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저는 중세 유럽에 있었습니다.
10살정도의 남자아이였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는데, 실제 어머니가 아닌 가상의 어머니였습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정도의 어두운 금발의 미녀였죠.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고칠 방법이 없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집 옆에는 성당이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저는 조금 늦게 노랫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제 방에서 나오니 손님이 와 있더군요.
중년의 아저씨인데 어머니와 무슨 얘기를 진지하게 하다가 제가 나오는 걸 보고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했는데, 저는 처음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제 손을 끌고 제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잠시 성당에 가서 놀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어주셨고 마침 지나가는 나이많은 신부님에게 저를 인계했습니다.
저는 신부님 손을 잡고 성당 옆문을 통해 바로 교단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이 허름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성당의 내부는 화려했습니다.
성가대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그리고 관악기까지 다룰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저는 성당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성당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창밖을 보니 슬쩍 어두워진 게 본능적으로 오후 네 시가 지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부님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배가 고프지 않아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냥 당겨보니 문이 힘없이 열렸습니다.
집 안은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어머니는 테이블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관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깜짝놀라 뒤돌아보니 신부님이 헐떡대며 들어왔습니다.
키가 큰 흑발의 사내와 함께 왔는데, 검은 가죽옷을 입고 칼을 찼습니다.
그는 문을 닫은 후 등을 기대어 막고 가만히 서 있었고, 신부님이 저에게 와서는 자기가 다시 올 때까지 집 안에 숨어 있으라고 당부를 한 후 저를 저도 몰랐던 벽장과 벽 사이의 공간에 숨기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흑발의 사내는 '경비병을 조심해라'라고 딱 한 마디를 한 후 신부님을 따라 집을 떠났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밖에 쓰러져있는 어머니와 오전에 찾아온 손님, 그리고 경비병을 왜 조심해야 하는지 까지도...
그때 현관이 열리고 절그럭 절그럭 철제 군홧발 소리가 여럿 들렸고, 그들끼리 웅성거리다가 집 안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들킬까봐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후 그들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집 안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훌쩍거리다 잠들었습니다.
한참 후 잠에서 깬 저는 마음이 좀 진정이 되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와보니 어머니는 그들이 들고갔는지 없었고, 다시 아침이 왔는지 날이 밝아있었습니다.
낡은 밝았는데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은 캄캄했습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신부님께 갔습니다.
신부님은 잘 숨어있어야지 왜 왔냐며 나무랐지만 곧 생각을 바꾸고 저를 성당 안에 숨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경비병들이 성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성당 옆문으로 뛰어나왔습니다.
다행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벽 뒤에 몸을 숨기며 골목길을 달렸습니다.
성당을 떠나기 직전에 신부님이 적어준 장소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광장이 있었는데, 광장으로 통하는 모퉁이를 돌자, 광장 가득 도열해있는 경비병들이 눈에 띄었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전날 아침에 왔던 그 손님이었습니다.
그가 절 발견했고 절 보고 미소를 지어보이더군요...
하지만 저는 흑발의 사내가 한 경고를 기억했고, 퇴로를 찾기 위해 뒤를 돌아봤습니다.
다행히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뒤를 돌아본 그 짧은 시간동안 경비병들은 무기를 꺼내들고 저에게 다가와서 저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그때 놀라서 잠을 깼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