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작은 고양이 미자가 깡총 깡총 뛰어갑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어떤 날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잠이 듭니다.
스무살 때 작은 액자 속 딱 한 뼘만 간직하던 바다
이젠 그걸 뺀만큼 전부 가질 수 있는데
잠이 깬 새벽녘 바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어딘가 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사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대한 번거로운 일상
때로는 똑같은 길을 매일 오가는 것이
너무 싫증이 납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으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아주 드문 기대조차 길을 잃어버린....
잘 지낸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요.
단지 아픈데가 없고 조금 피곤할 뿐
그럭저럭 하루를 버티는 것만이 유일한
어쩌면 이대로 계속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그렇게 단정해도 한 숨만 나오는 건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당신은 어디 있나요?
지도를 보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항상 익숙한 것 같아요.
내 머리 속에는 또 다른 지구가 있고
매일 그 집앞을 찾아갑니다.
나는 당신에게 밥을 사고
커피를 나눠마십니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달리기도 하죠.
가끔씩 당신의 운동화 끈을 고쳐 묶기도 하고
집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은 아주 멀죠.
길고 긴 수평선은 우리의 경계가 아니었어요.
당신이 그리울 때가 되면 보이는 신기루 같은
절취선에 불과했어요.
매번 비행기를 타게 되더라도 나는 다시 찾아갑니다.
만일 내게 아주 긴 팔이 있다면
항상 당신의 어깨를 두드릴텐데....
목소리가 닿을 수 없는
세상 저편의 거대한 바다를 건너야만
우리는 언젠가 만날 수 있겠죠.
난 그 날을 위해 살고
그때가 되면
난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잘 지낸다는 것을 지켜나가겠어요.
어떤 욕된 삶을 살아왔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