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공부 중인 26살 청년입니다.
서울에 고시원 총무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약 1달쯤 지났습니다.
고시원 총무로 일하다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주식하시는 분, 야채장사하시는 분, 국가유공자, 사업 망하신 분 등등의 나이가 좀 있으신 어르신들과
고등학생, 대학생, 옷 장사하는 분, 그냥 놀고 있는 분 등등의 젊은 사람들까지...
요새 사람들이 입주가 없어서 매일 원장님이 오실때마다 1시간씩 넋두리하고 가십니다.
졸업하고 집 나오면서 부모님께는 최대한 손 벌리지 않을려고 첫 달만 생활비 받고 이번 달부터는 급여받은 걸로
인강이랑 교재비, 그리고 생활비 충당할려고 하는데 벌써 반절 이상 썼는데 다음달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총무 일 해보시는 분들은 아실 듯, 급여가 얼마나 되는지...)
책은 어차피 차근차근 한 번에 2과목씩 끝낼 생각이기에 나중에 또 사면 되긴 하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가격이 내렸다고 하는데 대신에 책값은 계속 비싸서 그런지 인강비+교재비 너무 비쌉니다ㅠㅠ
글이 두서가 없는데 겨우 댓글만 달던 제가 글을 쓴 이유는
1달 동안 이런 일 저런 일 있었지만 오늘은 좀 '빡'이 치는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스트레스받으면 보통 베.프들한테
농담섞어서 뻘소리하면서 풀긴 하는데 그냥 나름 짱공 눈팅생활 10년 정도는 되었으니
(원래 아이디가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보니 닉네임이 너무 촌스러워서 재가입했습니다)
위로 받거나 공감대나 형성해볼까라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8월 28일에 들어온 C모씨가 있었습니다. 물론 전 그 이후에 고시원에 들어와서 잘 몰랐지만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얼굴도 잘 안비추고 매일 배달 음식만 시키고 가끔 복도에 음악소리가 새어나오는 정도의 입실자였습니다.
9월 말에 다음달 입실비를 내셔야했는데 제가 있는 고시원은 자발적 입실납부를 선호해서 한 2~3일 정도는 별 말 안하고 그 이후에 문자-전화-방문 정도의 코스를 거쳐 미납입실비를 독촉합니다. 보통 카운터에서 마주치면 웃으면서 입실비가 늦어져서 그런데 부탁드린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 C모씨는 방에서 나오질 않는데 아무래도 새벽에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4일 쯤 지났을때 C모씨가 카운터로 오시더니 계좌 좀 알려달라고 하길래 "아~ 이제야 입실비를 내시는구나"했습니다.
그런데 개천절이 지나고 10월 첫째주가 지나도 계좌에 돈이 안들어와서 원장님이 1~2일 정도 지나도 안되면 한 번 방으로 가서 불러보고 대답없으면 방문 열고 들어가보라고 하셨습니다. 가끔 이렇게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러던 찰나에 오전중에 경찰 2분이 오셨습니다. 고시원 입실자 명단 좀 확인할 수 있냐고 하시면서 원래 특별한 경우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입실자 개인 정보는 함부로 보여주면 안된다고 하는데 경황이 없어서 그냥 입실 명단을 보여드렸는데
신원조회같은것을 하시는 중에 뜬금없이 이 000호 사시는 C모씨가 지금 방에 있냐고 물으시는 겁니다. 전 원래 사시는데
저도 최근 3~4일간 본 적이 없다고 하니까 한 번 방문을 보자고 해서 우선 가서 문 두들겨보고 불러봤는데 반응이 없길래
그냥 보조키로 열어봤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 이 XX새끼!!"가 절로 나왔습니다. 제가 오랜산건 아니지만 나름 자취생활+거친알바 생활로
별별 장소+별별 사람 많이 겪어봤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우선 대략적으로 방의 상태를 표현해보자면
문이 열리는 순간 얼굴로 확 풍기는 음식물 쓰레기냄새에 날라다니는 날파리떼들
약 4평 남짓한 공간에 한 발작도 들일 수 없을 정도로 방바닥에 널린 쓰레기더미들
책상 위에 담배 더럽게 모으기 대회라도 했던 것처럼 시꺼먼 액체와 담배로 가득 담긴 병들
먹다 남긴 뼈를 다 모으면 사람뼈 개수랑 비슷하겠다 싶을 정도의 방대한 치킨상자들
피자에서 빵부분이 맛이 없었는지 그 부분만 남겨진 채로 구석에 쌓여있는 피자상자들
그리고 이 방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인 바로 방바닥의 1/3을 덮어버린 구더기와 알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똥싸고 막혀버린 변기와 그 변기 뚜껑 위 치킨상자 속 말라붙은 대변 덩어리들
표현이 좀 길었는데 대략 저런 형태의 방이었음. 같이 일하는 저녁총무동생을 불러서 같이 장갑끼고
청소했는데 1차 적으로 쓰레기 다치우고 화장실 변기 막힌거 뚫고 어느정도 깔끔하게 청소까지 했는데
날파리가 너무 많아서 살충제 가득 살포하고 담배냄새 빠지라고 환기시킨 후에 봉인했습니다.
내일 다시 2차 청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청소의 결과물은 종량제 쓰레기 봉투로 약 200L정도 인 거 같습니다.
온갖 쓰레기에 구더기가 득실거려서 분리수거고 머고 그냥 냅다 쓰레기 봉투에 다 담아버려서 생각보다 더 많이
나온것 같지만 도저히 그것들을 분리수거까지 해서 버릴 비위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신원조회중에 찾는거보니 범죄자거나 관련해서 문제가 있는 사람같기도 하고
나이도 갓 20살 먹은 젊은사람인데 그런 방에서 숙식을 해결한거 보면 무슨 정신병이 있는 사람같기도 하고
직업란에는 '경주 챌린저스 리그'라고 써 있던데 찾아보니 2부 축구리그 같은데 이것도 별 신빙성이 없어보이고
지인란에 여자친구란이 있기에(이런 놈도 여자 친구가 있는데 왜...난...ㅠㅠ) 전화해볼까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근데 원장님이 한 번 전화해서 C모씨 욕 한바가지 해주고 방열쇠 반납하라고 전해달라고 통보해주라는데
우선 알았다고는 했습니다.
청소끝나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얘기해주니까 XX새끼라고 같이 C모씨 욕하고 했는데
내가 "하아~ 그 새끼 만나면 명치 X나 쎄게 3대 때리고 싶다~"라고 드립치니까 웃기다고 서로 뻘소리하다가 전화마침.
원래 주소가 인천부평이던데 같은 인천출신으로서 길가다가 진짜 만나면 명치 X나 쎄게 3대 때리고 싶네요...
꽤나 쓸데없는 얘기를 길게 썼는데 그냥 뻘글로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