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의 인생,

팬티속똘똘이 작성일 06.03.17 11: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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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문득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아담하고 이쁜 책!
MBC ‘느낌표’의 선정도서라 더욱 마음이 끌렸고, 은 그렇게 나의 손에 들어왔다. 솔직하면서도 깔끔한 표현 방식으로 각 장마다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주인공 백여민은 아홉 살짜리 소년이다. 여민이네는 아버지의 친구집에서 얹혀 살다가 산동네 높은 곳에 위치한 집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 이 산동네의 산꼭대기에 살면서 여민이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욕망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살한 골방 철학자, 자식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외롭게 살다가 죽은 토굴할매, 무허가 건물이라는 걸 속이고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풍뎅이 영감, 학생을 부잣집 아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월급기계 선생, 어린아이의 코 묻은 돈마저 자신의 뱃속을 채우려는 산지기, 세상사를 상상으로 사는 진실한 거짓말 장이지만 누이와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기종이, 허영심이 많고 도도한 여민이의 첫사랑 우림이, 산동네의 대장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잃고 가장노릇을 위해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채 공장으로 돈 벌러 나간 검은 제비, 월남전에서 한팔을 잃었지만 기종의 누이를 사랑하는 정 많은 외팔이 하상사, 불쌍함을 알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여민이네 부모..

하루는 학교를 빼먹고 자신만의 아지트인 숲에서 홀로 지내는 생활을 해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홀로 산다는 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커진다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나의 아홉살은 어떠했던가?’ 하는 생각을 먼저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아홉살 때에는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책 앞부분에 이런 말이 인용되어 있다.
´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 살은 세상을 느낄 만한 나이이다.´
나는 곰곰이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려봤지만 자투리 추억들이 아홉 살인지 열 살인지 모르게 엉켜있고, 담임선생님 얼굴과 성함 이외에는 정확한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의 아홉은 세상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린, 그저 아무 생각 없는 단순한 꼬마였던 것 같은데...
철이 없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이 든 나이도 아닌 아홉 살. 주인공 여민이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세상의 좋고 나쁨을 몸소 느끼고 생각했다. 여민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버지와 순수한 마음을 전해준 어머니가 있었기에 여민이는 더욱 세상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며 정의와 지혜를 가지고 바른 생활을 하는 부모의 자상함이 여민이에게 전달되어 상상력이 풍부하고 맑게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에서 나는 여민이의 부모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비록 젊은 시절 깡패였지만, 어머니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으셔서 성실하고 마음씨 좋은 모습으로 사시는 여민이 아버지. 항상 따뜻한 눈빛으로 지긋이 아들의 귀감이 되어주시는 아버지셨다. 지혜롭고 인정 많으신 어머니. 올바른 주관을 갖고 이웃을 생각하는 나도 저런 부모가 되어야지...

책의 앞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사람은 결코 외톨이도 고독한 존재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아홉살 인생을 읽으면서 사람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외팔이 하상사와 기종이 남매의 결합처럼 사람사이의 관계는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될 때가 많다. 지치고 힘들때 의지가 되는 이웃, 가족, 그리고 친구! 이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애틋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혼자 사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혼자 사는 삶이란 얼마나 외롭고 힘든 것인가.

저자는 아홉이 정말 묘한 숫자라고 말한다.
‘아홉은 쌓아 놓았기에 넉넉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헛헛하다...’
내 나이도 어느덧 스물 아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공감되는 말이다. 쌓아놓았기에 넉넉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헛헛하다니.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는 서른을 향해 가는 나의 길. 더 많이 쌓아 넉넉하게 만들어 서른을 맞이해야겠다.

이것도 길어져 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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