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송은주·나지연기자] "SM의 왜곡에 화가 많이 난 상태에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존폐가 불확실하다. 동방신기 3명(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과 SM엔터테인먼트 사이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해체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거의 해체수순이다.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다고 해도 SM과의 결별은 거의 굳어진 느낌이다.
지난 3일 만난 동방신기 3명의 최 측근은 "이미 SM과 여러차례 협의를 했다. 하지만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면서 "결국 일이 법원까지 갔다는 것은 합의점을 못찾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더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
기자가 만난 최측근은 동방신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지인.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희노애락을 함께 한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동방신기의 주장은 단 하나. 불평등한 전속계약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것. 그러나 본질에서 벗어난 갑론을박으로 대화는 끊임없이 평행선을 치닫고 있다.
그는 "계약기간과 수익배분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누가봐도 불합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면서 "끝까지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SM이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양쪽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지금 3명은 SM의 대응에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 "SM이 왜곡한 3가지 사실"
실제로 SM은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1일과 3일에 걸쳐 2차례 보도자료를 냈다. 우선 일이 발생한 첫날 "화장품 사업으로 불거진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계약조건에 관한 문제가 불거진 다음날 "현금 110억원과 외제차를 선물했다"고 대응했다.
이에 대해 최측근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불공정한 계약이지 화장품이 아니다. 한데 SM은 불합리한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마치 화장품 사업 때문에 일이 불거진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현금 110억원에 대해 따졌다. 그는 "SM의 주장대로 6년간 일해서 110억원을 받았다고 하자. 세전 수익이다. 세금을 제한 뒤 6년으로 나누고 5명으로 나누면 1인당 2억원이 채 안된다"면서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만 앨범판매로 번 돈이 25억엔(330억원)이다. 하지만 동방신기는 1년에 2억원도 못받고 활동하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례로 동방신기가 국내외에서 발매한 앨범은 총 48장. 그 중 국내에서만 정규·싱글 포함해 196만장이 팔렸다. 일본에서는 4장의 정규와 27장 싱글이 나왔고, 그 중 8장이 10만장 이상 팔렸고, 다른 1장은 25만장 이상 판매됐다. 동남아까지 확대하면 앨범은 최소 4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그는 비상식적인 정산방식도 지적했다. 그는 "SM은 백댄서 비용및 식대까지 비용으로 청구했다. 모든 경비를 동방신기 몫에서 제한 셈"이라면서 "이 외에도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동방신기의 수익을 여러갈래 찢었다. 예를 들어 SM 재팬이 에이벡스와 나눠 가졌고, 그 몫을 다시 한국 SM과 나눴다. 복잡한 지분구조로 동방신기의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외제차는 회사 명의로 선물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예전에 가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SM으로부터 자동차를 선물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SM 명의로 된 회사 차량이다. 동방신기의 소유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 "현재 3명은 지칠대로 지친상태"
최측근에 따르면 현재 동방신기 멤버 3명은 SM의 이런 언론 플레이에 지칠대로 지친 상황. 대화로 풀어갈 생각은 없고, 오직 특정 부분만 부풀려 사실을 왜곡하는 회사의 모습에 마음이 상할만큼 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SM의 언플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왜곡시킬지는 몰랐다. 이런 식이라면 더이상 함께 일하는 건 무리일거라 생각된다. 결국 SM과 결별한 뒤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SM과의 결별이 동방신기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동방신기 멤버간의 불화는 전혀 없다는 게 측근의 주장. 여전히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으며, 향후 어떤 경우에도 같이 활동을 하자는데 이견이 없단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5명 모두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2명과 약간의 의견차가 발생했다. 이에 우선 3명만 회사와 싸우기로 결심을 한 것"이라며 "계약의 불합리한 조건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다"고 말했다.
◆ "SM과의 결별에도 동방신기는 계속"
현재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단다. 최측근은 "지금 3명은 데뷔 이전보다 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떤 난관이 불어 닥쳐도 셋이 함께 뭉쳐 헤처나가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동방신기라는 이름 아래 다섯 멤버가 다시 뭉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그는 "법정소송을 통해 3명이 소속사를 떠나도 그건 SM과의 결별이지 동방신기의 해체는 아니다"면서 "나머지 2명이 뒤이어 나오든, 아니면 다른 소속으로 활동하든 5명은 앞으로도 동방신기라는 그룹을 이어나가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멤버 3명이 따로 빠져나온 상태에서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 특허청에 알아본 결과 현재 '동방신기'는 상표 등록이 되어있지 않는 그룹명이다. 2004년 SM이 상표출원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다시말해 SM이 '동방신기'라는 팀명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
특허법률사무소 '만성'의 황성필 변리사는 "동방이라는 단어가 동쪽이라는 뜻으로 독점적 사용을 주장할 성질이 못된다. 이에 2004년 당시 상표출원이 거절된 것 같다"며 "현재 SM이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 SM과 상관없이 5명이 다 모이면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쓰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방신기는 그 무엇보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약속된 모든 공연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 최측근은 "만약 소송에서 지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팬들과 이별해야된다는 생각에 더 힘들어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 전달했다.
< 사진 = 이승훈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싱글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