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는 보수라서 욕먹는 게 아니다

한우는1등급 작성일 13.09.02 18: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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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 대한 글이 너무 많아져서 죄송하지만

일베에서 유입되온 똥들이 여기 너무 많아져서 이 글을 올리게 됬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라고

이 글은 타사이트에서 가져온 펌글입니다. 스크롤 압박 조금 있습니다.



일베의 해악, 일베가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일반의 보편적인 윤리관, 정치적 공정성, 즉 소위 사회통념이랄 수 있는 가치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전복과 파괴를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일베의 키워드를 나열해봅니다. 보슬아치, 김치년, 전라도 빨갱이, 노무현 운지, 광주 폭동, 북괴의 7시 멀티, 민주화vs산업화... 키워드로 추출되는 이유는, 그들 세계 안에서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언어로 사용될정도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쉽게 말해 '나조차 저런 말 쓴다는걸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보편적이고 누구나 준수해야 할 가치따위는 없어, 라는 과격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드물겁니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한다면 무법천지의 혼란이 되겠죠. 어떤 가치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때문에 (도저히 어려워보이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를 세우려는 시도도 이뤄집니다. 그것의 실현 여부와는 별개지만...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며 일방의 가부장적 억압은 부당하고 시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고 그 출신지역이 어디인지가 차별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

한 지역을 특정해서 그 지역민과 출신자를 싸잡아 간첩으로 모는 폭거는 제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민주적 정당성 없는 통치세력은 인정될 수 없다.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된 이들은 숭고하며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계승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며 존중되어야 한다.

 

일베의 '키워드'에서 발견되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가치들만을 추려도 이 정도가 됩니다. 이런 가치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2013년의 대한민국 국민이 공적/사적 영역에서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 합의입니다. 무상급식을 시행하느냐 마느냐, 증세의 범위는 어디까지냐, 기업친화적이냐 민생중심적이냐, 복지수혜의 성격은 무엇인가, 와 같이 결단을 위한 개개인의 선택과 합의도출을 위한 토론이 요구되는 정치적 테마들보다도 더 근저에 있고 모든 생활영역의 전제가 되는 가치들입니다.

 

일베가 위협적이고, 또 그 사이버공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조차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공포와 자극이 과장된 것이 아닌 이유는, 일베가 위에 나열한 그런 근본적 가치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책동을 조직적으로 일삼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책동은 관용이라는 명분이 방패막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독일과 미국에서 나치즘의 부활이나 매카시즘의 재림을 '민주주의적 관용정신'으로 용납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없습니다.

 

한국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저런 가치들이 공격당하고 또 그것이 오히려 '관용'이라는 이름하에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넘쳐나는 현재의 세태는 정말 참담할 정도입니다. 전근대적 공동체의 가부장성은 전세계 보편적이지만, 특히 성리학적 세계관이 강고하게 지배했던 특수성탓에 최근세까지도 여성인권 수준이 정치나 경제수준 발전에 못미쳤던 현실, 한 민족 내에서 이념을 명분으로 진영을 갈라 대량학살과 전쟁을 벌였던 역사,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독재세력의 지배를 받은 경험, 그런 반란세력에게 저항했다는 이유로 자기 나라의 자기 군인들에게 학살당해야 했던 기억...

 

심지어 그것들을 몸으로 겪은 세대 중 아직까지도 생존자가 있는 이 나라에서, 그런 역사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기는 커녕 전면적인 전복과 왜곡을 '즐기는' 일단의 무리가 활개치고 또 그러한 행위가 '유쾌한 인터넷 놀이'로 포장되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무섭게 전염되는 세태, 여기에서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까요.

 

마녀사냥과 낙인찍기라는 단어는 너무나 심각하게 오용됩니다. 두 개의 표현은 모두 그 희생자가 무고함을 전제합니다. 연쇄살인마에 대해서 대한민국 검찰이 마녀사냥을 한다든지, 네오나치에 대한 낙인찍기가 너무 심하다, 와 같은 말에서는 심지어 일베회원조차 어색함을 느낄 것입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일베에 대한 비난은, 그들이 민주당을 싫어하고 새누리당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진보좌파에 대결하는 용맹한 우파청년들이라서도 아닙니다. 그들이 민주화 투쟁을 조롱하고 남녀평등을 개방귀 소리 취급하며 전라도라는 한 지역을 간첩, 빨갱이로 낙인찍으며, 고인이 된 사람들을 능욕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받는 비난과 혐오는 그들의 구체적 행위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럴듯한 척 하는 수많은 '거시담론' 중에서 유일하게 공감하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새누리당vs민주당'의 한마디로 표현되는 진영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이것이 도리어 일베류가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자기 편'을 끌어모아 방패로 세우기에 용이하게 합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을 수 없는 가치전복과 파괴의 범죄를 일삼으면서, '이것은 좌파vs우파 내지는 민주당vs새누리당의 투쟁이다'라는 프레임 안에 스스로를 포섭시키는,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죠. 대선국면의 혼란속에서 이런 수법은 먹혀들어가서 (고등교육을 받고 이 사회의 지도층인) 새누리당이 '보수파 청년들의 커뮤니티 일베를 건드리지 마라'는 논평을 내게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의사결정권 있는 사람들이 일베에 한번이라도 들어가봤다면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겁니다. 일베의 착각과는 달리, 새누리당은 괴물이 아닙니다.

 

이것은 진보좌파vs보수우파의 대결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남녀평등의 가치는 아직까지도 강고하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멉니다. 어떤 커뮤니티는일베의 대척점에 선 '진보좌파의 소굴'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커뮤니티조차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비하와 조롱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어떤 이슈에서는 심지어 일베와 한 점에서 만나기 까지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베와 달리 누군가는 '지금 이런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있어 축출과 왕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정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부당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인터넷 많이 하지 마라, 자꾸 대응해서 자극하지 마라. 지금의 일베'현상'은 단지 인터넷에서 잠시 반짝 했다가 스스로 소멸한 일시적인 '귀여운' 유행 따위가 아닙니다. 일베의 언어와 사고는 그것이 예전 디씨 전성기의 엽기문화나 스타크래프트 유행어마냥 '재미난 인터넷 놀이유행'으로 스스로를 가장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급속도로 오염시켜 나가고 있고, 또 그건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아이돌 가수가 아무 생각없이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민주화'를 운운합니다. 민주화를 다수의 폭거와 동일한 의미의 부정적 어휘로 만든 오염에 악의없이 동참하게 만드는게 일베가 위협적인 이유입니다.

 

일베적 키워드, 일베적 가치파괴가 인터넷 밖으로 나오는 것은 물론 공적 영역에서 등장한다면 어떻습니까? 그때도 '내버려두면 된다'라고 안이한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이미 우리는 종합편성채널 방송에서 허언증 환자를 불러다놓고 '5.18 광주폭동 북한군 개입설'을 버젓이 방송하는 광경까지도 목도했습니다. 도대체 알수 없는 방법으로 저녁시간 SBS 뉴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사진을 내보내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으로 나아가는데, 혹자들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점잖은 냉정한 지식인의 표정으로. '내버려 두면 돼'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은 단호한 태도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떠들어도 누군가 우리에게 동조하는 이들이 있을거야'라는 가능성과 여지를 내비친다면 그건 d류에게 천군만마와도 같은 힘이 됩니다. 전라도 사람에게 빨갱이 낙인찍는 그런 말종들에게는 이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 인권, 남녀평등, 민주주의 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철퇴가 가해진다, 라는 경고가 없다면 오염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뻔히 저들이 도저히 용납못할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가 있을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모호한 태도를 취합니다. 하도 이슈가 되니 앞뒤 안재고 얄팍한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의심과 불안, 공포와 피로는 그런 모호함에서 옵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고 용서할 수 없는 짓인데, '어떤 주류'에게는 이것이 남에게 말못하지만 내심으로는 받아들여지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의심, 그건 엄청난 공포입니다. 그런 불안이 크레용팝의 유치한 노이즈 마케팅에 신경질적으로 과민반응하게 한 동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는게 고작 '역시 진보좌파는 과격하고 악랄하구나'라는 개탄입니까?

 

일베충들은 말합니다. '김정일 개XX 해봐, 김대중 개XX 해봐' 옛날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절 가톨릭 탄압에 사용했던 참혹한 십자가밟기의 현대적 응용이랄 수 있겠군요. 하지만 역으로 검증받아야 할 것은 다름아닌 일베 자신입니다. '너는 인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냐?' '너는 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원하느냐?' '너는 근본적으로 민주공화정체를 선언한 네 조국의 헌법을 부정하느냐?' 그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며 또 그것이 묵인되는 사회라면, 그게 짐승의 무리와 다를 것은 무엇이며 도대체 인간으로서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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