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카메라 리허설을 마치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시구를 하러 서울 잠실야구장에 갔던 원더걸스는 생방송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목적지는 멀었다. 방송 제작진들은 원더걸스 매니저와 끊임없이 전화통화를 하며 초조하게 기다릴 뿐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벌써 도착할 만도 했지만 퇴근시간대인 데다 비까지 내려 올림픽대로에 정체가 심했다. 게다가 방송현장으로 오는 길엔 지하철 공사로 인해 도로도 좁아졌다. 결국 이날 방송 두 번째 순서였던 원더걸스는 생방송 시작 5분 전에 결국 중간 순서로 미뤄야 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Mnet ‘엠 카운트다운’의 긴박했던 현장이다.
원더걸스는 이렇게 바빴다. 찾는 곳이 많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가야할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았다. 다음 텔존 네티즌과 원더걸스의 만남을 위해 기자도 ‘기다리는 사람’이 돼야 했고 인터뷰도 생방송 현장에서, 또 소속사로 돌아가는 밴 승합차 안에서 틈틈이 이뤄졌다.
선예는 이날 한국시리즈 시구에 나서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이틀 연습했다지만 폼도 꽤 괜찮아 보였다. ‘바빠서 피곤하겠다’는 인사에 “그래도 좋아요”라며 웃는다.
전국은 지금 ‘테엘미 테엘미 테테테테테 테엘미~’에 빠져 있다.
TV와 라디오는 물론이고, 미니홈피와 메신저에서도 ‘Tell me’가 배경음악이고, 놀이터엔 10대 아이들이 ‘Tell me’를 부르며 춤도 따라한다. 심지어 인터넷 UCC사이트에는 ‘Tell me’의 경찰버전, 군인버전, 교복버전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랑살랑춤’ ‘팔찌춤’ ‘찌르기춤’ ‘감수분열춤’으로 이어지는 ‘Tell me’ 춤을 추며 배꼽을 잡게 한다.
프로게이머들은 승리의 세리머니로 소희의 ‘어머나’를 흉내낸다. ‘어머나’는 ‘Tell me’ 가사의 일부로, 소희가 이 부분을 부르면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종격투기 팬카페 게시판에는 선수들의 이름보다 엉뚱하게도 원더걸스 이야기 뿐이다. 휘성, 희철 등 동료 가수들의 공개적인 애정 표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야말로 ‘중독’이요, ‘신드롬’이다. 특히 20, 30대 남성들이 원더걸스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국민여동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소희는 “국민여동생이란 표현은 너무 과분하다”며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요즘 인기 절정인데 기분은 어때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니까 기분은 좋아요. 어떤 날은 환호 소리가 유난히 클 때가 있는데요, 그런 날은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소희)
“연예인들도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데.”
“너무 감사하죠. 노래도 막 따라해주시고. 저희가 신인이라 적응하기가 힘들 때가 있는데 다들 예뻐해 주시고, 방송 프로그램에 나갈 때에도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하 브라이언 오빠, 서지영 임정희 언니, 김창렬 아저씨 등 너무너무 많은 분들이 챙겨주세요.”(예은)
원더걸스는 특히 그룹 출신 스타들의 조언이 가장 가슴 깊이 와 닿는다고 한다.
최근 국군방송에 출연했다가 H.O.T 출신의 ‘말년병장’ 문희준이 “다섯 명이서 지금처럼만 해라”고 조언했고, 솔로 활동 중인 신화 출신의 신혜성은 “그룹 생활하면서 서로 조금이라도 아쉬운 것이 있으면 속으로 삭히지 말고 그때그때 대화로 풀어서 해결하라”고 말해줘 마음에 새겨두고 있다고 한다.
‘Tell me’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실감이 안난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교 축제 무대를 돌면서 서서히 인기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4일 한양대 축제에서는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관객들이 ‘텔미’를 외쳐 선예는 “데뷔 이후 가장 좋았던 무대였다”고 했다.
하지만 ‘열광의 대명사’인 군인들의 무대에서는 무서움마저도 느낀다고 한다.
“군인 아저씨들이 환호해주고 박수쳐줘서 힘도 나지만 한편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어요.”
25일 ‘엠 카운트다운’에서 데뷔 후 처음 음악 순위프로그램 정상에 도전했다가 빅뱅에 아쉽게 밀렸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1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1위를 하는 것보다 우리 노래를 사람들이 더 많이 공유하고 즐거워하고 있다면 1위를 받지 않아도 행복해요. 상을 받고 안받고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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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겸 기자
군인들 역시 여자를 못보니...위문공연가면 달려들겨...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