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을 아시나요?

아로니아 작성일 08.09.25 20: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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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워낙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언제나 제일은 청소년 드라마나 성장물이었다. 누군가는 어린애들 나오는 그렇고 그런 드라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좋았었다. 그저 풋풋한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그런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이 어느순간 훌쩍 자라있는 순간을 만날 때. 옆에서 그런 순간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그 느낌 때문에 주책맞게 아직도 청소년 드라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는 나로서는. 어느덧 내 나이는 20대가 되었을 만큼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건 아직도 어린 내 마음 상태(?)와 풋풋한 아이들 얘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애정하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엔 그런 아이들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얼마전 방송했던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는 정규편성될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남겨둔 채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고. 그래도 지금까지 정말 재밌고 좋은 청소년 드라마, 성장물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한 마음 뿐.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예뻐라하는 한 작품에 대해 얘기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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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에피소드 중에서 더 예뻐라했던 에피소드들

 

주로 고등학생을 다루던 드라마들 사이에서 더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반올림. 무려 중학생이었다. 더 어린 아이들인지라 더 불안해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 순수하고 마냥 발랄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즐거웠다. 어린 아이들의 얘기라 마냥 예쁘기만 할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때론 심각했고 진지했으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기특했다. 그들의 고민중 대부분은 가볍게 웃고 넘어갈수도 있었음에도 막상 보다보면 마음 한 켠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들과의 즐거웠던 나날들이 추억으로 쌓여가고 있을 무렵에 그 순간은 찾아왔다. 그들과의 마지막은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것도 할수 없었다. 전학가는 옥림이를 종이비행기 하나로 멀리서 배웅해야만 했던 욱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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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빛을 보라. ㅠㅠ 나까지도 덩달아 감정이입된다.

마지막인데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끝나버린 엔딩에 충격 받아서

못하는 포토샵이지만 두아이를 같이 있게 해주고 싶어서 만든.

 

그땐 충격이었다. 반올림이 끝난다는 것도 그랬지만 엔딩자체로도. 성장드라마답게 예쁜(?)엔딩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엔딩이 이렇게나 슬플줄 몰랐다. 옥림이는 갑자기 전학간다고 하고, 애들은 이동수업이라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욱이는 멀리서 옥림이를 그저 보고만 있고. 옥림이는 그저 울기만 하고. 설마 이대로 끝일까 싶어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려봤지만 그대로 끝나버렸다. 그순간 만큼은 나오던 반올림 테마곡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한창 감정 몰입을 하느라 코끝이 시끈거렸고 눈가엔 눈물도 고였었는데...홀라당 감정이 사라지게 했던... 엔딩에 충격받아서 그 배신감에(?) 만약 반올림 엔딩을 다시 보게 된다해도 감정에 동요되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했고 이미 다 아는 엔딩이기에 괜찮을 줄 알고 마음 놓고 얼마전 다시 엔딩을 봤었는데 다시 감정이 동요되서 안괜찮았던... 다시봐도 울컥할 만큼 여전히 슬펐다. 반올림 엔딩이. 그렇다고 다른 엔딩이 생각나지 않은 걸 보면 성장 드라마 다운 엔딩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왜이렇게 아쉬움이 남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반올림을 좋아했었고 좋아하고 있나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던 옥림이 덕분에. 얼굴도 예쁘고 작은 체구를 지닌 아이가 어디서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는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옥림이가 좋았던 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과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 때문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나체사건은 옥림이를 마냥 예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주기도. 처음엔 옥림이가 소리를 지를때마다 무섭기까지 했으나 나중엔 오히려 옥림이가 그렇게 소리 지를때마다 뭔가가 마음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기도. 그래서 아마 옥상에서 옥림이를 만난 후 아인이가 옥림이로 인해서 피아노를 다시 칠수 있게 되었던 게 아닐까. 만약 옥림이가 조신하고 예쁘기만 한 소녀였다면 그렇게까지 옥림이를 좋아하고 공감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 여주인공 답지 않게(?) 소리 지르고 털털하고 망가지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와서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지만 자연스럽게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예뻐 보였고. 그래서 나중에 옥림이가 욱이할까 아인이할까 저울질 할 때(?) 차마 옥림이를 미워하지 못했던. 대신 부러운 마음만...

말이 나와서 더 얘기를 해보자면, 반올림 만큼 참 힘들었던(?) 멜로도 없었던. 흔히 청소년 드라마 속 멜로를 보자면 서로가 마음이 있어도 표현도 잘 못하고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서 그대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반올림은 성장드라마 답지 않게 멜로적인 부분을 과감히 보여주던 점도 좋았다. 어리다고 그 감정을 애써 부인하게 하지 않아서. 그리고 그 감정도 가볍지 않게 그린것도 좋았고. 옥림이랑 욱이가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될 때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린건만 보더라도 그렇지만. 옥림이가 열네살에 처음으로 그러한 감정을 배우고. 욱이로 인해 심난할 때 자신을 도와주던 깍두기란 존재로 인해 아인이가 깍두기인줄 알고 아인이를 선택하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알기도 하며 욱이가 깍두기 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는 터닝포인트를 지나 12시 종이 울릴 때 아인이와 헤어지고. 옥림이가 욱이의 마음을 알게 되자마자 다시 헤어지는 상황. 과정은 이리도 힘들었건만 결과는 처참했던(?). 서로가 그래서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하고 어긋나야만 했던... 사실 멜로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쑥스럽기도 한 게, 아직 어린 아이들인지라... 그런 애들 두고 멜로라고 하는 건 애들을 어른처럼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애서 양심에 찔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멜로라고 받아들이고 싶은 건 그 마음이 진지했고 그 마음으로 인해 고민도 많이 했던 아이들인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멜로가 아니라 성장통의 일부분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욱이가 그런말을 했었다. 확실하지 않은 감정에 휘둘리기 싫다고.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욱이가 옥림이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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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훈훈하고 또 훈훈한 아이들.

남자와 여자의 설레임이 아닌 또다른 설레임이 있었다.

 

그래서 욱이랑 옥림이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지 나오지 않은 게 오히려 감사하다. 사실 내눈엔 욱이랑 옥림이는 그냥 좋은 친구로 보인다. 남자와 여자같은 복잡한 관계보단 아무생각없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웃기도 하는 모습들을 오래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없이 늘 옥림이를 뒤에서 챙겨주던 욱이나 겉으론 틱틱거려도 욱이 신경쓰느라 늘 바뻤던 옥림이 같은 관계는 그 나이대 관계에선 보기 힘든 관계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예민하고 혼자만의 세계(?)가 강할 그 나이대에서는. 더욱이. 그래도 아인이랑 욱이중에 누가 더 옥림이랑 있을 때 예뻐보였냐고 묻는다면 난 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욱이랑 옥림이는 같이 있을때 예뻤다.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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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나에게 웃음을 주던 두 아이.

뭔가 언밸런스 한 아이들인데 그게 또 잘 맞아 신기했던.

아인이가 고등학생이였고 바뻐서 데이트 잘 못했을 줄 알고

캡쳐 할 거 없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내 생각보다 다양한 데이트를 해서 놀랜.

그들의 데이트는 주로 화실, 서점.

화실이야 아인이가 몸담고 있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고

서점은 의외였던.

아무래도 옥림이 똑똑해지라고 아인이가 데리고 다닌 듯. ㄲ ㄲ

 

 그래서 오히려 남자와 여자같은 관계(?)는 옥림이랑 아인이 관계가 아니였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라는 동물에 관한 보고서란 에피소드에서도 보여주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냥 남자와 여자같은 관계가 아니였던 게 옥림이가 워낙에 남달랐기 때문에(?) 아인이가 그 과정에서 겪게되는 소소한 일들이 재밌었던. 이상한 게, 아인이가 말을 잘하는 아이였는데 유독 옥림이 앞에선 주눅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욱이랑 옥림이보다 옥림이랑 아인이가 더 티격태격했던 것 같고. 그 티격태격했던 이유중 대부분이 옥림이 무식하다고 하면서도 걱정스러워하던 아인이 마음도 몰라주며 화내던 옥림이였기 때문에. 맥없이(?) 풀어지던 옥림이랑 욱이랑 달리 이 두사람은 꽤 심각하게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가 힘들게 풀어지면 언제 그랬냐며 한없이 다정해지던 이런 아이러니한(?)모습들. 그 모습보면서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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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가 항상 중심을 잡아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옥림이가 그 중심이었던 것 같은.

이 아이들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또 빠질 수 없는 건, 옥림이 친구들. 정민이, 윤정이. 세친구. 정민이는 옥림이가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고민있을 때 직접적으로 충고나 조언을 해주고 윤정이는 옥림이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좋았던. 성격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지만 정말 잘 맞았던 세 아이. 물론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어느순간에 보면 또다시 같이 있더라... 그냥 세사람은 같이 있는 게 워낙에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윤정이네 가게에서 얘기하던 모습은 어느 에피소드나 다 나왔었던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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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웠던 아인이와 천상 소년같았던 욱이.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사건은 영어단어끝말잇기.

삼각관계를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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