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 사는 김모(65) 씨는 “집에 예쁜 강아지가 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안모(82) 할머니를 집으로 유인했다. 그는 집 거실에서 안 씨를 껴안고, 방 안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강제로 안 씨를 추행했다.?성폭력 전과가 있던 김 씨는 안 씨가 80대 노인이란 사실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 지난 2월에는 경남 사천에서 술에 만취한 30대 남성이 8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다 할머니가 반항하자 폭행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최근 노인 대상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19일 경찰청에 따르면 노인대상 성폭력 범죄는 지난 2012년 320건에서 2013년 428건으로 1년 새 108건(3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올해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4월 말 현재 1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건)보다 25.2% 증가했다.
경찰은 노인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신고되지 않은 범죄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고율이 10∼2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시골에 가서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그런 일을 어떻게 알리느냐’는 등의 반응이 많다”며 “큰 사건이 아니면, 대개 조용히 넘어가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경찰은 우리 사회가 노령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노인 대상 성폭력 범죄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대한노인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폭력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내용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노인 대상 성폭력 범죄자 심리를 보면, 이성적으로 끌려서가 아니라, 나보다 힘이 약한 ‘약자’이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노인이라고 성폭력 범죄의 안전지대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