이상 동성(同性)의 물건을 보고 아연실색하는 제2의 호구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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