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지혜 기자]
생존자 서희근(54)씨는 해병대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배에 대해, 바다에 대해 경험
이 많았다. 그런 그가 느끼기에 세월호는 이상했다.
지난 6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서씨를 만났다. 그는 사고 당시 탈출하는 학생들을 보트 위
로 끌어올리다가 오른팔 인대에 부상을 입었다. 그는 목이 잠겨 있어 말을 하기 힘들어했
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서씨의 증언 중 중요한 부분은 사고 발
생 전 상황이었다. 접촉한 모든 생존자가 16일 오전 상황을 이야기 할 때 그는 전날 밤을
이야기했다.
수학여행 길에 오른 고등학생을 단체로 태운 세월호는 시끄러웠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2
시간 반 늦은 4월 15일 오후 9시에 출발했고, 인천대교를 지나면서 학생들은 갑판에 나와
불꽃놀이를 했다. 좀 잠잠해지면서 서씨도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갑자기 배가 왼쪽으로 기우뚱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증언
이다.
"시간상으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우뚱 하더라. 그렇게 큰 배가 순간적으로 그
렇게 움직일 정도면 엄청난 충격이다. 놀라서 밖으로 나갔다. 잠잠했다. 안개도 없고, 파
도도 없고. 3층 안내데스크에 현재 배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다.
들어가서 보니 군산 앞바다 정도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
침에 진도 앞바다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4월 16일 사고 당시 서씨는 방에 있었다. 화물기사인 그의 방은 기사 숙소인 3층 선미 부
분 우측 뒤에서 두 번째(DR-7)였다. 갑자기 배가 기울면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구명
조끼를 입었고, 점점 기울자 복도로 나왔다. 그는 "30분 가까이 복도에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암초에 걸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점점 기울어갔다. 그는 "기운
다는 말은 가라앉고 있다는 건데, 배는 가라앉을 때 뱅뱅 돈다"며 "그런데 배가 워낙 크니
까 잘 못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하라는 방송이 있었지만, "내가 '형님, 우리 죽습
니다,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일행 4명이 뒤쪽 갑판으로 나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갑판 출구쪽에서 찍은 사진은 이미 배가 기운 각도가 60도에 가까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갑판 난간에 매달려 119에 신고한 시간은 오전 9시 11분이었다. 매달린 일행을 발
견하고 해경 구명보트가 접근했고, 그는 탈출에 성공했다. 보트에 오른 그는 뒤이어 탈출
하는 학생들을 도왔다. 인대는 이때 나갔다.
서씨는 "식당에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었는데...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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