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라는 글을 읽고...

trusic 작성일 21.08.21 19: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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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엄마는 특별하지만 제게도 그런 사연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제 어머니가 8월 3일에 87세로 돌아가셨어요.

2019년도 말쯤 고관절이 부러지셔서 수술하느라 3개월 입원하셨다가  

집으로 퇴원하실 상태가 안되서 원래 저랑 먼곳에 사시는데 제가 사는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모셨죠.

 

저는 위로 누나와 형이 있지만 1998 년도 부터 제가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며 부양했습니다.

엄마와 저는 좀 남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제 생모께서는 저를 낳고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고 지금의 엄마가 초혼으로 아빠랑 결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이미있는 3남매와 배다른 자식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이를 낳지 않으셨어요.  

 

형과 누나는 저랑 각각 12살 8살 차이가 나서 이미 많이 커있던 상태였고 저는 갓난애였기 때문에  

엄마는 저를 당신이 낳았다 생각하고 진짜 물고 빨며 사랑으로 키우셨어요.

저역시 중학교 때쯤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생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았었습니다.

 

제가 전공은 무역학이었지만 음악에 빠져 그길을 택하다보니 20대때는 변변히 돈을 못벌었는데  

엄마 아빠는 한번도 반대를 안하시고 마음으로는 저를 응원해 주셨어요.

그러다 30 초반쯤부터 일이 잘 풀려서 돈을 꽤 벌게 되었고  

남매간의 형평은 전혀 신경쓰지않고 아무나 형편되는 놈이 부모님 부양하는거라 생각하고

기쁘고 당연하게 그때부터 부모님을 부양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참 고생을 많이 하신게 엄마 손으로 병 수발하고 장례까지 치른 어른이 무려 5분 이라는...  

할아버지, 할머니, 둘째 할머니, 외할머니(엄마의 친정 엄마), 그리고 제 아버지...

할아버지가 왕년에 지방 유지셨던 분이라 할머니가 좀 더(?) 계셨드랬죠.. 여기에도 사연은 좀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대부분 90세를 넘겨 사셨고 저의 아빠만 86세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아빠가 조선시대 선비같은 분이라 할아버지한테 그 많은 재산 물려받은걸 다 잃으시는 동안

엄마가 보따리 장수부터 노점 행상까지 정말 별거별거 다 하면서 집안을 끌어 오셨었습니다.

 

그런걸 잘 알고 또 엄마와의 사랑이 각별한 저였기에 말년이라도 편하시도록 

제가 정말 잘 해드리고 싶었고 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두분이 참 행복해 하셨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에 아빠가 먼저 돌아가시고 엄마가 그 후로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젊어 혹사를 많이 하신 탓인지 점점 몸도 안좋아지시고 무너져 가는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엄마 연세 80 전후부터는 크고작게 계속 병원신세를 많이 지셨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년전 고관절 수술에 이어 코로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요양병원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자주 보려고 가까이 모셨는데 초반 몇개월 정도만 자유롭게 면회가 됐었고  

그 뒤로는 비대면 면회만 되거나 면회 금지로 자주 뵙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급격히 안좋아지셔서 마지막을 예감했는데

지금의 상황 때문에 자주 뵙지도 못하고 그렇게 보내드린게 너무 가슴이 미어집니다.

 

좀 이쁜 모습으로 편히 가셨으면 했는데

마지막엔 간 신장 당뇨 뇌경색 등등 총체적인 노화와 악화로  

정말 온몸이 퉁퉁 부은채 너무 보기 힘든 모습으로 가셨어요...

 

물론 엄마 소원이 빨리 아빠 옆으로 가는거 였지만  

아빠처럼 엄마도 좀 편히가셨음 좀 나았을텐데 맘이 너무 아픕니다.

 

아빠가 유공자시라 서울 국립현충원에 계셔서 두분 함께 합장해드렸습니다.

 

코로나라는 이 어이없는 시국이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아

겨우 임종만 저 혼자 보고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드린게 정말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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