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순간 쓰리지가 잠깐 렉걸린다 싶더니 카톡이 수십개가 한꺼번에 옴
놀라서 뭐지? 하고 봤더니 다들 단톡방 열어놓고 어떡해?? ㅠㅠ 남발하고 온갖 욕도 남발함.
뭔가 하면서 한개씩 답해주고 있는데 쓰리지 속도도 느림. 한 메시지에 1분은 걸리는 느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맨 끝 자리에서 핸드폰 갖고 놀던 애가 덜덜 떨면서 자기 짝꿍이랑 귓속말 함, 짝꿍도 똑같이 창백해짐.
한 번도 아니고 두번을 반복하니 국어 선생도 수업 하던 거 내려놓고 '조용히 하고 있어!' 라고 남겨놓고 교무실 쪽으로 걸어감. 다른 반에서 수업하고 있던 선생님들도 걸어가는 게 교실 창문으로 보임.
선생님들 다 가고 나니 여러 반에서 각자 왁 떠드는가 싶더니 목소리 가장 큰 애가 '야 전쟁 났대!' 하니까 떠드는 소리 두배로 커짐. 벌써 몇몇 여자애들은 울음 터뜨리고 서로 껴안음.
이게 뭔소린가 하고 인터넷 켜보니까 뭐 실시간 검색어에 북한 전쟁선포 등등
뭐 저번 연평도처럼 그렇게 폭격맞은건가 하고 있는데 뉴스 기사쪽으로 시선을 돌리니까
옆에서 누가 핸드폰으로 티비 틀었더니 '야 씨발 KBS 빼고 다 안 나와' 'KBS 틀어 빨리빨리' 하더니
앵커의 목소리가 뭐라 웅얼거리는데 잘 들리지도 않음
벌써 몇몇 일진들은 야 이거 시간 오래걸리겠넼ㅋㅋ 나갔다오자 이러면서 신발 신고 있는데
국어 선생은 어디 가고 담임이 들어와서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어!' 이러면서 교탁에 앉아서 노트북 펴는데
담임이 몇 번 조용히 하라고 교탁 쳐보다가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있음. 앞에서 버젓이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뉴스 보는 것도 안 말림. 핸드폰 안 내고 있던 애들은 그제서야 꺼내서 전화를 걸기 시작함. 두 세명정도 전화가 불통이라고 통곡을 터뜨리는 애들이 생김.
애들 대 패닉. 책상 안에 있던 책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애가 있나 하면 가방도 놔두고 신발만 신고 울면서 나가는 애들도 있음.
복도는 전교생이 서로 먼저 집에 가려고 하는 바람에 꽉 막힘. 계단으로 우르르 내려가는데 머리 속은 새하얌. 아무 생각도 안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음.
몇몇 선생님들이 그나마 남아서 줄 서서 가라, 좀 천천히 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름. 그나마 몇 여선생들은 벌써 가방 싸서 애들이랑 같이 우루루 몰려나가고 있음.
길거리 가게들도 다 열어놓긴 했는데 다들 핸드폰이나 티비에 시선집중중임. 몇몇 마트나 편의점은 벌써 문 닫을 준비중. 근데 전쟁나면 핸드폰도 다 끊긴다 하지 않았나? 싶어서 쓰리지 켜서 카톡도 해보지만 아직 안 끊긴듯, 하지만 메세지 한 개에 1~2분씩 걸릴 정도로 느림.
처음엔 주의깊게 들었는데 듣다보니 하던 말 또 하고 또 함. 대통령 담화문도 '아직 큰 일이 아니니 생업에 종사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만 계속 나옴.
카톡이 하도 많이 와서 와이파이 끌까 생각하다가 혹시 중요한 소식 오면 어떡할까 싶어 켜둠.
엄마가 장 본 커다란 비닐봉지 두 개를 끌고 집에 들어왔음.
이마트 갔는데 난리도 아니더라면서 엄마가 나갈 때 결국 경비회사 직원들이 와서 사람들 끌어내고 있다고 함.
증명하듯이 엄마 겉옷 모자가 반쯤 뜯겨나감. 쌀 사러 갈 때 하도 격렬하게 서로 잡아당기다가 찢어졌다고 함.
뉴스는 포격 범위만 계속 알려줌. 아직까지는 서울이랑 인천이라고만 알려졌고 사상자 불명. 엄마가 일단 오늘은 집에 있던 걸로 대충 때워먹자 하고 일어나는 순간 속보 뜸.
서울/경기 지역 전체 공습경보.. 세종시 포격중
자막 뜸과 동시에 티비가 아닌 동네 여기저기서 사이렌이 울림.
민방위 때나 듣던 긴 사이렌 소리에 순간 심장이 철렁하고 머릿속이 다시 하얘짐.
뭘 가져가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핸드폰 손에 쥐고 나니 머릿속이 하얘짐. 엄마는 그나마 정신이 있는지 안방으로 들어가서 보석함 열어서 패물 주머니에 챙기고 있음.
일단 전기 끊어지면 어두울까봐 서랍 안에서 먼지 쌓인채로 오래 굴러다니던 손전등 손에 쥐고 난 다음에 소름이 돋아서 후다닥 현관으로 나와서 엄마를 부름.
순간 엄마도 나도 가만히 기다림. 잠깐 조용해졌다가 창문가가 훤히 밝아짐.
쐑! 하는 소리가 빠르게 들리고 곧 이어 천둥치는 소리 같은 쾅 하는 소리가 들림.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계단 아래로 끌어냄.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니 벌써 아파트 사람들 다 거기 몰려앉아 있음.
차 주차해놓은 사람들은 자기 차 안에 앉아 있고 없는 사람들은 그냥 기둥 옆에 벽가에 주저앉아 있음.
어떤 사람들은 트렁크 끌고 나오고 어떤 사람은 핸드백만 들고 나오고 울고불고 지옥임.
그래도 안에 들어와 사람들 소리 들으니 포격소리가 좀 줄은 것 같아 정신을 차릴 것 같음.
엄마 차 찾아서 안에 들어가 핸드폰 켜보니 결국 안테나 하나도 없음. 쓰리지 와이파이 하나도 안 뜸.
가스 전기 끄고 나와야 한다고 하니 엄마가 걱정함. '가스 안 잠그고 왔는데..' 지하주차장 안의 조명이 갑자기 깜빡깜빡 하다가 아예 팍 꺼져버림. 사람들 비명지르니까 더 무서워졌음.
차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차 조명 켜니까 그나마 뭐가 보임. 손전등 생각이 나 한번 켜보니까 안 켜짐. 사놓고 몇 년을 생각도 안하고 있었으니 건전지도 안 갈았음.
바로 옆에서 비명 지르는 엄마 목소리도 안 들림.
엄청 빠르게 쏟아지는 포격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음.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밝은 빛이 이따금씩 확확 쏟아지는데 불 같음.
출처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