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기본 약정에 통화료, 데이터 요금까지 매달 7~8만원으로 통신비를 지출하는 것 같아요. 업무상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와이파이가 설치 안된 곳들이 많아서 통신비가 종종 10만원을 넘어갈때도 많아요. 요금 인하효과는..글쎄요.." 직장인 A씨(33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후, 휴대폰과 이동 통신사 시장이 달라졌다.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고객이 줄고,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이 급감했다.
무엇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국내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서로 높은 단말기 보조금을 앞세워 과도한 출혈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배만 불려 준 꼴이 됐다. 실제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4분기 2조 1077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 465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확연히 쪼그라 들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분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총 782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871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통3사들의 2분기 실적도 양호할 전망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단통법 시행 후 마케팅 비용이 현격히 줄면서 이통사 실적이 전분기, 전년대비 모두 훨씬 나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 시행 전에 반대를 외쳤던 이통사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자료를 보면 이통3사의 가입하 한 명당 평균매출(ARPU)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1분기 3만 4619원에서 올해 1분기 3만 5635원으로 증가했다.
단통법으로 마케팅에 제동이 걸린 이통사들은 대신 직영점 강화로 눈을 돌린 상태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고액의 보조금 대신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별로 직영점을 신규 개점하는데 상권 분석 등을 해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직영점을 전략적으로 늘리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중소 휴대폰 유통점들의 얘기는 다르다. 고사위기에 직면했다고 토로한다. 단통법 시행 후 번호이동 고객보다 기기변경 고객이 많아진데다, 이통3사들의 직영점이 늘어나면서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한 중소 유통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고가폰보다는 저가폰이 많이 나가는 추세고 예전보다 고객이 많이 줄어 인건비와 임대비가 비싼 곳은 대리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매출은 이미 반토막이 났고 그나마 단골이 많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판매업자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이통 3사 직영점에 대한 신규출점과 주말영업 제한등의 방안 모색에 나선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직 정해진 바 없고 계속 논의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런 업계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때문인지, 이통3사들은 뒤늦게 요금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새로운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 또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중심요금제 대부분이 적은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고 있는데다 음성통화, 문자가 무제한이라고 하지만 소비자 사용패턴이 SNS 등의 데이터로 넘어간 상황에서 소비자의 통신비용이 되려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에 불과하다"며 "단통법 이후 통신 유통시장은 개선되지 않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