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심해어

신지현 작성일 13.09.20 15: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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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vpaula/100144753111
이게 Tripod fish라는 물고기인데 우리나라 말로 세발치라고 불림


이 어류의 학명은 Bathypterois grallator로  이 동물이 속해있는 속 자체가 Bathypterois 속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속에 묶여있는 동물들 전부가 심해에서만 살고 있다

심해에 사는 동물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로 보통 심해어들은 얕은 바다에서 살았던 동물들이 깊은 바다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깊은 바다에 사는 동물이라도 친척중에서는 얕은바다에 사는 동물이 많다 (대표적으로 심해아귀들)
하지만 세발치의 경우에는 아마 원래는 얕은곳에 살았다가 그곳이 지각변동에 의해 깊은 바다가 되면서 졸지에 심해생물이 돼버린 재수없는 케이스라고 추정하고 있다


도합 18개의 아종들을 포함하고 있고 굉장히 다양한 수심대에 살고있는데 발견되는 수심은 대략 800m~6000m까지라고 한다 물론 이 수심은 한 종이 이렇게 다양한 깊이에서 사는게 아니고 이 18종이 각기 서식수심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분포시켜놓음 137965676195794.jpg
(맨 위에 사진은 1500m대에 사는 종이고 이녀석은 아주 깊은 곳에 산다 깊은곳에 사는 놈 답게 몸도 투명하다)
따라서 중심해에 사는 어류일수도 있고 심해저대에 사는 어류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5000m에서 기어다니는 그야말로 밑바닥 하류인생을 살기 때문에 이 어류를 그냥 일반적으로 심해저대 어류로 부른다

심해어는 깊이에 따라서 눈이 발달한 놈하고 눈이 퇴화된 놈이 있는데, 이녀석만큼은 예외로 얕은 곳에 사는 종이나 깊은 곳에 사는 종이나 하나같이 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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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눈의 흔적만 있다)

아무튼 눈이 없다보니까 먹이나 적을 눈으로 감지하는건 당연히 말이 안돼고 특별한 감각기관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바로 가슴지느러미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위로 길쭉하게 2개 올라와있는게 가슴지느러미로 이 가슴지느러미에는 물의 진동을 느끼는 예민한 감각기관이 있어서 이걸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심해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표층수대 어류와 신경계 구조가 다른 옆줄 또한 이 동물의 시야를 넓혀준다 (일반적으로 관 형태의 신경조직이 옆줄에 분포한다 알려져있음)


또하나의 특징은 몸 아래에 길게 늘어서 있는 3개의 다리인데 이 물고기의 평균 몸길이는 30~45cm 정도지만 이 다리는 몸길이의 3배가 넘어서 보통 1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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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석의 다리하고 헷갈려서는 안됀다 위에 올려놓은 사진은 '성대' 라는 물고기로 몸아래 있는 다리로 걸어다니지만 tripod fish는 다리로 걸어다닐수가 없다. 그냥 서있는 용도임


왜 저 삼발이가 저렇게 기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서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녀석이 주로 먹는 갑각류들이 주로 헤엄치는 위치가 바닥에서 1m 위에 있는 지점이기 때문에 그거에 맞춘거라고 한다137965679337474.jpg
이 다리는 세발치가 평평한 심해저대 바닥에 편안하게 서 있도록 도와준다 이녀석은 무척이나 게으른 물고기라서 해류나 환경등을 꼼꼼히 따져본 다음에 쓸만한 명당자리일 경우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평생을 살 정도로 게으르다
워낙 휴가본능이 충실하다보니 이 녀석은 암수한몸이다 따라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두마리가 만나면 한놈이 수컷 한놈이 암컷역할을 하지만 짝을 만나지 못한 경우에는 그냥 자체적으로 알하고 정자를 다 만들어서 번식이 가능하다 근데 사실 심해어들은 짝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자웅동체가 많다는걸 감안하면
별로 유니크한 능력은 아닌거 같다137965680565499.jpg
tripod fish의 새끼. 새끼는 비교적 얕은 곳에서 머물다가 자라면 깊은곳으로 내려온다

아무튼간 '먹이를 기다리는' 방법을 사냥법으로 쓰고 있기 떄문에 다소 운빨이 필요한 녀석인데, 심해저대는 워낙에 규모가 넓다보니까 막 먹이를 움직이며 찾는거보다 그냥 한자리에 붙박이처럼 기다리는게 오히려 먹이를 찾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샘해생물들이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고 기다린다)


그리고 존나 어처구니없는게 저 삼발이가 워낙 길다보니까 서있다가 해류가 불안정해져서 넘어졌다하면 일어날 수 없어서 굶어죽는다
원래는 엄청 민첩한 놈이다 먹이를 잡을때도 기다리는거야 가만 서서 기다리지만 먹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빛의 속도로 달려들어서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먹이를 척살한다 (보통 심해생물들은 느려서 빨리 쫓아오면 도망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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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몸길이가 45cm라고 설명해놔서 되게 작은거처럼 보이겠지만 심해에서는 30cm가 넘는 어종이 아주아주 드물다는 것을 감안하자면 (물론 제법 큰 어종도 있는데 6000m나 되는 깊이에선 안산다)
이녀석은 심해저대에서 가장 큰 생물에 속한다 거기다 민첩한데다가 크고 아름다운 기둥 3개까지 가지고 있으니 절대 무시하면 안돼는 강자다

 언급 안한 부분이 있어 설명하자면 이 동물을 종종 spider fish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는 spider fish는 tripod fish의 상위개념으로 tripod fish는 몇개의 spider fish의 하부종중에 하나다
그러니까 고양이나 호랑이나 다 고양이과라고 부르는거랑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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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od fish의 친척인 Abyssal spiderfish 서식 수심대는 3000~6000m로 아예 심해저 바닥에서만 살고 있는 태생부터 밑바닥인생이다
발견된 최대 표본길이는 25cm로 tripod fish에 비해 절반가량 작은거지만 뭐 그래도 심해저대에선 가장 큰 생물체임에는 변함이 없슴
abyssal spiderfish도 역시 tripod fish처럼 삼발이를 가지고 있지만 길이가 훨씬 짧다 가슴지느러미자체를 감각기관으로 쓰는 tripod fish랑 달리 예민한 촉각을 하나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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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올린 abyssal spiderfish의 표본137965684013056.jpg
하품하고 있는 사진 건저올리면서 지느러미나 촉각은 죄다 손상됐네137965684454678.jpg
이거슨 X선 사진 13796568667255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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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fish계열의 다른 2 어종 전부 심해어종이고 발달한 가슴지느러미 근처에 촉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걸 봐서는 가슴지느러미자체를 이용하는건 tripod fish뿐인거 같다
배지느러미 아래에는 역시 짧게나마 삼발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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