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록- vol.3 십자가를 거꾸로 진 자들.

눈물의빛 작성일 06.03.08 0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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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이 창과 횃불을 치켜들고 오귀스트 일행과 마주쳤다. 그 중 지휘관처럼 보이는
사내가 일행을 아는 척 했다.

“어? 이거 오귀스트 아니야? 레드린도 있군. 한잔 했나 보지? 그런데 무슨일이라도 있나?

행색이 왜 그래?”

“아! 티메리안 잘 지냈나? 오랜만이군. 술집에서 싸움이 붙어서 이랬다네. 미안하지만

좀 보내주겠는가? 지금은 몹시 지쳤어.”

경비대 티메리안은 이 소꿉친구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횃불을 비추어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원래 밤중에 경비대와 마주치면 신분제시와 몸 수색을 하는거지만
티메리안은 그 과정을 생략했다. 그 정도로 오귀슽와 레드린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겠네. 집에 들어가서 푹 쉬어야 겠으이. 밤길 조심하고. 그럼 이만 가보겠네.”

“열심히 하게. 친구여.”

티메리안은 십여명의 경비대를 이끌고 대로변으로 이어진 골목을 찾아 걸어갔다.
오귀스트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을 하고는 티메리안은 골목길 어귀로 사라졌다. 티메리안은
골목에서 사라지기 전 오귀스트와 레드린에게 당부하듯이 소리쳤다.

“친구들이여! 요즘 이교도들이 극성이군. 우리들이 손을 쓰겠지만 그런 곳에 관심을 가지지

말게. 단순히 친구로써 하는 충고네. 요즘 세상이 이상해 지고 있어. 그럼 나중에 봅세!”






아침해가 어느덧 눈을 뜨고 시간이 지나며 해가 중천에 떳을 때 오귀스트와 레드린은
서로를 깨워주며 술에 절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있었다. 레드린의 집에는 향기로운
물감들과 벽에 띄엄띄엄 걸려있는 액자들만 있었다. 그 중에는 오귀스트가 그린것도
있었다.

“젠장.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군!”

“오귀스트! 자네 그 꼴이 뭐야? 킥킥킥!”

레드린이 오귀스트의 꼴을 보고는 마구 배꼽을 잡으며 웃어댔다. 둘다 어제 일 때문에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부어 팬더같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자네 동양의 곰과 비슷해졌군만. 이름이 판두라지?”

“팬더.”

“킥킥킥. 아무튼 말이야 너무 웃겨!”

“사돈 남말 하시는군. 세면대에서 거울이나 보시게나 이 양반아!”

레드린이 웃음소리가 딱 멈추면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곧바로 욕설과 함께
레드린은 세면대로 뛰어갔다.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오귀스트 르네 로댕은 어제일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마리아 누이, 마지막 조각칼, 럼주집, 구타, 노인, 두루마리,
티메리안, 이교…도!

‘이교도? 가만. 설마! 티메리안의 말이…설마! 그 노인이!’

“레들! 레들! 어제 그 노인이 준 두루마리 어디있어!”

“레들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 이름은 재수가 없어서……”

“레들!”

“네가 어제 들고 갔잖아! 난 몰라! 침대 근처를 찾아봐!”

오귀스트는 미친듯이 주변을 찾았다. 장롱, 물감통 근처, 심지어 침대 매트 속까지
다 찾아보았다. 없다! 없어!

“레들! 없어! 그 두루마리!”

“응? 근처에 있을거야! 네가 어제 집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오귀스트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레드린의 집을 발칵 뒤집어 놨다. 물감은 엎질러
졌고 액자는 비뚤어 졌으며 설랍의 모든 서랍들은 다 꺼냈놓고 오귀스트는 두루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레드린의 집 아무데도 없었다.

“오귀스트! 대체 왜 그래? 그만둬! 네가 다 치울거야?”

“레들! 경비병 야간순찰 날짜가 언제지?”

“기억이 정확하다면 월, 수, 금일 거야. 티메리안이 하는말 저번에 너도 들었잖아.

그새 까먹었어?”

“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오귀스트는 속으로 빌었다. 제발. 누이의 슬픔도 다 끝내지 못했는데 개죽음까지 당하면
절대 저승에서 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오귀스트는 레드린이 자기가 생각하는것과
틀리리길 바랬다. 제발!

“금요일.”

“오 하느님 맙소사.”

레드린의 방문이 부서지며 경비병이 들어닥친건 오귀스트의 중얼거림이 끝난 바로 후였다.






오늘 새벽 아침. 참새의 울음소리도 시작되지 않을 무렵. 경비병 세스타카는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의 상관 티메리안은 끔찍히도 친구를 아끼는 존재이다.
그와 만난지 채 3년도 안되는 세스타카도 친 동생처럼 대해주는 그가 아닌가. 그러나
세스타카는 결심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관인 티메리안의 방문을 두들겼다. 티메리안이
부스스한 몰골로 문틈으로 빼꼼히 머리를 내놨다.

“대장. 할말이 있어서 왔는데 지금 말해도 됩니까? 아니. 지금 꼭 말해야 합니다.”

티메리안은 반쯤감긴 눈으로 후배녀석을 쳐다보았다. 진지해 보이는 세스타카의 모습이
보인다. 티메리안은 턱으로 들어오라는 표시를 했다.
티메리안의 방은 수수했다. 아직 밝아지지 않은 햇빛이 좁은 창문으로 들어와 침대를
비추었다. 저쪽어귀에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듯한 할버드가 놓여 있었다.
몇해 전에 유명한 대도를 잡아서 받은 상품이다.
티메리안은 침대에 주저 앉으며 말했다.

“어제 이교도 녀석들을 잡으러 사방팔방으로 돌아 다녀서 힘들다. 중요하지 않으면

연병장행이야. 뭐 얼굴을 보면 아닌 것 같지만.”

“대장!”

세스타카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창문 밖으로 참새들이 세스타카의 목소리에 잠이 깨
푸드득 날아갔다.

“야 이 자식아. 아직 아침도 안된 새벽이다! 어제 애들이 밤새도록 뛰어다녀서 힘들다고!

조용히 말해!”

“대장. 이 표식을 알아보시겠습니까?”

티메리안은 세스타카가 내미는 양피지를 건네 받았다. 양피지 안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아래에 태양이 달려있었다. 티메리안은 그 표식을 거꾸로 들어보고는 인상을 찌뿌렸다.

“지난달 의회에서 내려온 서류에서는 분명 이 같은 표식이 예시로 적혀져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

“그리고 이 표식을 쓰는 집단은 종교단체로써 요즘 급부상하는 악마숭배종교이자 저희

경비대가 어젯밤 그렇게 해매며 찾은 집단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

“이 표식은 거꾸로 보면 십자가 아래에 태양이 달려있지만 본래대로 보면 십자가가 거꾸로

달려있고 그 위에 작은 분이라고 칭해지는 악마를 대신한 태양을 그려진 이교도의 징표

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래.”

“이 표식의 의미는 십자가를 거꾸로 진 자들이란 크로즈 업시터[cross upseter]라는

신흥악마숭배 이도교에서 나온 것 이란걸 알고 계십니까?”

“그래.”

티메리안은 슬슬 지겨워졌다. 잘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장. 제가 예전에 손버릇이 않좋았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래.”

“오귀스트와 레드린을 어제 만나셨다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래.”

타메리안은 거의 졸기 직전이었다. 그는 어제 이 도시를 다섯번이나 순회하며 빌어먹을
이교도들을 잡으러 다녔다. 그래서 지금 너무나도 피곤했고 어제 일에서 이교도는커녕
흔한 도둑놈도 못 잡았다는 사실에 더욱더 피곤해 하고 있었다. 티메리안의 눈이 감겨졌다.
거의 의식이 몽롱할 무렵 세스타카의 마지막 물음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어제 만난 오귀스트의 손에서 아까 말한 표식과 이교도의 성서가 써져있는

두루마리를 제가 훔쳤다는것도 아십니까?”

티메리안은 대답을 못했다.






오귀스트는 미칠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경비병은 절대로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레드린과 오귀스트를 결박했다. 오귀스트는 경비병에게 계속 말을 걸었으나
경비병은 똑 같은 말만 반복했다.

“할말이 있으면 티메리안 경비대장에게 이야기 하시오. 주여 가련한 이 어린양이 저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주옵소서.”

오귀스트는 이 말을 처음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티메리안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경비명들을 본적이 있어. 분명 티메리안의

경비병들이다. 아마도 이 체포의 배후는 티메리안이 있을것이다. 그 두루마리가

세스타카라는 경비명이 말한 것처럼 이교도에 관련된 것이라면 지금 레드린과 나는

완벽한 오해에 빠져있다. 제길! 마리아누이가 죽은 이후부터 되는일이 하나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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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랑스 사회는 카톨릭이 대세였죠.

이교도..

즉 카톨릭 외의 종교는 무조건 배척 당했습니다.

마녀 화형식.

아이언 메이드[송곳 달린 관.]

심지어

악마적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교황청에서 특별 제작한

쇠못 가면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

악마를 빼내는 형벌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구별

해보면 참 세상이 편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두루마리...



























화장지...

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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