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 긁어 온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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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주말 일정은 딱히 없었다.
새로 개봉한 최동원 감독의 영화를 볼 계획이고, 선물받은 책과 읽다가 내려두 책을 마져 볼 계획이었다.
오일파스타를 해먹고 닭볶음탕에 소주나 한잔 할 소소한 계획이랄까.ㅎ
그런 주말을 앞두고 금요일 퇴근 길에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숲에 들기로 했다.
추적하게 내리는 비가 발동이었다 보다. 오랜만에 잣숲에서 여유롭게 책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말리고 뽀송해진 발로 침낭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건 비오는 날의 특전 아니겠는가.ㅎㅎ
우산을 손에 들고 한손으로 타프치고 텐트치기 신공. 숨도 고르고 땀도 식힐겸 잠시 명상...
시원한 빗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여유도 부리고.
그리도 여유가 없었던지 지인이 보내주신 책을 일주일이 지나 이제서야 펴 들었다.
책이 술술 읽힌다. 19인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이다. 인터뷰이 각자의 삶과 직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본다.
책을 내려 놓고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마주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오랜만에 알콜 버너를 들고왔다. 조용하게 흔들리는 불꽃이 좋다.
눈을 떠보니 손에 책이 들린채로 잠이 들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텐트를 열어보니 바람이 부드럽다.
눈을 떠보니 손에 책이 들린채로 잠이 들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텐트를 열어보니 바람이 부드럽다.
엄둠 속에서도 타프는 텐션과 각도!ㅎㅎ
숲을 둘러본다.
여름의 숲은 거대한 우주 그 자체다.
나뭇잎 하나에도 작은 우주를 담고 있으니 이 숲과 산은 은하계를 넘어서는 거대한 우주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우주와 우주 사이를 여행하는 시간여행자가 아닌가하는 엉뚱한 생각에 빠진다.
내 몸속에도 작은 우주가 존재하고 내 밖으로 존재하는 우주속에서 나는 미물이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내 의식속의 우주는 그 또한 방대하기 그지 없으니...ㅎ
배도 안고프고 물뜨러 가기도 구찮아서 커피한잔과 삶은 계한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좋은 습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책을 동시에 두권 이상 읽는 습관이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로 한국 중견 작가 위주로 책을 읽어왔는데 최근에 좀 스타일을 바꿔봤다.
지난번 지인께서 추천해주신 고래에 이어 나에겐 비교적 최근 작가라 할 만한 투명인간의 성석재도
보통이 이야기꾼이 아니다. 성석재 작가에 대한 얘기는 익히 들어왔는데 역시나. 다음 책도 성석재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점심이 지나 배가 고파온다. 비에 젖은 텐트와 타프는 방수팩에 때려 넣고 대충대충 하산.
하산길도 여전히 이쁜곳.
집에 들어와 칼국수와 소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빗소리를 들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꿈속에서도 우주와 우주 사이를 바쁘게 여행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