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이날 대표팀 출신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수비수 윤석영(23·퀸스파크 레인저스)이 온라인에 쓴 글은 대표팀 내분이 실제로 있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전날 영국으로 출국한 기성용은 이날 팬 카페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SNS 마니아였던 그는 "팬들과
소통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는데 오히려 오해를 샀고 하고 싶은 말들이 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기성용은 트위터를 통해 팬과 소통해왔으나 이 과정에서 의문의 글도 많아 논란도 자주 일으켰다. 특히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곧바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3연전 엔트리에서 빠진 뒤 나온 글이라 많은 뒷말을 낳았다. 최 감독은 3일 "당당하게 얘기하라"며
기성용의 트위터 글을 비판했다. 기성용의 SNS 계정 삭제는 최 감독의 이런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강수로 받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석영도 최 감독이 인터뷰에서 가볍게 얘기한 수비수들과 혈액형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반발했다. 최 감독은 "O형은 성격은 좋지만 덜렁거리고 종종
집중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영은 2002 월드컵 대표팀 멤버와 런던올림픽 멤버의 O형 수비수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자신도
O형이라고 밝힌 윤석영 역시 6월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 예선 3연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축구선수는 운동장에서 얘기해야
한다. 트위터는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고 화풀이가 전부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뒤늦게 불거진
일부 해외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결국 감독의 권위를 떨어뜨렸고 그게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월드컵 출전권을
굴욕적으로 따낸 축구대표팀은 오합지졸이었던 셈이다.
< 전주 |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
월드컵 글러먹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