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해석(대량 스포일러)

Used2B 작성일 16.05.12 03: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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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누가복음 말씀입니다. 원문을 담지는 않고요,
대략적인 맥락을 짚으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고 부활하여
제자들 앞에 나타나자 제자들이 예수를 보고
귀신인 줄 알았다고 하니 예수가 내 구멍난 손 좀 봐라
만져봐라
하는 장면의 구절입니다.


즉, 의심하지 말라..(=현혹되지 말라)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영화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만큼 기독교적 장치가 많습니다.
이걸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죄.

곽도원이 황정민과 천우희에게 공통적으로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왜 하필 우리 딸이냐고. 왜 이렇게 됐냐고.
황정민이 대답합니다. 너가 시방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걸 건드렸어.
천우희가 대답합니다. 니딸 애비가 죄를 지었어.

성경에 원죄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모든 죄의 근원.
여자(이브,하와)가 뱀(악마)에게 현혹되어 선악과라는 열매를 따먹습니다.
단순한 열매가 아닙니다. 신과 같은 능력을 갖는 열매입니다.
그래서 이걸 원죄라고 부릅니다.

딸이 아픈 것은 일본인에게 찾아가 깽판 친 이후이지요.
그 이전에 뭔가 만난 것 같지만 본격적으로 증세가 시작된 건
이후입니다.
그때 딸의 할머니가 무당을 부릅니다.
남자도 허락하고 나중엔 굿까지 하게 되지요.


사실, 독버섯이나 두드러기 광기의 증상은 황정민,일본인이
뿌려놓은 미끼입니다. 이걸로 굿을 하도록 유도하면
일본인이 광기,살의를 집어넣는 것이지요.
황정민의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 건 흐름상
넘어가지만 천우희의 죄를 말하는 부분은 다릅니다.

딸을 살리려면 (구원하려면) 굿을 하지 말았어야 했죠.
이걸 지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닭이 3번 울때까지 기다려.

이어서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닭이 3번 울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이것도 역시 성경적 요소가 있습니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가 새벽에 닭이 3번 울면 나를 배신할 것이다.
베드로는 극구 부인했지만 결국 닭이 3번 울 때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떼게 됩니다.

천우희와 곽도원의 만남은 극 초반에서 한 번
있었죠. 천우희가 일본놈이 귀신이라고 가르쳐주던
장면입니다.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지요.

아마 모두가 천우희를 진짜 범인으로 의심하던
상황이었을텐데요.
천우희가 곽도원에게 세세하게 설명해주어
다시 신뢰를 쌓아가고 닭이 두번 울 때까지 잘 넘어가나 했는데
딸의 머리핀과 좀비의 자켓,여인의 가디건을 보고 다시 의심을 하게 되어 결국 돌아서게 되지요.

아, 이 장면 전에 황정민이 천우희에게 항복하고
곡성을 떠나는 장면이 있지요. 서울로 가던 길에 트럭에
날파리들이 차에 들러붙어 다시 오게 되는데
아마 메뚜기 같습니다.

성경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에게 7가지 저주를 내리는 데 이중 하나가 메뚜기가 비처럼 쏟아지는 저주였습니다.

3. 왜 곽도원 집안은 멸망했는가

1번 원죄의 항목에서 이어져 갑니다. 기독교 관점에서 죄의 삯,
즉 죄의 대가는 사망, 죽음입니다.
천우희는 닭이 3번 울 때 까지 기다리면 괜찮다 했는데
곽도원이 이를 지키지 못했지요. 즉 죄로부터 구원받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극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두 악마에게 놀아나는 인간과
그 사이에서 매우 소극적인 구원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구원자는 가장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요.
곽도원이 악마를 잡기위해 별짓을 다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딸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했던 건 닭이 3번 울때까지의 참을성이었죠.

기독교 관점에서 구원받는 길을 '좁은 길'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악마의 수많은 현혹을 견뎌내고 의심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이지요.


4. 결론.

가장 난해한 장면은 역시 악마가 구멍뚫린 손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네요. 신부(정확히는 그 전 단계)가 찾아갔을 때 악마는 영화 초반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손을 보여주니 구멍뚫린 손이었죠.
아마...의심을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부 자기자신의 믿음에 대한 의심이요.

극중에 교회가 딱 두번 등장합니다. 첫번째는 곽도원이 그 신부 찾을 때. 두번째는 진짜 신부에게 상담하러 갈 때. 두번째 진짜 신부에게 상담했을 때 진짜 신부는 곽도원의 증언을 의심하며 그냥 의사말 잘 듣고 가만히 있으라 하죠... 믿음이 없고 의심많은 것을 이 장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제 해석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기독교적 장치가 많이 쓰였고 가장 타당성 있는 해석을 써보고 싶었기에 기독교적 관점에 입각해서 써보았습니다.

영화리뷰 게시판 어디갔니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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