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홀로 백패킹 즐기기.

라쿠퍼 작성일 14.04.10 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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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이라는 말이  좀 생소하실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아웃도어 활동인데

배낭을 메고 의식주를 해결하며 자연에서 1박이상 지내는 활동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식이 부족하여 등산이나, 캠핑의 경계에서 개념정리가 안되는분들도 계신데

외국에서는 클라이밍과 마운티어링, 트레킹등으로 세분화하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짱공에도 제가 활동하는 카페 회원님이 계시던데 커밍아웃하네요.ㅎ

아. 법적으로 야영이나 취사 부분에 관해서 궁금하실지 모르겠는데 일단 형행법상으론 불법 맞습니다.^^

산림법, 국립공원법, 등등... 코에 걸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니까요.

하지만 국립공원이 아니면 대부분 단속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얘기가 길어질것 같아 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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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입니다. 이번엔 좀  많이 걸었습니다. 총 30km정도 걸은것 같네요. 주로 임도를 이용했습니다.

배낭은 45리터, 약 9~10키로 정도 나옵니다.

혼자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온 종일 걷는 일은 단순한 레져의 차원을 뛰어 넘습니다.

저는 비록 몸으로 하는 활동인지만 멘탈에 더 큰 비중은 두고 있습니다.

산에 위로 받으러 가는거죠. 일종의 종교활동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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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봄이 이르네요. 도시에는 벌써 벚꽃도 다 져버렸지만 산은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때려 죽여도 계절을 돌아오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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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옆송 숲을 지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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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비가 오네요. 바람도 불고... 봄기운 느끼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날이 춥습니다.

아크테릭스 스쿼미시 자켓인데 바람막이지만 기본적인 방수는 가능합니다.

바람막이의 표준이라고 하고 싶네요. 아주 맘에 드는 자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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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매화가 피어나고 있네요. 벚꽃보다 이쁜것 같습니다. 눈이 호강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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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 지나면 저 산등선이 파~랗게 물들겁니다. 그때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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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길을 온 종일 걸어도 마주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말 북한산이나 지리산, 설악산 같은곳에 가면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걸어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나오면

이렇게 한적하고 이쁜 길이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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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행동식으로 때웁니다. 제가 즐거먹는 칼로리 바란스와 양갱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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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 중간에 계곡이 시작됩니다.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뛰어 들고 싶네요.

하지만 4월의 계곡물은 아직 엄청 찹니다. 이제 막 얼음에서 녹았다 싶을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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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이 나오네요. 그림같습니다. 이런곳에서 한 두달만 살고 나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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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이 이제 올라오네요. 이길엔 두릅이 지천입니다.

금년엔 생각보다 좀 느린것 같습니다. 두릅 좀 다 먹으려나 은근히 기대했는데... 냉이도 안보이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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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좀 늦었더니 벌써 해가 넘어가네요. 숙영지까지는 7~8km남은거 같은데.

혼자 걷는걸 좋아하지만 노을이 질때는 알수 없는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아마 기억으로는 유치원때부터 노을을 보고 울었던 기었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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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눈까지 휘날립니다. 아.. 마음이 급해지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눈비라 전혀 준비를 못했는데.

옷과 배낭이 젖을까 걱정이 되지만... 한편으론 또 그럼 뭐 어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생활도 몇년하니 겁이 없어지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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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사방이 하얗게 눈에 덥혀갑니다. 차라리 비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지만 은근히 춥습니다.

우모복도 안가져왔고, 침낭도 동계용을 빼고 좀 가벼운놈으로 가져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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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숙영지에 서둘러 탠트를 치고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알파미(즉석쌀)과 즉석국을 넣구 끓이면 진한 조미료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 국밥이 만들어 지죠.ㅎㅎ 시장이 반찬입니다.

배를 채우고는 혼자 쏘주 한잔해야지요. 종교활동이니까요.ㅎ

이때부터 본격적인 멍때리에 들어가는거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사색을 즐깁니다.

술이 어느정도 취하면 쓰러지듯 침낭에 들어가 푹~ 잡니다. 가장 달콤한 잠자리입니다.

숲에서 잘때 가장 두려운건 인기척입니다.

첨엔 귀신이나 야생동물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원래 귀신은 안무서워하는 성격이고 산짐승이야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다만 여전히 무서운건 깊은 산속에서 마주치는 사람이죠.

항상 집을 나서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지 모르는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산에 갈때도 어딜 갈때로... 그런게 인생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글을 쓰고 밥 먹으로 나갈건데 다시는 이 컴퓨터 앞에 돌아오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으로 사는거죠.

죽는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내가 거두지 못하고 살아온 내 흔적들이 아쉬울 뿐이지요. (오글오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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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습니다. 눈도 다 사라지고 화창한 날이네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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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바위에 기대어 일광욕을 즐기며 커피를 마셔줍니다.

햇살이 땃땃하게 늘어지기 딱 좋은 날이네요. 종일 딩굴거리가 지름길로 내려갈까 고민을 하다가 계회대로 걷기로 합니다.

탠트는 테라노바 컴퍼티션2라는 탠트입니다. 1인이 사용하기 딱 좋은 사이즈에 무게는 1.2키로. 혼자 갈때 애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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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저희같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합니다. 산에 쓰레기 버리고 다닌다고.

제가 보기엔 당일 등산객이 가장 문제입니다. 제가 2일간 배출한 쓰레기 입니다.  한주먹도 안나오죠.

모든 먹거리는 미리 별도로 포장을 해옵니다. 라면 조차도 부셔서 스프와 혼합하여 지퍼락에 담아 옵니다.

그리고 그 지퍼락은 나중에 다시 세척하여 사용하구요. 술도 이미 수낭에 담아오고 최대한 흔적을 남지지 않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 제발 산에 쓰레기 버리 말아주세요. 꽁초가 왜그리도 많은지...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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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기전 셀프 기념 사진 한장 찍어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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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들꽃이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귀한 꽃입니다. 이런 작은 꽃들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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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가 빼곡한 숲을 걷습니다. 상쾌한 공기는 말 할것도 없죠.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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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계곡을 끼고 내려옵니다. 약 10키로.

경기도내에서 가장 멋진 계곡이라고 생각하는곳입니다. 어딘지는 비밀. 가평어디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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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토바이는 누가 버리고 갔는지 수년째 이러고 있습니다. 자연을 해치는건 사람이지 그 누구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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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수심이 2미터도 넘고 소의 길이가 약 10m가량 되는곳입니다. 사진에 작게 나왔네요.

여름에 자주 물놀이 오는곳이죠. 손바닥만한 물고기들도 많습니다.

여름엔 어마어마 하게 많은 반딧불이 떼를 지어 노는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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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가에 앉아 햄버거로 점심을 때웁니다. 물소리 새소리... 천국이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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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하류엔 팬션과 식당이 자릴 잡고... 안타깝네요. 하수도 시설도 없는 저런곳에 어떻게 허가를 내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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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왔습니다. 차를 안가지고 와서 산에서 내려와서도 한참을 걸었습니다. 힘들지만 다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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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배가 뽈록한 고냥이 한마리가 길을 막아섭니다...ㅎㅎ 넘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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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주니까 좋다고 부비부비... 어찌나 이쁜지.ㅎㅎ 가는데도 자꾸 따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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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넘어갈때쯤 되어 지하철에 올라탑니다. 주말에 경춘선 지하철은 피크닉 열차입니다.

저도 등산복을 입고 타지만 정말 등산객들 많다 싶습니다. 어르신들 제발 지하철 바닦에 앉지는 말아주세요...ㅜㅜ

 

따뜻한 봄바람 맞으며 생각도 좀 하고 마음 정리도 하고 싶어 훌적 혼자 다녀왔는데

역시나 걷는일은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안됩니다. 걷다보면 그냥 무념무상이 되어버리네요.

복잡한 심정은 다시 고스란히 담아 돌아왔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아늑한 그 숲에 위로를 받은걸로 충분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네요.

짱공에 어울리지 않는 샌치한 글 죄송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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