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명량의 내용 전개에 대한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명량 다들 어찌 보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는 괜찮게 보았는데 혹평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70~75점? 명작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형편 없는 영화는 아니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영화 명량을 보신 분들이라면 후반부 해전의 판옥선에서의 백병전과 충파가 기억에 남으실 텐데요 아까 세프트리악손 님이 쓰신 글도 있고 해서 이참에 조선 수군의 주력전선인 판옥선과 왜놈들의 주력선인 세키부네에 대해서 찾아 보았습니다ㅎㅎ
우선 판옥선에 대한 설명입니다(두산백과)
설명에 써있다시피 판옥선은 이층구조로 되어있어 높이가 상당합니다. 따라서 적선에 도선해서 백병전을 치르는 방향으로 해전을 치러온 왜군으로선 거의 난공불락의 성채와도 같았죠. 판옥선 한대한대가 적들에겐 성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왜수준의 주력선 세키부네에 대한 설명입니다.
우리나라 배가 아니므로 설명이 빈약합니다;;
왜수군은 사실 해군이라기 보단 해적에 가까운 조직이었기에 전열을 맞춰서 해전을 치르는 게 아니라 빠르게 목표물을 쫓아가서 도선한 뒤 백병전을 벌여 적선을 점령 및 약탈하고 다시 빠르게 도망가는 방향으로 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따라서 속도나 선회력 면에서는 판옥선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죠.
간단한 설명은 이쯤 하고 그럼 판옥선과 세키부네의 크기 차이가 어느 정도였느냐?
이 정도입니다ㅡㅡ;; 반이 아니라 거의 1/3사이즈...이러니 일본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지금까지 백병전만으로 먹고 살았는데 웬 성 한채가 떠다니면서 양옆으로 대포 뻥뻥 쏘고 들이받으면 부서지고...12대330의 상황에서도 일본놈들이 벌벌 떤 게 조금 이해가 갑니다-_-;(위 그림의 비교도는 왜란 초기의 체급차이이고 이미 판옥선에 대판 깨진 왜군은 세키부네도 사이즈를 조금 키웠다고 합니다. 그래도 도긴개긴...)
그럼 이제 명량에 대한 대표적인 질문과 실제와 영화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1. 충파란 무엇인가.
충파란 배로 배를 직접 '충'격하여 '파'한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적선에 냅다 배를 들이받는 전술입니다. 당파와 함께 해전의 대표적인 두 전술인데요(당파란 현대전과 같이 포격전으로 적을 섬멸하는 전술을 말합니다), 사실 이 충파라는 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배 전면부(용골)를 타격하는 전술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실제로는 선미나 좌우현을 들이받아 상대방 배를 쪼개(?)버리거나 뒤집어 버리는 전술이랍니다.
그렇다면 실제 명량해전에서도 영화처럼 멋지게 돌격해서 일본 배를 짖이겨 버렸느냐? 아쉽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판옥선이라도 세키부네의 용골을 들이받는 충격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남겨진 기록으로 보았을 때 판옥선 전부를 동원해 일본함대에 충파로 들이받는 전술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하네요. 다만 해전이 이루어지는 와중에 개함별로 충파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크다고...
2. 일본 배는 종이배?
판옥선이 들이받기만 하면 부서지는 일본배를 보고 많은 분들이 그러십니다. 일본 배는 종이로 만들었냐 대나무로 만들었냐. 부딪히기만 하면 부서진다...
우선 세키부네는 주로 삼나무, 전나무 등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이 목재의 내구도가 기본적으로 높지 않다고 합니다. 거기다 중요한 게 일본의 배는 '쇠못'을 이용해 건조한 반면 판옥선은 '나무못'을 이용한 배이기 때문에 내구력에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하는군요. 해전 특성상 배의 접합부가 계속해서 바닷물을 맞아야 하는데 점점 부식되는 쇠못과 달리 나무못은 물을 먹고 불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연결이 점점 단단해지고 내구력도 올라갔다고 합니다. 연결이 헐거운 일본 배는 부딪히는 족족 부서져 나갈 수밖에 없었죠.
- 일본이 삼나무와 같은 목재로 선박을 건조한 이유는 세공/장식이 용이해서 라고도 합니다. 영화에도 나오듯 판옥선은 수수하고 우직한 느낌인 반면 일본의 배는 굉장히 세련되고 이런저런 장식이나 디자인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걸 볼 수 있죠.
3. 일본의 배는 왜 화포가 없는가?
위에 말한 것 처럼 일본의 배는 내구도가 약합니다. 화포라는게 그냥 쏘기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발포가 되면서 계속해서 배에 충격이 가해지게 되는데, 세키부네는 이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빠른 움직임에 특화되어 발전된 배 특성상 사람을 많이 싣지 못하므로 화포를 운용할 인력도, 공간도 부족했고 실어봐야 두 대 정도가 한계였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영화에서 류승룡이 타고있던 큰 배(안택선, 아타케부네)에 화포를 실으면 안되는가?...네 안된다고 합니다. 일단 안택선은 대장선이므로 대수 자체가 얼마 되지 않고, 비록 사이즈는 크지만 그 위에 누각을 얹어놓아 여유공간이 많지 않으며, 삼나무로 만들긴 똑같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내구도가 높진 않다네요. 그냥 판옥선 따라서 크기만 키운 배라고...
4. 정말 명량해전에선 그렇게 처절한 백병전이 있었는가
이건 답이 나와있죠. 적어도 대장선에서는 백병전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대장선의 사망자는 두명 뿐이고 부상자 역시 두명(혹은 세명)있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모두 조총에 당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처절한 백병전이 있었다면 두 명만 죽지는 않았겠죠?
일단 가장 우세한 의견은 명량해전 내내 포격전과 공성전(?)이 주가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당시 판옥선에는 화포뿐만이 아니라 소신기전과 같은 개인화기, 장군전과 같은 대함무기 등도 다수 실려있어 그야말로 풀업 시즈탱크를 향해 돌진하는 노업 저글링을 상대하듯 일방적인 전투가 되었을 것이라고들 하는군요.
하지만 난중일기에 따르면 "적장의 배와 다른 두 척의 적선이 안위의 배에 달라붙어 앞다투어 올라갔다. 안위와 그 배 위의 사람들이 각자 죽을 힘을 다해 몽둥이를 들거나, 창을 잡거나, 혹은 수마석으로 무수히 어지럽게 쳐댔다." 라고 적혀 있어 다른 배에서는 백병전이 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다만 이게 정확히 선상에서 벌어진 백병전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안위의 배가 세키부네에 둘러싸여 공성전(?)을 치르는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의견은 나뉜다고 합니다.
아마 영화에서는 극적 연출을 위해 안위의 배에 있었던 상황을 대장선에 적용시킨 게 아닌가 합니다.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 배설의 배신 : 실제로는 명량해전 직전 이미 도망쳤고 잡히는 것 역시 꽤 뒤의 일이라고 합니다.
○ 불타는 거북선 : 명량해전 당시에 거북선은 이미 칠천량 해전에서 모두 불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 멀리서 조총사격을 가하는 왜군 : 당시 조총의 유효사거리는 50~100m로 활에 비해 턱없이 짧았고 명중률 역시 형편 없었습니다. 당연히 저격은 불가능ㅋㅋ
○ 12vs330? : 실제 함대수에 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판옥선은 13척이 맞다고 하는군요. 또한 우리측 판옥선 뒤에는 100여척의 피난선이 병선으로 가장하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선 절벽에서 응원하는 피난민들로 대체-_-;;
이것 말고도 찾아보면 여러가지 있더군요. 여기 다 적기가 힘들어서...네이버 같은 곳에서 찾아보시면 더 자세하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할 것 같네요. 찾아보니 실제 역사와 다른 점이 참 많군요 ㅋㅋ
솔직히 초반부는 조금 지겹지만 음악이 괜찮아서 참을만했고 후반부 해전은 한국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수준급으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순신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흥행하지는 못했겠죠 ㅋㅋ 저한테 이 영화는 소재가 5할, 연출이 2할, 배우가 1할, 음악이 2할이었습니다. 일단 극장에서 돈주고 봐서 후회할만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도 여기저기서 퍼온 것들이라 무조건 이 내용이 100% 맞다고 하진 못합니다 ㅎㅎ 혹시 틀린 점이 있다면 댓글로 부드럽게 지적해주세요ㅠㅠ
그럼 이상으로 판옥선과 세키부네에 관한 비교 및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점에 대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네이버에 문의를....
3줄요약
1. 일본배 사이즈 판옥선 1/3 깝ㄴㄴ
2. 일본배 내구도 판옥선 1/3 깝ㄴㄴ
3.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 역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