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50분쯤에 편의점에 가서 커피 한 캔이랑 요기거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위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개 두 마리를 마주쳤습니다.
토종 진돗개는 아닌 것 같았고 다른 종과 섞인 것 같은 잡종같은 느낌이었는데
제 키의 반만할 정도로 굉장히 컸습니다. 그런 개 두 마리가 떡하니 서서
골목길을 들어서자마자 저랑 마주쳤고 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개들은 묶여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굉장히 흥분을 했는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죠.
저는 순간 개쫄아서 머릿속으로 많은 분기를 생각해냈죠.
1. 가만히 있는다.
2.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3.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천천히 내 가던길 간다.
4. 졸라 빠르게 뛰어간다.
5. 개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6. 먼저 선빵을 친다.
결국 저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웠습니다.
개들은 계속 미동조차 없이 저를 응시하고 있었고 저는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다가 제가 순간 미쳤는지 개들을 향해 혀를 찼죠(흔히 개를 부를 때 쯧쯧하면서 소리내는거)
그러자마자 개 두 마리가 동시에 저를 향해 달려왔고 저는 진짜 개 쫄아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죠.
근데 저한테 달려오자마자 제 다리에 몸을 마구 비벼대고 발을 핥더니
공손하게 딱 앉아서 쳐다보더군요.
그때서야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갑자기 애들이 귀엽게 느껴졌고
편의점에서 사온 치즈소시지를 조금씩 나눠줬습니다.
자세히보니 앙증맞게 생긴 목줄이 채워져있더군요.
그 시간이 산책하는 시간이어서 주인이 일부러 풀어놨던건지
애들이 탈출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새벽시간에 아파트단지에서 쌩뚱맞게 큰 개를 마주치니
오랜만에 좀 지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