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잔인해진다는 9시를 조금 넘었을 때의 일이다. 아니 내게는 사건이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방향이 같은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선이 겹친다는 느낌을 받은 나는 살짝 걸음을 늦춰보았다.
뒤따라오던 놈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나를 지나쳐서
지 갈길 가길 바라는 마음에 걸음을 살짝 옮겨 나의 진행 방향을 바꾸었다.
만사불여튼튼이라 했으니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을 하며.
하지만 인생은 호락호락 하지 않은 법.
내 생각은 빗겨나갔다. 이 사람새키가 나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아닌가.
순간 나는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
아 슈발 뭐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뒤를 돌아다 보았고 난 그 사람새키와 원치 않는 아이컨택을 했다.
정확히 나의 눈을 응시하는 그 중년의 눈은 마치 술취한 호랑이의 눈빛 같았다.
머릿속으로 아닐거야 아니겠지를 외치며 ㄱ자 모양으로 방향을 돌리며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그 놈과의 거리를 시집간 전 여친과 현재 나와의 거리 만큼이나 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신발색기는 내 계획을 눈치챈듯 급하게 나를 불러 세운다.
어이 잠깐만, 오른손에 그거 뭐야? 라는 물음에 '뭐긴 뭐야 슈발, 핸드폰이지'라고 생각했지만
"핸드폰인데요" 라며 존대를 하는 나였다.
그러자 그럼 그 왼쪽은 뭐야? 라고 재차 물어왔다.
아저씨 뭐에요? 라고 되물어 보자 "아니, 그 왼쪽은 뭐냐고?" 라고 또 물어본다.
순간 이 미,친놈으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갔다.
어느새 내 다리는 땅을 박차고 있었고 그 순간 만큼은 우사인 볼트 못지 않았던 내 자신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니 그 놈팽이가 중년의 혈기를 발산하며
봄바람 만난 미,친년 처럼 달려오더라.
"아저씨 뭐에요? 뭐하는 사람이야? 경찰에 신고할꺼야!!" 라고 소리를 지르자
"내가 먼저 신고할까?" 라며 실실 쪼개는 면상에 보며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라는 속담을 친히 부정하고 싶었다.
슈발
3미터 정도 간격을 유지한 채 서로 대치 했고 여전히 오른쪽에 그거 뭐냐 또 물어보는 그 사람새키에게
핸드폰이라고요! 왜? 라고 대꾸하자 그럼 그 왼쪽은 뭐야? 끈질기에 물어오는 도사견 같은 놈에게
내 왼쪽 바지 주머니, 야상 왼쪽 주머니를 뒤집으며 아무것도 없을을 친히 확인 시켜주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머쓱했는지 아니면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안절부절 하던 Ship쉐키는
"다음번에는 용서하지 않을꺼야" 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고 자리를 뜨려 했다.
순간 터져나오는 썩소와 함께 "아저씨 뭐에요?" 라고 물었지만 내게 돌아온 것은
그가 머물렀던 곳의 차가운 냉기 뿐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신종범죄인가? 아니면 인신매매인가 슈발? 온갖 잡생각을 하고
황당함과 함께 동네 근처 복싱도장의 유무를 검색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뭔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화가 난다. 열받는다.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