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세금왕 누구?
73.7%가 세금…한갑에 3318원 붙어
-유류세ㆍ주세와 비교해도 세금비중 높아
-커피숍 등서 완전퇴출 정부는 푸대접
흡연자들은 흔히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말한다. 담배 가격의 70% 이상이 세금으로 구성된 만큼 국가 재정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우는 흡연자는 지난 1년간 56만원 가량의 세금을 냈지만 올해부터는 121만원 정도를 내야한다. 이는 9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의 재산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누구보다도 세금을 많이 내는 ‘애국자’들에게 푸대접이다. 담배를 커피숍, 음식점에서도 완전 퇴출시켰다. 애연가들은 갈 곳을 잃고 흡연장소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
4500원짜리 담배 한갑에 포함된 세금만 3318원이다. 이런 상품이 담배 말고 또 있을까? 담배 외에도 제조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은 ‘세금폭탄’을 맞고 있는 기름값, 술값 등과 함께 비교해 봤다.
뿔난 흡연자…3318원이 세금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000원이나 되는 사상 최대의 인상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4500원짜리 담배 한갑을 사면 3318원을 정부가 가지고 간다. 작년 2500원짜리 담배는 1549원(62%)이 세금이었는데, 2000원을 인상한 뒤부터는 세금 비중이 73.7%로 12%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제조원가를 포함한 순수 담뱃값은 1182원. 담배소비세는 1007원에 달했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841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개별소비세가 신설돼 594원, 지방교육세도 443원을 떼어간다.
인상분을 보면 담배소비세가 366원 더 오르고 594원의 개별소비세가 새로 부과되는 등 담뱃값 인상분 2000원 가운데 88.4%가 세금이다.
3500원으로 가격을 확정한 보그의 경우 1갑당 세금 3318원을 빼면 겨우 182원이 남는데, 손해를 보더라도 떨어진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름값, 기름 붓는 세금 불만…61%는 정부 주머니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소비자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름 값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즉 자동차에 넣는 기름에 대한 세금은 ‘유류세’라 불린다. 여기에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와 부가가치세(VAT) 등 세금이 붙는다.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휘발유 1ℓ에는 교통세(529원), 교육세(79원), 주행세(138원), 수입부과금(16원) 포함된다. 일단 기름값에는 리터당 765원의 세금은 무조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세후가격에 10%의 부가세까지 따른다. 19일 석유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값 1492원을 기준으로 하면 765원의 정액세에 부가세 149원까지 총세금만 914원에 달한다.
국제유가가 아무리 급락해도 기름에 붙는 세금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 비중은 61%가 넘는다. 경유도 휘발유와 비슷한 상황. 따라서 결국 고정적으로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절반이상 떨어져도 900원대의 세금이 부과되는 주유소 기름값은 크게 떨어질 수 없는 구조다.
소주값 53%는 정부가 ‘훌쩍’…그래도 모자라다?
슬슬 인상론이 나오는 주세도 원가보다 비싸긴 마찬가지.
세계 최고 수준의 주류 소비량이 많은 나라지만 우리가 마시는 소주 한 병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포함돼 있는지,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소주의 출고가는 제조원가,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제조원가는 소주 출고가의 47%에 불과하다. 나머지 53%는 각종 세금이다.
예컨대 출고가 1000원 소주 한 병은 주류업체 몫은 470원이고 정부 세금이 530원인 셈이다. 세금은 주세 338원과 교육세 101원, 부가세 91원이다.
소주와 맥주, 와인 등 주류에 붙는 세금은 원가의 112%에 달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다.
한편, 정부는 이미 지난 2005년 72%인 주세율을 9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반대여론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